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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6> 육방예경

얽히고설킨 인간사, 내 할 도리를 일깨우는 말씀들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0-16 21:45:5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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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방예경'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남편과 아내 등 사람들이 사회 속 '관계'에서 지켜야 할 실천덕목과 윤리를 논리적으로 설하고 있다. 신라대의 올해 '스승의 날' 행사 모습. 국제신문DB
사람은 누구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는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또는 아들이며 스승이거나 제자다. 혹은 아내이거나, 딸이 되기도 하고 며느리가 되기도 한다. 윗사람이 되기도 하고 아랫사람이 되기도 하며 동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그 누구라도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존재 방식이 그러했기에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기본 덕목에 대해 자세히 설해놓은 경전이 있다. 바로 재가불자들이 지켜야 할 실천덕목과 윤리를 자세하고도 논리적으로 설해놓은 육방예경(六方禮經)이다. 이 경전은 부처님의 초기의 말씀을 모아놓은 아함경에 속하는 원시경전으로, 선생이라는 장자와 부처님의 대화로 이뤄져 있어 선생경이라고도 불린다.

육방예경에서 부처님은 선생이라는 장자가 아버지의 유훈을 따라 여섯 방향에 예배하는 것을 보시고, 육방에 예배하는 진정한 의미를 일러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도리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육방이란 무엇인가? 동, 서, 남, 북, 위, 아래를 뜻한다. 동쪽은 부모에 대한 예배다. 서쪽은 아내와 자식, 남쪽은 스승, 북쪽은 동료에 대한 예배를 상징하고 있다. 위는 사문, 바라문 등 모든 행이 높은 사람에 대한 예배이며, 아래는 고용인에 대한 예배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내와 자식, 고용인을 예배하라는 대목이다. 2600여 년 전 이미 남녀, 지위 고하, 노소를 떠나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는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내용은 재미가 있다. 그리고 찔리는 사람들 더러 있을 것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남편으로서 아내를 예배한다는 것은 아내를 마음으로 존경하는 것이며, 타인 앞에서 아내를 경멸하지 않으며, 정조를 지키며, 가사를 처리할 권한을 주어야 하며 장신구를 사주어야 한다. 남편으로서 이러한 의무를 다할 때 그것이 아내에 대한 예배가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현실적인가? 아내를 예배한다는 것에 장신구까지 언급돼 있으니. 스승에 대한 예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스승에 대한 올바른 예배에서도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로 이어지는 예경하고 공양하며, 존중하고 우러러 받들며, 스승의 가르침을 공손히 따르는 것 등보다 우선하여 필요한 것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만 봐도 예배가 얼마나 물질과 정신의 조화로운 행위로서 완성되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육방예경은 길지 않은 데다 내용이 퍽 현실적이고 쉬워서 단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반면, 육방에 대한 예배와는 동떨어진 자신과 대면하기도 쉽다.

육방예경은 뜬구름 잡는 맹목적이고 신비적인 종교행위를 경계한다.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잘 살아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할 도리와 의무부터 챙겨 보아야 한다. 남 탓하기 전에, 상대에게 기대하기 전에, 우선 나부터 상대를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부메랑의 원리처럼 간단하고 명백한 도리다. 또한 '나'라는 존재는 한 가지 역할만 고집할 수 없는 존재원리를 갖고 있다. 영원히 자식일 수 없고, 언젠가는 부모가 된다. 지금은 며느리지만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될 것이며 동시에 아버지이면서 자식이기도 한 것이다. 육방예경은 바꾸어 말하면 모든 방향, 즉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향해 예배하는 정신을 말함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에 대한 공경, 제 위치에 대한 자부심부터 우뚝 서야 함을 일깨우는 경이다.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아내는 아내로서, 남편은 남편으로서, 제 할 바 의무와 도리를 다해야 시시때때로 돌아가는 인연 따라 예배의 참뜻을 실현해 낼 수 있기에 그러하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내 주위를 돌아보며 고마움을 표하고 육방예경을 나침반 삼아 스스로의 위치와 할 도리를 짚어보기에 좋은 때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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