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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 1년 - 영업택시 집중해부 <2> 유명무실한 전액관리제

기사 "번돈 다 내겠다" - 회사 "사납금만 받겠다" 13년 갈등

기사 처우 개선위해 법제화

임금협정서 자체 모순, 구체적 지침도 없어

기사·사측 양측 모두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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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이다. 취재팀은 지난 13일 이에 대한 부산시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취재팀 = 부산 지역 택시업체 가운데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데가 있는가. 부산시의 공식적인 입장을 듣고 싶다.

▶부산시(대중교통과 사무관) = 전액관리제? 내가 택시만 맡고 있는게 아니라…(해당 공무원은 2009년 4월부터 택시 업무 전담)

-취재팀 = 전액관리제가 시행된지 13년이 넘었다. 관할관청으로 전액관리제의 시행 여부와 위반업체에 개선명령, 시정조치, 과태료를 매긴 곳이 한 곳이라도 있었는가.

▶부산시 = '…'. 택시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사간 임단협을 만든 것으로 안다.

-취재팀 = 전액관리제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으로 임단협이 손댈 수 없는 강행법규 아닌가.

▶부산시 = 그래도 사납금제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공통사항이고….


■법과 현실의 괴리

택시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전액관리제가 겉돌고 있다. 전액관리제가 돼야 택시기사들의 처우가 근본적으로 개선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택시기사가 승객으로부터 받은 그날의 운송수입금 전부를 회사에 납부'하고 월급으로 받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는 사실상 있으나마나다.

전액관리제는 택시기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택시업체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1997년 제정된 뒤, 2000년 처벌 기준까지 강화한 제도다. 현행 사납금제 하에서 택시기사들의 격무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 안정적 근무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택시근무 환경 개선은 승객들도 원하는 부분이다.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 난폭운전을 하게 되면 승객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따르므로 안정적 근무환경은 국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법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여전히 사납금제가 편법으로 유지되고 있다. 전액관리제 논란의 핵심은 '그날 번 모든 돈을 회사에 내겠다'는 택시기사와 '정해진 사납금 외에 더 받지 않겠다'는 택시회사 사이에 생기는 제도적 모순이다. 관리 감독기관인 부산시가 답변을 머뭇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이너스 월급 사례

법인 택시기사로 일해온 김철환(가명) 씨는 최근 본사를 방문, 자신의 월급명세서를 내밀었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명세서였다. 택시기사로 한달 25일 만근을 꽉 채우고 받은 월급이 '-20만8848원'. 택시업계에 존재하는 '마이너스 월급'이었다.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한 총 지급액은 60만3683원. 하지만 공제금이 무려 81만2531원이나 됐다. 미수금 항목에는 74만8391원이 적혀 있었다. 사납금을 못 채워 급여에서 공제한 것이다. 주민세 0원, 갑근세 0원. 이런데도 국민연금 2만6100원, 의료보험 1만5330원 등을 뗐다. 마이너스 부분은 다음달 급여에서 다시 공제되는 악순환이었다. 지난 2008년 1~10월에 그가 이렇게 받은 평균 월급은 2만6633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김 씨는 법이 정한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실시한 택시기사였다. 사업주의 횡포에 맞서 그가 믿은 것은 '법'이었다. 이에 사업주는 임단협 규정을 내밀었다. '연장근로를 포함해 하루 7시간20분만 일하라'는 지시였다. 사측의 지시대로 차를 몰았고 그달 받은 월급은 2만5340원.

김 씨는 최저임금 위반이라며 시청과 노동청을 찾아가 호소했다. 그러나 공무원들도 노사간에 체결한 임단협 협정서를 들췄다. 그러는 사이 사업주는 그를 횡령죄로 고소했다. 임금을 받지 못해 운송수입금으로 식사를 해결한 게 빌미가 됐다. 그가 밥값으로 횡령했다는 돈은 4개월간 68만3900원. 담당 검사는 "나도 국가로부터 식대를 받지 못한다"며 그를 법정에 세웠고 판사는 유죄(선고유예)를 선고했다.

법을 무력화하는 임금협정서의 현실적 위력이다.

■임금협정서상의 모순된 규정

이에 대해 사업주들은 "전액관리제는 어려운 택시업계의 경영난을 부추기고, 택시기사들조차 반대하는 사문화된 규제"라고 말한다. 부산시 택시운송사업조합의 하석주 전무는 "경영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기사가 운송수입금 전액을 성실히 납부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길이 없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제도이며 많은 기사들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임금협정서 속에 있다. 2008년도 '임금협정서' 제1장 총칙에는 '노사는 전액관리제 시행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운송수입금에 상응하는 임금제를 시행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기준운송수입금은 사납금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모순되는 규정"이라고 꼬집는다.

그 다음 규정은 '기준운송수입금을 반드시 납입하고, 초과 납입시에는 초과 금액의 20%를 성과수당으로 지급한다', '초과금액의 20%를 수당으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 현행 사납금제에서는 사납금을 내고 남은 수입금 전부를 택시기사가 가져갈 수 있지만, 임금협정서 규정에 따른 전액관리제를 하게 되면 수입금의 80%는 회사 몫이 된다. 택시기사들이 선뜻 전액관리제를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전액관리제 법령에도 허점은 있다. 지키지 않으면 '감차 및 사업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해 놓고도 '운송수입금 전액을 납부받아야 한다'는 선언적 명시만 있을 뿐 구체적 지침을 만들지 않았다.


# 부산 택시업계 들여다보니

- 택시조합 "고유가로 지출 많아 늘 적자"
- 세제혜택 받으려 덩치 줄여
- "대중교통 인정해 재정지원을"

택시업계는 수입 지출 구조가 복잡하다. 지난해 요금 인상 이후 사납금이 늘었다고 하지만, 각종 지출 요인이 많아 늘 적자라는 것이 사업주들의 주장이다.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법인택시 한 대의 연간 적자 규모는 평균 245만 원(1인1차 311만 원, 2인1차 178만 원). 이를 근거로 산출하면 부산지역 택시회사 99곳(총 1만1082대)의 올 한해 적자 폭은 271억 원이 넘게 된다. 택시를 많이 보유하면 할수록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300대가 넘는 대형 업체는 부산이 유일하며 3개 회사(D운수 543대, H교통 321대, M운수 310대)가 있다. '빅 3'가 부산에 몰려 있는 셈이다.

본지가 부산시로부터 받은 택시회사 명부와 부가가치세 납부액, 회계자료를 통한 지분 분석 그리고 택시회사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 분석해본 결과, 부산의 택시업체는 99곳이 아니라 실제로는 80곳 정도로 파악됐다.

감천동의 K교통(76대) D교통(92대) K택시(91대) D택시(59대), 삼락동의 D통운(137대) D산업(133대), 금사동의 I운수(100대) T산업(154대), 장림동의 H운수(165대) N택시(152대) 등은 같은 장소에서 법인(대표자 이름은 각각)을 여러 개로 나누어 택시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부산 전역에 여러 업체를 분산 소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일반 기업들이 채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반면, 택시회사는 가능한 덩치를 줄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부경대 윤영삼(경영학) 교수는 "대기업화 되는 것보다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남으면 세제 혜택 등 이점이 있고 경영상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그러한 점을 인정했다. 이직률이 높은 택시업계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자구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2009년 사납금 인상에 따른 부산지역 택시업계의 매출 증대(수입)는 단순 계산으로 700억 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측은 "사납금 인상 효과로 매출이 오르긴 했으나 높은 유가와 급여 인상, 부가 지출 등으로 업계는 여전히 적자 구조에 빠져있다"면서 "노사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 정부의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정상 운영이 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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