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낙동강 하구 강변도로 가로수의 대표 수종인 후박나무들이 대부분 말라 죽었으나 보식이 되지 않아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도심 녹지는 '도시의 얼굴'이다. 지난 2002년과 2005년 부산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각종 국제행사를 맞아 부산시는 '푸른 부산 가꾸기' 사업에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여 곳의 교차로, 28개소의 쌈지공원 등을 조성했다. 시는 지난해 43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4만8000㎡의 도심에 8만7000여 그루의 꽃나무를 심었다. 이들 녹지는 지금 어떠한가. 지난 9일 남정칠 동아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와 김석규(공학 박사) 능전환경생태연구소장과 함께 부산 서대신동 교차로~부산역~부산터널~낙동강 강변도로~주례삼거리~평화시장 등 시내 중심지의 녹화 실태를 한 번 둘러봤다.
 |
| 사상구 주례삼거리 상가 인근 가로수가 새시에 가위 눌려있는가 하면(사진 위) 전깃줄에 감겨 고문을 받고 있다. |
▲녹화사업 현장을 한번 둘러보니=우선 서구 서대신동 교차로 녹화는 쌈지공원 역할도 겸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벽천이 있으나 비용문제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쉬웠다. 부산역 앞 도로와 부산터널 입구의 중앙분리대 녹화는 전포로나 가야로에 비해 몹시 빈약했다. 부산역 앞 분리대의 당종려는 대부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잎이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이는 중앙분리대의 녹화 폭이 1m 밖에 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부산지역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 수종 선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터널 앞 분리대의 주목도 잎마름 현상이 나타나 이 또한 적응에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터널 입면 녹화는 좋았다.
중구 중앙동 중앙로 일대의 버즘나무는 너무 심하게 전정이 돼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낙동강 강변도로의 후박나무 가로수는 대부분 성장이 안 되거나 죽어가고 있었고 곳곳에 이빨 빠진 것 처럼 비어있었다. 종가시나무 등 다른 나무로 교체된 경우도 전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반대쪽의 후박나무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잘 자라는 편이었다. 이곳의 후박나무는 지난 2001년 한파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또한 도로 인근의 큰 나무들의 가지가 대형 차량에 부딪혀 부서졌지만 방치된 경우도 곧잘 눈에 띄었다.
사상구 주례삼거리의 상점가 주변 가로수는 입간판, 물건, 오토바이, 쓰레기, 전선 등을 나무 주변에 방치해 생육에 큰 지장을 받고 있었다. 수목지주대와 홀덮개 등이 파손된 경우도 많았다. 동구 범일동 평화시장 입구 교차로의 경우 후박나무가 거의 다 말라죽은 상태였고 화단 주위에 쓰레기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서면교차로나 가야로 중앙분리대 녹화 등 대부분의 대형 녹화사업 현장은 잘 관리되고 있었다.
김석규 소장은 "가로수와 중앙분리대 등에서 일부 식재의 수목 선정이 잘못됐거나 수종관계 없이 식재기반 조성이 된 경우가 보였고 고가도로 밑의 식재는 수분공급 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 등 보다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공원녹지 사후관리 어떻게 하나=부산시 녹지의 사후 관리업무는 시와 구군으로 나뉘어진다. 시가 관리하는 것은 녹지사업소와 서면 ·문현 교차로 등 14개 교차로, 공항로·가야로 등 중앙분리대 3곳, 강서산단 등 모두 23개소로 면적은 213만5000여㎡이고 관리 대상 수목은 약 121만 그루이다. 이에 필요한 관리예산은 38억여 원이지만 실제 배정액은 10억 원에 불과하다. 부산시의 녹지관리예산은 필요예산의 43% 정도만 확보된 수준이다.
지역의 가로수는 대부분 일선 구청에서 맡아서 관리하고 있는데 구청의 녹지 관리예산은 더 열악하다. 연제구청의 경우 낙엽수 4859 그루, 상록수 430 그루에 대해 겨울철에 기본 전정, 여름철엔 가벼운 전정을 하고 비료를 주거나 병충해 방지 및 지주목 보수, 제초작업, 물주기 작업 등을 해야 한다. 이에 소요되는 연간 비용은 3억6000여만 원. 그러나 예산 확보액은 2억1000여만 원으로 1억5000여만 원이 부족하다. 서구청의 경우 낙엽수 1673 그루, 상록수 1137 그루 관리에 2억4000여만 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확보된 예산은 4900여만 원뿐이다. 부산시 16개 구군의 사후 녹지관리 예산은 125억8900만원이 필요하나 확보된 예산은 54억2300만 원으로 79억6600만원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일선 구청은 상시인력 4~5명을 고용하고 있고, 필요시 하루 20~40명의 녹지인부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시 녹지공원과 유도형 녹지 담당은 "전체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기별로 계획을 세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녹지부분은 생명을 다루는 것이어서 기술적인 어려움이 크다"며 "특히 부산의 경우 여름철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가로수 관리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대책은 뭔가=지난 2004년 9월 동아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김승환 김석규 조사팀은 '푸른부산 가꾸기사업에 대한 시민모니터링 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들 조사팀은 부산 시민 850명을 대상으로 푸른 부산 가꾸기사업을 통해 가장 많이 개선된 분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로녹화(58%)' '쌈지공원 및 자투리땅녹화(21%)' '옥상·입면녹화(15%)' '담장허물기(10%)' 순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도 가로녹화가 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등을 준비하면서 가로수 보완공사 및 교차로 녹화 등이 시민들에게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녹지로 다가왔다는 의미일 것이다.
녹화 실태를 둘러본 남정칠 교수는 "도심 녹지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선 부산시가 중장기적인 녹화정책을 세워 녹지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녹지관리공단과 같은 전담 조직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며 "수종 선정 등에 대해선 특히 도시녹화추진자문위원회의 자문을 실질적으로 받고 담장 허물기나 옥상·벽면 녹화 등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