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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리포트 <3-7> 산복도로에 살다:감천 2동 태극도 마을의 변신

생기 잃은 골목에 새 숨결 불어넣은 발랄한 예술혼

1980년대 비해 인구 절반가량 줄며 슬럼화 현상 가속화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공미술 프로젝트, 곳곳에 조형물 설치 관광명소로 급부상

마을 빈집 활용 문화예술촌 조성…관광상품화 꾀해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0-03-08 20:36:42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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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터전을 보존하고 좀더 아름답게 가꾸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가파른 산동네에 정착한 이들에게 산복도로는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역사의 현장이자 삶의 근거지다. 오랜 세월 소외돼 왔던 산동네 마을을 살아 숨쉬는 예술의 중심지로 만드는 즐거움이 그들을 들뜨게 한다. 꿈을 실현시키며 예술을 창조하는 10인의 젊은 작가들, 예술과 생활을 통합시킨 산복도로 주민들이 털어놓는 뜨거운 이야기를 들어보자.

■ 민족문화 원형·전통과 맞닿다

   
부산 사하구 감천2동 태극도 마을 감정초등학교 맞은편 골목에 설치된 조형물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 주민들의 소망이 적힌 철판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달려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부산 사하구 감천2동은 한국전쟁 때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에 의해 판잣집과 초가집 40여 채가 들어선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됐다. 이후 1955년 부산 중구 보수동에 본부를 둔 태극도 신앙촌 3000여 가구가 이곳으로 집단 이주하면서 일명 '태극도 마을'로 불리게 된다. 1980년대만 해도 인구가 3만 명에 달했던 이곳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인구가 줄기 시작해 지금은 1만1600명 정도 살고 있다. 빈집도 늘어 군데군데 300여 채에 달하는 등 갈수록 슬럼화되는 상황이다.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태극도 마을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 예술창작단체인 아트팩토리인다대포(대표 진영섭) 주도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 예술인들은 낡은 마을과 골목길의 가치를 발견하는 활동의 하나로 3개월간 국비 1억 원을 들여 마을 곳곳에 조형물 10점을 설치했다. 마을 주민들과 작가, 사하구청 직원이 함께 공공미술 작업에 참여했다. 감천고개 정상의 감정초등학교 담벽엔 감천2동 우리누리 공부방 학생 20여 명의 꿈과 소망이 적힌 풍선이 달려 있다. 박은생 작가의 '내 마음을 풍선에 담아'라는 작품이다. 또 주민들이 모은 재활용 유리병으로 무지개 형상을 만든 작품 '무지개가 피어나는 마을'은 침체된 마을에 꿈틀대는 생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감정초등학교 맞은편 골목 안에 설치된 조형물 '달콤한 민들레의 속삭임'에는 '부자 되세요',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등 주민들의 소박한 소망이 적힌 철판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빼곡히 달렸다.

이 같은 변화 덕에 좁은 골목길에는 일본의 아시아도시경관디자인학회, 국제슬로시티연맹, 영화 제작자 등 국내외 전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감천2동 주민자치위원회 김성천 위원장은 "작가들이 조형물을 설치할 때는 주민들이 반발했지만, 국내외에서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주민들이 애향심과 긍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 김모(55) 씨는 "마을이 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지로의 개발 못지 않게 주민 입장에서 계속 살고 싶은 마을이 되도록 생활환경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부산의 마추픽추' 명소로 부상

   
감천2동은 이제 '부산의 마추픽추'로 불리며 골목길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광부의 '2010 콘텐츠융합형 관광협력사업'에 선정돼 이달부터 국·시비 등 2억2000만 원으로 문화예술촌이 조성된다. 마을의 빈집을 예술창작실 혹은 갤러리로 개조하거나 북카페, 식당, 민박집 등으로 만들고, 마을 공터와 옥상을 생태정원으로 바꾸는 등 주민 생활환경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또 미로 같은 골목길을 다니며 역사와 생활상, 예술작품을 발견하는 이색관광 상품도 만들 계획이다.

진영섭 아트팩토리인다대포 대표는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용두산공원 등 주요 관광지와 10분 거리로 가깝다. 또 천마산 조각공원에서 감천동 마추픽추로 이어지는 길은 남해안을 한 눈에 조망하며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명품 산책코스"라며 테마관광지로의 발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민의 생활공간에서 이뤄지는 작업인 만큼 마을 주민들의 도움과 참여는 절대적이다. 최근에는 감천2동 주민 대표, 아트팩토리 운영위원, 문화예술단체, 구청 관계자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마추픽추 문화마을 운영협의회'가 구성됐다. 감천2동 주민센터 김욱경 동장은 "협의회를 중심으로 체험형 코스, 골목길 투어 등 주민과 관광객이 소통하는 관광자원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조정화 사하구청장은 "문화예술촌이 조성되려면 한 두 해 반짝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광 프로그램 개발과 연계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시티투어 코스 등과 연계한 지역 관광벨트를 구축해 세계적 명소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진영섭 아트팩토리인다대포 대표

- 공동체적 감수성 품은 매력적인 태극도 마을…문화중심지로 만들 터

   
감천2동 태극도 마을을 '부산의 마추픽추'로 만든 주역인 진영섭(52·사진) 아트팩토리인다대포 대표. 그는 70곳이 넘는 부산의 수많은 산복도로 중 왜 감천2동을 택했던 것일까. 진 대표는 특유의 가로형 골목 구조로 미로처럼 얽힌 '길의 미학'을 꼽았다.

"다른 산복도로는 세로 형태의 골목길인 데 반해 감천2동은 가로와 세로로 뻗어진 수많은 골목길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나지막한 집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단식으로 층층이 들어선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풍경입니다."

옥녀봉 기슭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슬레이트 지붕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만들어낸 독특한 경관도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서로 배려하며 살을 부비고 사는 민족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라며 "골목길의 터줏대감인 가게들과 앞집 지붕과 맞닿은 길 등은 관광객으로 하여금 따뜻한 정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감천2동이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융합형 관광협력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이곳을 문화예술촌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그는 "이곳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마을을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이곳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과 함께 산복도로 마을을 가꾸기 위해 작업장 등으로 사용할 빈집 한 채를 사비로 사들이기도 했다. 마을 밖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상적인 공동체적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의지다.

"이곳은 문화 예술적 소재가 무궁무진한 곳이어서 앞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산복도로가 될 것입니다. 공공미술과 문화 콘텐츠가 연계된 창조적인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해 감천2동이 활력을 되찾고 문화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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