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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김동호의 세계 영화제 기행 <21>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할리우드 관문' 넘어 영어권 영화 큐레이터로 위상 급부상

작년 336편 상영, 세계 최대 규모 비경쟁영화제… 美신작 대거 소개

숙원 페스티벌 센터 '벨 라이트박스' 완공, 9월 영화제때 첫 선

전시회·갤러리 쇼로 영화사 새 장 열듯

한국영화 해마다 4, 5편 초청… 북미진출 교두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02 20:10:2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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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국제영화제 상영관 앞에 관객들이 늘어서 스타들을 기다리고 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1억3500만 캐나다 달러의 경제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장 큰 규모의 비경쟁 영화제이다. 매년 100여 명의 상근직 직원과 500여 명의 단기직 그리고 2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북미의 창구로 알려져 있다. 제3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자료에 따르면 총 64개국에서 336편의 영화를 32개의 스크린을 통해 상영하였다. 이중 월드 프리미어가 96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39편, 북미 지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품이 110편에 해당된다. 규모만을 놓고 보았을 때에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흡사하다.

일반인들에게는 토론토 직전에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가 더 꼽히겠지만 근래 들어 영화인이나 산업종사자들 사이에서는 토론토의 위상이 훨씬 더 높아졌다. 토론토를 통해 많은 영화들이 미국영화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이 두 영화제는 개최 시기를 놓고 심심치 않게 충돌하기도 한다.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는 9월 1일에 개막해 11일까지 개최되었고, 토론토는 9월 9일에 개막하여 18일까지 진행되었다. 베니스 영화제 중간에 많은 세일즈 에이전트들과 영화제 마켓의 바이어들이 토론토로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베니스의 신경이 날카로워 지기도 했는데, 마켓의 규모나 실질적인 영향력 면에 있어서 9월의 토론토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토론토 영화제의 성공 비결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세계 최고의 영화 시장이자 공장이라 할 수 있는 할리우드가 가까이 있다는 점을 꼽는다. 토론토에는 할리우드의 다양한 신작들이 소개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스트리 스크리닝 체제와 세일즈 회사들이 저비용으로도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유료 관객은 30만 명 선에 이른다. 하지만 이 영화제가 정작 자국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단편을 포함하여 매년 60여 편 정도의 캐나다 영화를 소개하고 있지만 정작 자국 영화의 국내 점유율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토론토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관문이기보다는 오히려 할리우드 영화가 캐나다를 중심으로 하는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관문이 되는 셈이다. 아무튼 할리우드의 최신작과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는 분위기 자체는 뜨겁다. 북미라는 지리적 장점을 살려 토론토는 비경쟁 영화제이지만 칸, 베니스, 베를린과 같은 경쟁영화제 못지않은 스타 파워와 위상을 자랑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인 카메론 베일리(왼쪽)와 피어스 핸들링.
올해 토론토 영화제는 오랜 숙원이었던 페스티벌 센터를 완공하고 이를 영화제 기간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나뉘어져 있었던 사무국과 호텔들 그리고 상영장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센터의 이름은 '벨 라이트박스(Bell Lightbox)'이다. 이곳에는 프레스센터, 세일즈와 인터스트리 사무실 그리고 영화제 사무실 등이 위치할 예정이고, 갈라 행사가 열리는 로이 탐슨홀과 하얏트 리젠시 호텔이 5분 거리에 있다. 이 영화제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인더스트리 상영은 스코우셔 뱅크 극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모두가 가까이에 놓여 있어 영화제로서의 집중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제63회 칸 영화제 기간 중에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토론토 국제영화제 재단법인의 공동 집행위원장이자 CEO인 피어스 핸들링은 벨 라이트박스를 오는 9월 12일에 개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영화제 개막 사흘 뒤이다.

벨 라이트박스의 프로그램은 토론토 영화제의 예술총감독인 노아 코웬이 맡게 된다. 현재까지 두 가지 중요한 프로그램이 확정되어 발표되었는데 하나는 '본질적 영화(Essential Cinema)'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 현대 미술박물관에서 이미 대성공을 거둔 '팀 버튼'이다. 일종의 개막쇼라고 할 수 있는 본질적 영화 프로그램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시회와 영화 프로그램 그리고 스페셜 이벤트가 그것이다. 전시회는 영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영상과 전시품들로 이뤄져 있으며 특별히 현대예술품 중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은 유명한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영화 프로그램은 이 영화제가 선정한 역대 최고의 영향력 있는 영화 100선에 의거한 작품 중 일부를 일주일간 상영한다. 이와 함께 이 영화제의 시네마테크가 주관해 올해 말까지 100편의 영화를 최소한 두 번씩 상영할 계획이다.

벨 라이트 박스의 완공을 계기로 토론토 영화제는 영화 자체에만 국한되는 산업적인 영화제가 아니라 현대 예술을 아우르고,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영화를 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전시회와 갤러리 쇼가 함께 열리는 교육의 장소로서 새로운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이름만 비경쟁영화제이지 현대 영화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하며 국제적인 영향력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핸들링 집행위원장은 이 새로운 공간에 대해, "풍요로운 영화의 영역을 향한 우리의 문은 지금 일 년 내내 열려 있고, 이제는 영화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험들을 큐레이팅하기를 기대한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제 토론토는 미국으로 가는 관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역할을 넘어서 미국 영화 안에 있는 현대성을 재조명하고, 영어권 영화들을 새롭게 큐레이팅하는 수문장으로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의 변화하는 위상에 발맞춰, 한국영화 시장 역시 토론토의 중요성을 점점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 5월의 칸을 1차 목표로 삼는다면, 이를 경유한 감독들이 토론토를 제2의 도약대로 삼을 정도이다.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빈집',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과 같은 한국 대표 감독들의 영화가 상영되었고, 2005년에는 다섯 편의 영화가 초청받기도 했다.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는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기도 했던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컨템퍼러리 월드 시네마 부문엔 허진호 감독의 '외출'과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이, 이명세 감독의 '형사'는 비전 부문에 초청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는 아직 미개봉이었던 강이관 감독의 '사과'가 디스커버리 부문에서 상영되었다. 이런 경향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섹션에 봉준호 감독의 '마더',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해준 감독의 '김씨 표류기', 한불 공동제작 영화인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가 상영되었다. 해마다 4, 5편 정도의 영화가 꾸준히 초청되면서 한국영화 감독들의 북미 진출에 관한 이야기가 오고 가기도 한다. 토론토가 한국영화를 향한 어떤 관문이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지난 2002년 베를린에서 세계 각국의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담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필자는 그곳에서 토론토영화제의 핸들링 공동 집행위원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비경쟁영화제로서 부산과 토론토의 비슷함을 새삼 다시 느꼈다. 부산처럼 토론토영화제 역시 많은 나라의 다양한 영화들이 선을 보이고, 예의바른 기립박수와 더불어 영화에 대한 뜨거운 격려를 보내는 관객들의 열정적인 참여가 유명한 영화제이다. 영화를 위한 뜨거운 축제의 장이면서 새로운 문화소통의 창구로 서기 위한 공간을 꿈꿔온 것 역시 중요한 공통점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부산보다 한발 먼저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고, 색다르게 바뀐 환경 속에서 토론토가 어떤 색깔을 발하는 영화제가 될지 주목된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영화제 전용건물 '벨 라이트박스'

- 550석 대극장 등 5개관… 42층 건물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영화제 전용건물 '벨 라이트박스'(개념도)가 올해 드디어 완공되어 그 위용을 드러낼 예정이다. 지난 2007년 2월 기공됐으며 높이가 157m에 달하는 42층짜리 건물이다.

누가 뭐래도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건물의 모양이다. 토론토에 있는 세계적인 건축회사 '쿠와바라 페인 맥케나 블럼버그 아키텍츠'사가 설계한 벨 라이트박스는 80석의 작은 상영관과 550석의 대극장 등 총 5개관이 하나의 상자 안에 각 상자들이 들어가 있는 형태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건물 전체에는 3개 층의 아트리움과 두 개의 갤러리 그리고 3개의 학습스튜디오가 있으며 식당과 라운지 등도 함께 들어선다. 대규모 다목적 공간으로 1300석 이상의 좌석을 확보할 벨 라이트박스는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포함하여 최첨단 설계를 자랑하고 있다.

이 건물은 여러 사람들의 후원과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토지는 '고스트버스터즈'로 잘 알려진 이반 라이트만 감독과 그의 자매들이 제공했고, 다니엘스 코퍼레이션에서 2200만 캐나다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댔다. 건축비용은 영화제의 창설 때부터 줄곧 협찬해온 벨사를 비롯 온타리오주, 캐나다 중앙정부, 토론토시, 그리고 영화제의 메인 협찬사이자 공식 은행인 RBC에서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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