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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지공간 없이 건물만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부산 동구 수정동 일대.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부산에는 회색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한일월드컵 2005년 부산APEC 정상회의 개최를 전후해 잠시 불던 녹화바람은 더 이상 불지 않고 있다. 5년 전 본지를 통해 지적됐던 '회색도시 부산'의 '4무(무비전 무예산 무조직 무관심) 현상'은 지금도 변함없다. 공원녹지에 관한 한 그동안 타 광역시와 비교하면 부산은 뒷걸음질쳤다는 것이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회색도시 부산을 극복하고 녹색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부산, 녹지 비전을 찾자'는 주제로 4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제안한다.
▲부산의 공원녹지 수준은=부산의 공원녹지는 열악하기 그지 없다. 7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민이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1인당 생활권 공원녹지 면적은 2007년 현재 1.86㎡로 지난 2002년말의 1.07㎡보다 늘었다고 한다. 정확한 데이터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2005년 서울시의 1인당 생활권 공원녹지 면적이 4.58㎡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편이고 뱅쿠버의 23.5㎡, 뉴욕 14.1 ㎡, 상하이 9.2㎡ 등 세계 도시에 비해선 매우 낮은 편이다. 중국 상하이의 경우 10년 전 1인당 생활권 공원녹지 면적이 2㎡이던 것을 녹색도시 만들기를 추진, 매년 800㏊의 공원녹지를 확보해 오늘날 세계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2003년 10월 '2020 부산녹화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이 플랜에는 부산시의 1인당 생활권 공원녹지 면적을 2011년 2.5㎡, 2020년 3.0㎡로 잡고 있으나 이 플랜에 제시된 도시녹화추진본부 설치와 자치구군의 실행계획 수립과 같은 행정조직이나 예산 확보 등 기본적인 부문이 시행 1년차인 2004년부터 계획에 반영되지 않고 있어 이러한 플랜이 형식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서울시는 체감 녹지 확보를 위해 최근 10년간 매년 평균 2500억 원의 예산을 공원녹지조성사업에 투자했다. 인천시의 경우 도심내 공원 조성을 위해 지난 88년부터 2004년까지 10만6000평 부지에 1525억 원을 투자해 중앙공원을 만들었고, 또한 1276억 원을 들여 89만 평의 인천대공원을 조성했다. 부산시는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62억 원의 예산을 들여 APEC나루공원 APEC평화공원 동백섬공원 등 3개 공원(총 면적 28만여 ㎡)을 조성한 것이 그나마 성과라 할 수 있다. 부산시의 공원녹지는 도시계획법상 권장 1인당 공원면적 6㎡, 세계보건기구 권장 1인당 공원 면적 9㎡과는 너무나 먼 현실이다.
▲공원녹지 예산 얼마나 투자하나=부산시의 공원녹지에 대한 외면은 예산에 잘 나타난다. 부산시의 올해 일반회계 3조8098억 원 가운데 공원녹지 투자사업비는 192억 원으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5%에 불과하다. 녹지공원과의 투자사업비 예산은 2003년과 2004년의 경우 푸른부산 가꾸기 사업 예산이 별도로 있어 사업비가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2005년부터는 이와 관련된 예산이 없어졌다. 올해 녹지공원과의 경상경비를 제외한 예산은 373억 원으로 책정돼 있으나 이중 109억 원은 산림병해충 방제용으로 도심 녹화와는 관계가 없다.
문제는 이러한 공원녹지투자비가 타 광역시와 비교해 5~10년 누적분으로 보면 부산시의 예산 투자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전국 7대 도시의 공원녹지 투자사업비를 보면 부산시는 119억 원으로 시 일반회계 3조450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34%로 7대 도시 중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천시가 일반회계 예산 2조614억 원 중 686억 원(2.80%), 2조267억 원인 대구시가 436억 원(1.92%), 1조689억 원인 울산시가 298억 원(2.80%)임을 고려하면 부산시의 경우 녹색도시 부산 만들기에 대한 의지가 아예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조직 인력은 어떠한가=부산시는 녹색도시 만들기를 위한 조직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부산시의 경우 녹지공원과 1개과에 조경기획·녹지 등 6 담당이 있는데 인원은 총 26명으로 담당별 평균인력이 4.3명이다. 서울시가 1국 3과 15담당 총 87명으로 담당별 평균인력이 6.2명이고, 대구시가 1과 5담당 29명으로 담당별 평균인력은 5.8명, 대전시도 1과 4담당 20명으로 담당별 평균인력은 5명인데 비하면 부산시의 공원녹지 담당 인력이 절대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조직체계도 부산시 녹지공원과는 도시계획국에 속해 있다. 인천 대구 등 대부분 광역시의 녹지공원과는 환경(녹지)국에 속해 있다. 부산시는 지난 91년 이래 환경녹지국 산하에 있던 공원과와 녹지과를 녹지공원과로 통합해, 98년 도시계획국으로 옮김으로써 업무추진상 비효율성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의식을 돌아보면=부산의 공원녹지와 관련해 도시 경영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의식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기적인 시민의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부산시 녹지공원과 관계자는 "공사 감독을 하다보면 시민들의 녹화에 대한 이해심 부족도 보이는데 주유소 상가 앞 가로수 녹화의 경우엔 영업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해 공사를 방해하거나 일부 가로수를 훼손하는 사례도 있다"며 "이러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산의 좁은 보도를 넓히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에 푸른부산 가꾸기사업이 민관 협력으로 전개돼 교차로 녹화, 중앙녹지분리대 조성, 쌈지공원 조성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국제 행사가 끝난 뒤 시나 시민의 관심이 줄어들어 시의 관련 조직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또한 부산시도 시민의 녹화의식에 대한 기초 수요 조사조차 근년에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녹색희망을 찾기 힘든 우울한 회색도시에 머물고 있다.
동아대 도시조경학부 김승환 교수는 "일본 오사카의 경우 1960년대 일본에서 공원녹지 사정이 가장 열악할 때 '녹화 100년 계획'을 구상하고 녹화추진본부를 설치해 지금은 일본에서 녹색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며 "부산에 가장 필요한 일이 세계 도시 부산을 위한 녹화의 비전을 민관이 함께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