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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4> 반야심경

불행 탈출을 위한 시원한 해답이 여기에

3만자의 대반야부를 260자로

세상만사 공하다는 것 깨달으면 그릇된 욕심 버리고 행복해져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21 20:50:4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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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의 감지은니 반야심경 사경(寫經·경전 필사). 연합뉴스
당신은 지금 삶이 만족스러운가? 이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현재의 상황은 늘 고통을 동반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고통이 해결되는가 싶으면 또 하나의 문제가 나타나곤 한다. 사람들이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좀체 평온과 행복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행복은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것도 못 된다. 평생을 두고 꽁무니를 좇아가 보지만, 그 행복이란 게 가까운 듯 멀기만 하다.

행복해지기가 왜 그토록 어려운가를 알고 싶다면 불행의 이유를 역추적해보면 더 쉬울 것이다. 사람이 고통에 휘둘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와 어떻게 하면 불행의 단초가 되는 그릇된 견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하는 핵심을 말해주는 경전이 있다. 반야심경(般若心經)이다.

반야심경의 완전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이며 더 줄이면 심경(心經)이다. 심경이란 핵심, 중심의 뜻으로 대승경전 중 최장편인 대반야부 600권의 진수를 가려 뽑은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약 3만자에 달하는 대반야부 경전을 260자로 뽑아 엮어 그 길이는 길지 않으나 담긴 사상이나 가르침은 녹록지 않다.

괴로움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괴로움에서 벗어날 것인가? 반야심경은 처음부터 그 답을 시원하게 제시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공하며 그렇기에 일체의 괴로움에서 이미 벗어나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왜 괴로운가? 있지도 않은 나를 지키고 이익되게 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대상세계에 집착하여 가능하지도 않은 행복을 찾아 헤매기 때문이다. 우리의 괴로움은 가능하지도 않은 욕심 때문에 생긴 것이며 그 욕심은 세상에 대한 잘못된 견해에서 생긴 것이다.

반야심경에 의하면 세상의 실상은 공하다는 것이다. 공하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연기적으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어지면 이것도 사라진다. 즉 세상의 모든 것은 상호 관계속에서 상호 의존적으로만 존재하고 어떤 조건하에서만 있다고 할 수있을 뿐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상이 다 공하다는 사실을 보게 되면, 즉 나와 세상이 공하여 실체가 없고 다 허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와 세상에 집착하여 잘못된 욕심을 일으키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은 잘못된 욕심이 없으면 우리가 가지는 모든 번뇌망상과 근심걱정과 괴로움과 공포가 사라진다.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세상이 다 공하다는 것을 보게 되면 '마음에 아무런 걸림이 없이 자유로우며 모든 공포와 잘못된 생각이 사라져 마침내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는 언급까지 있었으니 이제 경은 마무리된 게 아닌가 하는 순간, 알맹이 중의 알맹이가 등장한다. 그것이 바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라는 진언이다. 이 진언에서 반야심경의 핵심을 실천하겠다는 염원과 다짐이 끝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언은 해석하지 않지만 반야심경의 진언은 해석되어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가자 가자 저 언덕으로 가자. 저 언덕으로 완전히 모두 함께 가자. 깨달음이여 영원하라.' 이제 목표는 설정되었다. 목표와 다짐을 되뇌이고 되뇌이며 저 언덕으로 가야 한다. 반야심경의 진정한 가치는 세상의 이치를 단순히 논하거나 알리는데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있다. 진리는 설해졌다. 이제 스스로 지혜의 눈으로 세상을 살피고 실천하는 것만이 남겨져 있다.

그렇다면 저 언덕은 어디에 있는가? 반야심경은 말한다. 진정한 행복과 평안인 저 언덕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공함을 보아 나와 세상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바르게 쓰면 이미 도달해 있다고. 우리 모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요지부동의 평정심도 멀리 있지 않음을 반야심경은 짧고 명료하게 일러주고 있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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