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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2010 다이내믹 부산 희망원정대 <3> 캉첸중가 등정기-3신:정상에 서다

3전4기 끝에 전대원 무산소 등정… `부산갈매기` 세계3위봉 안착

강풍·눈보라에 전진캠프 유실 식량고갈 등 난관

세 차례 눈물의 후퇴 후 김창호 서성호 대원 성공

전 대원 무산소 등정은 세계 등반사 초유의 쾌거

"정상 허락해 준 '山神'과 부산시민 성원에 감사"

  • 국제신문
  • 네팔 히말라야=홍보성 원정대장, 정리=이승렬 기자
  •  |  입력 : 2010-05-06 21:20:1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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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다이내믹 부산 희망원정대 대원들이 지난달 28일 캉첸중가 정상부 설사면을 러셀로 통과하고 있다.


우리는 부산시민의 염원을 캉첸중가(8586m) 정상에 올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베이스캠프 도착 이래 무려 세 번이나 정상 도전을 감행했지만 결코 세계 제3위봉은 우리를 선뜻 받아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마지막 캠프(7550m)에서 강풍에 밀려 등정의 꿈이 좌절됐다. 두 번째는 돌풍으로 캠프2(6900m)의 텐트가 흔적없이 사라져 대부분의 등반장비와 식량을 잃어버렸다. 세 번째는 8150m까지 진출했으나 고소포터의 동상 증세로 다음을 기약하고 통한의 후퇴를 단행했다.

이런 과정에서 2007년 K2와 브로드피크 등정 후 3년 만에 원정대에 합류한 김진태 대원은 두 차례나 크레바스에 추락하는 위기를 모면한 충격으로 "후배 대원들에게 짐이 된다"며 캉첸중가 등정의 꿈을 접고 말았다.


■세 번의 도전 실패… 마지막이란 각오로 다시 출발

캉첸중가 8250m에 위치한 쿨와르(바위틈)를 통과하고 있는 대원들.
베이스캠프에 입성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가운데 부족한 장비와 식량이 카트만두에서 도착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기압골의 영향으로 오후가 되면 5000~6000m대에 어김없이 눈이 내렸다. 제트기류의 가장자리에 접하면서 그 영향으로 정상부에 순간 최대풍속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불어댔다.

고산등반은 날씨가 승패를 좌우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날씨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기상예보관은 제트기류는 예상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4월 28~29일 정상부에 초속 11~13m 정도로 바람이 약해진다는 예보였다.

드디어 기회는 왔다. 모두의 기도가 효험을 발휘한 것이다. 산에서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각자가 알고 있는 모든 신(神)을 떠올린다. 우리 모두는 무신론자지만 캉첸중가의 빙하, 설원, 암벽, 빙벽 등을 범신(凡神)으로, 정상을 유일신(唯一神)으로 생각하고 있다. 간절히 바래야만 캉첸중가의 신도 우리에게 정상을 잠깐 내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정상 도전을 앞둔 베이스캠프는 폭풍전야 같은 정적이 흐른다. 어느 누구도 선뜻 정상을 쉽게 얘기하지 않았다. 너무도 침착하고 별다른 준비도 필요 없었다. 다만 대원들의 눈빛이 각오와 의지를 말해 줄 뿐이다. 우리는 정상등정 예정일을 지난해 마나슬루(8163m) 등정일이었던 4월 28일로 정했다.

캉첸중가 '촛대바위'를 돌아 설릉을 오르는 대원들. 해발 8450m 지점이다.
4월 25일. 4일간 휴식을 취한 김창호 서성호 대원은 고소포터 2명과 함께 '마지막 도전'이라는 각오로 베이스캠프를 출발, 3일 만에 캠프3에 진출하여 휴식에 들어갔다. 대원들은 긴장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휴식은 정상으로의 운행에 꼭 필요한 것이다.

오후 6시부터 등반준비가 시작됐다. 당초 계획대로 고소포터 2명은 캠프3~8150m 구간에 이미 설치된 눈에 파묻힌 고정로프를 파헤치기 위해 오후 8시께, 대원들은 오후 9시께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발 7500m~정상까지 구름으로 뒤덮여 눈이 내렸고, 저지대로부터 차올라온 가스로 가시거리가 10m도 채 되지 않았다. '화이트아웃'이었다. 이곳에 도착한 이래 거의 매일 오전에는 쾌청한 날씨를 보이다가 오후가 되면 싸락눈을 뿌렸고 어둠이 밀려오면 캉첸중가의 검푸른 연봉들은 별빛을 품었었다. 보기 드문 날씨 패턴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인 다음날 새벽 2시께 서북서풍이 북서풍으로 바뀌면서 구름과 가스가 말끔히 걷혔다. 그러나 정상을 향해 출발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정상 등정 후 하산할 때의 안전을 고려, 등정 시도를 하루 연기했다. 우리에게 또 한 번의 불행을 예고하는 듯했다.

이른 아침 고소포터들은 정상으로 향하는 설사면에 묻힌 고정로프를 꺼내기 위해 루트 정리 작업에 나섰다. 대원들은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운 탓에 태양이 텐트를 비춰줄 때까지 억지로 잠을 청했다. 갑자기 바람이 몰아치자 텐트는 푸르르 떨렸고 천장에 얼어붙었던 얼음가루가 침낭사이로 노출된 코와 눈 주위에 떨어졌다.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릴 뿐 어떠한 행동으로 저항하기엔 고도가 너무 높고 모든 것이 귀찮았다. 심지어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다.

이들은 내일의 등정을 위해 억지로 쉬고 있었다. 해발 7550m 고도에서 쉰다는 것은 가만히 누워 있어도 인체는 서서히 죽어간다는 말이다. 그래서 히말라야 등반가들은 조소적인 말투로 7300m 이상을 '죽음의 지대'라고 부른다. 높은 고도, 희박한 공기,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그에 따른 무기력증은 내면의 의지를 꺾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꿈이 있다. 캉첸중가! 우리의 꿈은 이 봉우리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더욱이 무산소로, 어떠한 인공적인 도움 없이 자신의 힘만으로 오르려 하고 있다.


■두 대원 17시간 25분간의 사투 끝 정상 등정

정상 등정을 완수하고 눈덮인 암벽을 내려서고 있는 김창호 대원.
비몽사몽간 하루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4월 28일 저녁 각자 정상을 향할 짐을 챙긴다. 팀원들이 있다한들 이곳에서는 자신 외에는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쉽게 이루어지는 꿈이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깊은 계곡을 품은 산이 높듯, 고통에 맞서 싸우고 자신을 이겨낸 자야말로 그 체험을 통해 인간 인식을 한 걸음 더 확장시킨 진정한 승리자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등산이다.

등반준비가 끝난 이들은 텐트 문을 나서 먼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별이 쏟아졌다. 오후 7시 30분께 고소포터가 출발했고, 8시께 대원 2명이 캠프3를 나섰다. 말없이 들숨과 날숨, 오른 발과 왼발에 리듬을 맞춰 설원을 올라 가파른 빙벽에 매달렸다. 얼어붙은 빙벽은 불타는 욕망에 녹아내렸다. 이들은 오르고 또 오르려는 네 마리의 짐승이 되어 어둠 속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수직으로 바짝 선 설·빙벽을 기어올랐다.

음력으로 보름, 오후 9시께가 되자 캉첸중가 남봉을 돌아 떠오른 휘황한 달이 얇은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캉첸중가 주봉과 서봉(얄룽캉) 사이에 난 꿀와르(홈통)로 루트는 연결되고 있었다. 이들은 등용문(登龍門)의 폭포를 헤엄쳐 오르는 승어(昇魚)가 된다. 세 번의 정상 도전 실패, 그것은 우리에게 부끄러움이 아니다. 단지 다시 도전해야 할 시간이 더 주어진 명제일 뿐이었고 네 번째 길을 나선 것이다.

오전 4시께 8150m 지점을 통과, 세 번째 시도에서 돌아섰던 지점부터 고정로프를 계속 연결해 나갔다. 8000m대에서는 작은 동작 한 번으로도 숨을 몇 번이나 헐떡이게 한다. 긴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렸다. 얄룽 빙하 아래로 희미한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입과 코에서 나온 입김으로 앞가슴 옷자락은 하얀 성애로 버석거렸다. 코 밑 수염에는 고드름이 여럿 매달렸다.

두 눈은 빛을 갈망하고 온몸은 따스한 햇볕을 희망했다. 출발한 지 10시간의 운행으로 서쪽안부로 이어지는 꿀와르를 벗어나 우측 바위지대를 올라섰다. 루트의 난이도는 예상보다 높았다. 한 구간은 90도 수직의 10m 암벽이 떡 버티고 있었다. 캉첸중가는 세계 제2위봉 K2(8611m)를 오를 때보다 더 많은 인내와 에너지를 요구했다.

서릉에서 뻗어 내린 첫 번째 바위 지릉부터 등반 방식을 달리했다. 속도를 내기위해서였다. 하나의 줄에 4명이 5m 간격으로 묶고 동시 운행을 시작한다. 바람은 없었고 햇빛이 들기 시작했다. 자일로 서로의 몸을 연결해 가파른 바위지대로 진입, 한발 한발 고도를 높이며 나아갔다. 차가웠던 체온도 열기로 차올랐다. 걷는 속도는 힘을 더한다. 바위 틈새에 박힌 록 하켄(바위에 박는 쐐기)에 매달린, 근래 다른 등반대가 설치했던 로프를 찾아 사용하기도 했다. 중간 중간 추락을 방지할 새로운 로프가 설치되고 위험한 구간에서는 한 명씩 횡단하며 지나갔다. 오전 9시 20분께 2000년 봄시즌 엄홍길 대장이 정상을 향하다 불시에 비바크했다는 8450m 지점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보통 사용하는 것보다 색다른 노란색 빈 산소통이 하나 있었다.

세계 제3위봉 캉첸중가 정상에 선 김창호(왼쪽) 서성호 대원.
이들은 출발 13시간여 만에 처음으로 일명 '촛대바위' 처마 밑에 멈춰 보온병의 뜨거운 물을 한 잔 마셨다. 당초 정상 등정을 예상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베이스캠프와 무전교신을 했다.

한국은 1987년 대륙산악회를 시작으로 8개 팀이 캉첸중가에 도전, 9명이 정상에 오르고 3명이 사망했다. 팀의 규모로 보아서는 우리 팀이 가장 작다. 이전에 무산소로 등정한 1명이 있었지만 대원 전원이 무산소로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오른다는 건 그 만큼의 고통을 수반한다.

'촛대바위'부터 서성호 대원이 러셀(눈을 헤치며 길을 만드는 것)하며 선등한다. 그 뒤로 고소포터 2명이, 그리고 김창호 대원이 후미에서 등반을 주도했다. 태양은 따뜻함을 제공하지만 온 몸의 진을 쏙 빼앗아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차츰 주위에 높았던 자누, 탈룽, 카브루 봉이 발치 아래로 머리를 숙인다. 서쪽으로 마칼루, 참랑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진다. 정상을 향해 우측으로 횡단하자 가파른 암벽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4m 하강, 60여 m 더 나아가 천정으로 된 바위 밑을 지나자 눈이 흩날려 만들어진 움푹한 분지에 도달했다. 얼굴 높이의 바위에 록 하켄이 박혀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자 정신이 맑아왔다.

바위 모퉁이를 우측으로 돌아 오르고 평평한 설사면을 통과하며 나아갔다. 코발트색 하늘이 스카이라인을 그리며 대원들을 맞았다. 더 오를 곳이 없었다. 감격의 순간, 반대편 너머로 우리가 예전에 올랐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가, 그리고 부탄과 시킴의 경계를 이루는 6000~7000m급 봉우리들이 구름위에 우뚝 솟아 눈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휘날리는 설연과 뿌연 가스로 멀리는 보이지 않았다. 캉첸중가 주위의 얄룽캉, 중앙봉, 남봉 만이 눈앞에 펼쳐졌다. 지평선에 대원들이 선 곳보다 높은 봉우리는 없었다. 4월 29일 오후 1시 25분(한국시간 오후 4시40분)이었다. 두 대원은 인공산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서 표고차 1100여 m의 고도를 극복하고 마지막 캠프를 출발한지 17시간25분 만에 정상에 우뚝 섰다. 세 번의 좌절을 극복한 '부산갈매기'들의 눈물겨운 비상이었다.


■더 위험하고 힘든 하산… 살아 돌아가는 것만이 등산의 미덕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이미 6000m대에는 가스로 가득했고 기온은 급강하하고 있었다. 가슴 속에 충만했던 정상은 어느새 이들을 사지로 내몰 공간으로 변해갔다. 정상을 뒤로하고 마지막 캠프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하산은 오르는 것보다 힘들고 위험했다. 가파른 암벽과 설벽은 한 발 한 발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4명 중 1명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모두 어두워진 절벽 속으로 떨어진다. 입술은 바짝 타 들어갔고 마지막 남은 힘을 짜냈다. 등정보다 살아 돌아가는 것만이 등산의 미덕이다. 하산은 지루했다. 끝이 없는 미로 같았다.

그렇게 5시간15분 만인 오후 7시30분께 캠프3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벌써 날은 어두워진 후였다. 마지막 캠프를 출발한지 23시간30분 만에 상대적 안전지대로 돌아온 것이다.


※ 협찬 : 경남정보대학, mont-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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