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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자연환경협의회 회장인 미도선박 대표 심상국(사진 오른쪽 위) 씨가 부인 김순이(사진 오른쪽 아래) 씨 등과 함께 울산 태화강 중류에서 자신이 고안한 청소선 굴착기를 이용해 강 속의 쓰레기 청소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불과 5년 전 만 해도 여느 도시의 하천과 별 다를 바 없던 울산시 태화강이 2년 전부터 강에서 전국수영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맑은 하천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태화강 일대는 울산항과 연결된 하구와 함께 피라미 누치 숭어 등 64종의 어류와 고니 원앙 기러기 등 120종의 물새가 찾는 도심 습지로 생태계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태화강의 부활에는 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울산시 남구 신정동 태화호텔과 동강병원 사이 태화강 중류를 지나다 보면 굴착기를 실은 바지선 같은 배 한 척이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배는 중상류를 오가며 태화강의 각종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선이다. 지난 12일 이곳을 찾은 기자는 굴착기로 강 쓰레기를 청소하던 심상국(60) 씨를 만날 수 있었다. 심 씨는 미도선박이라는 중소 선박 및 부품 제조업체를 경영하고 있는데 회사일보다 태화강 청소작업이 본업이라고 할 정도로 강 살리기에 20여 년의 세월을 바쳐왔다. 울산자연환경협의회 회장과 푸른울산21 환경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를 사람들은 '회장님' 또는 '위원장님'이라고 부른다.
이날 태화강 중류 둔치에서 기자는 심 회장이 건내준 고무장화를 신고 조심스레 뻘을 걸어 배에 올랐다. 15평 남짓한 청소선에는 모두 네 사람이 타고 있었다. 심 회장의 부인 김순이(58) 씨도 갈쿠리로 물 속 쓰레기더미를 끌어올리느라 바빴다. 각종 썩은 나무둥치, 폐비닐, 폐그물 등 이날 오전에 건져 올린 쓰레기만 5~6 가마니 분량이 됐다. 점심시간이 되자 부인 김 씨는 "기자님도 우리하고 있는 밥 같이 먹읍시더"라며 배 위의 간이 테이블로 모이게 했다. 집에서 준비해온 따끈한 흰밥과 매운탕, 깻잎, 된장 등이 차려지고 식탁 주변엔 심 회장 부부와 울산자연환경협의회 회원인 유성순(여·47) 씨와 정덕(42) 씨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김인자(29) 푸른울산21 환경위원회 간사 등 예닐곱 명이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었다. 강 주변 모래섬엔 갈매기 등 물새 수백 마리도 먹이 활동에 바쁜 듯 했다.
"요즘 강이 많이 깨끗해졌지요. 이 물에 수영대회도 하잖아요. 숭어도 되게 많아요. 십년 전만해도 정말 강이 아니었지요…." 심 회장의 말에 회원 유 씨는 "기자님, 주변에 새 한번 보이소. 여기가 '갈매기 밥상'이라요. 저 아래 학성공원 쪽에 가면 고니도 6 마리인가 있어요. 물이 맑아지니까 새들이 모인다 아입니꺼"라며 맞장구를 쳤다.
심 회장이 태화강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지가 20년이 더 된다. "84년이지 싶은데 그 때는 큰물이 지면 울산 다리에 쓰레기가 교각에 걸려 엉망이었는데 누구 하나 치우는 사람이 없었어요. 몇 년 지켜보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결심을 했어요. 배 만드는 기술이 있으니 아예 청소선을 하나 만들어버렸지요". 심 회장은 몇몇 지인과 함께 정화작업을 해오다 지난 88년에는 울산자연환경협의회를 결성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시에서 공사를 따내 하는 일인줄 알았다가 그냥 좋아서 한다고 하니 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더구만요." 심 회장은 20여 년의 세월이 눈 앞을 스쳐 지나는 듯 얘기했다. 길이가 48.5㎞, 강폭이 150~200m에 이르는 태화강은 지난 90년대 중반에 한 때 5급수로 떨어졌다가 지난 99년 이후 태화강 수질정비사업을 거치면서 지난 2005년에는 2급수 수질을 회복해 제1회 전국수영대회가 열렸는가 하면 지난해 3월에는 울산시가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확정해 태화강 관리단을 두고 전 구간 1급수 회복을 목표로 강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심 회장 부부는 일요일만 빼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곳 태화강이 일터이다. 집은 이곳에서 2㎞ 떨어진 신정5동. 심 회장은 태화강에서 '퇴근'한 뒤 저녁 때 미도선박으로 '출근'한다.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긴지 오래다. 그는 "직원이 한 50명 되는데 큰 돈은 안 돼도 25년간 무난하게 직원 월급 잘 주고 부도 걱정 없이 해오고 있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게다가 아들(35) 딸(33) 모두 출가시켜 이들 부부의 마음은 한결 가볍다고.
"나는 울산이 고향으로 '유공' 자리에서 태어났는데 어릴 적 태화강에 놀러와 멱 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 땐 이 강 바닥에 금모래가 쫙 깔려있었다고요." 심 회장은 태화강이 자신을 불렀다고 말하며 웃었다. 울산자연환경협의회 회원도 이제는 160여 명으로 늘어나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요즘엔 그래도 시에서 유류비도 지원해주고 해서 예전에 비해선 비용 부담은 덜었다"고 말한다.
2000년부터 이 협의회의 여성부회장을 맡고 있는 부인 김 씨는 "처음엔 바깥양반 하는 일에 간섭만 안 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자식들 다 키우고 나서 내가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남편이 힘도 날 것 같아 강에 나온 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청소를 하다보면 자전거, 오토바이, 냉장고, 리어카 등등 별의 별 게 다 나와요. 가끔 지갑이나 가방도 올라오는데 돈 되는 것은 없데요."라며 웃었다.
심 회장의 청소선도 6번이나 바뀌었다. 또한 청소선에 올려진 1.5t짜리 굴착기는 그가 지난 해 2월 보름간 궁리 끝에 굴착기의 앞부분을 사람 손처럼 수중의 쓰레기를 쉽게 집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이들 부부가 태화강에서 건져낸 쓰레기는 4.5t트럭 2000대 분량 정도. 한편 선박 건조비, 협의회 운영지원비 등 태화강에 부은 사비도 '수십억'은 될 것이라고 회원 유 씨가 귀띔했다.
회원 유 씨는 울산문인협회 시분과위원으로도 활동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태화강을 소재로 시를 쓰는 등 관심을 갖고 자주 강에 나왔다 심 회장 부부가 하는 일을 보고 지난 2004년 협의회에 가입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2002년부터 태화강 살리기 시민환경감시원 활동을 하면서 포털 사이트에 태화강 소식이나 자신의 글을 올리고 있다. "지금 별도로 운반선 하나를 만들고 있는데 올 가을에는 옛날 하수도 주변에 고여 있는 오폐수를 운반선에 담아 육상의 펌프차량으로 바로 옮길 계획이에요. 그렇게 되면 태화강이 훨씬 깨끗해 질 겁니다. 청소를 하다 오물이 얼굴에 튀고 할 땐 아무 생각이 안 나지만 그래도 강이 맑아지고 있다는 보람에 삽니다. 태화강이야말로 우리 울산의 희망이란 생각이 들어요"라며 심 회장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태화강 바지락 다시 맛보나
- 市, 채취 양성화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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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어로 단속으로 바지락 채취 선박들의 발이 묶여있는 태화강 하류 '바지락 촌'의 모습. |
울산 태화강 하류엔 바지락이 많다. 명촌교에서 현대자동차 부두에 이르는 하류는 과거 바지락밭이었다고 한다. 각종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지난 82년 태화강이 수질오염지역으로 지정됐고, 87년 이후 이 일대의 어업허가가 소멸돼 바지락 채취 등 모든 어업행위가 불법이 됐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 일대에는 바지락을 채취하는 40여 가구가 있는 것. 집단 촌락을 이뤄 음성적으로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이곳 '바지락 촌'은 을씨년스럽다. 강가에 따닥 붙은 판자집들은 아예 문이 잠겨 있고 집앞에 배가 매여 있지만 인적은 드물다. 배가 움직이면 바로 단속반이 뜨기 때문이란다.
울산시도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바지락 채취를 양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태화강 하구 6개 지점을 대상으로 지난해 2월 실시한 1차 조사에선 바지락의 납 수은 카드뮴 함유량이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간 바지락이 1000여 t 생산될 경우 15억~20억 원의 신규소득 경제효과가 예상된다는 조사도 나왔다. 그러나 1회성 조사인데다 종합적인 판단이 어려워 시는 지난해 9월 보건환경연구원에 '새로운 바지락 어장 개발을 위한 안정성 조사'를 의뢰해놓은 상태이다. 올 11월말까지 결론이 난다고 한다.
울산시청 항만수산과 내수면어업 담당 조평래(44 )씨는 "바지락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지점에 수심 1~6m 정도의 모래가 섞인 뻘 속에 주로 서식하는데 용역 결과 안전성이 검증되고 자원량이 확인될 경우 시는 자원의 적정 이용과 바지락 명소 개발을 위해 선착장 정비와 내수면 어장 개발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