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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6> 원각경

생의 고통은 몹쓸 꿈, 어서 깨어나라

죽으면 흩어져 사라지는 몸

이 몸이 실체 아닌 환상일진데 몸에 의지한 마음이야 말해 무엇할까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16 20:48:0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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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경에서 제일 처음으로 부처님과 문답을 주고받는 문수보살의 모습. 문수보살은 보통 지혜를 상징한다.
악마가 살았다. 그 악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에 심술이 났다. 그래서 행복을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숨겨놓기로 작정했다. 그렇지만 매번 사람들은 그 행복을 찾아내고 말았다. 그러자 악마는 고민과 궁리를 거듭한 끝에 사람들이 찾을 수 없는 곳에 행복을 숨겨 놓게 된다. 그곳이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나는 행복한가를 자문해서 긍정의 답을 얻을 수 없다면 이 얘기를 단순히 옛날이야기라고 웃어넘겨선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부나 명예, 권력 등 나를 둘러싼 조건이나 환경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는 신념으로 그것들을 쫓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행복의 꼬리조차 보지 못했다고 투덜거린다. 우리는 악마의 농간에 넘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기실 그 악마라는 놈도 우리 마음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기에, 악마도 행복도 제대로 찾을 양이면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일깨우는 가르침이 있다. 이에 꼭 필요한 요소를 제공하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다. 경전을 통해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그 전환이 새로운 가치를 열어갈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모든 경전이 그러하지만 특히 사고의 대전환을 이끌어내는 경으로 주목해야 할 경전이 원각경이다.

원각경에서는 이렇게 관찰해 보라고 권한다. 우리의 만족스럽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삶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대한 집착과 속박에서 기인한다. 그러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관찰해 보자. 경전에 의하면 우리의 몸은 지수화풍 사대가 임시로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말에 사람이 죽는 것을 돌아 가셨다고 한다. 어디로 돌아가겠는가? 원래 있던 자리인 자연으로 돌아간다. 즉 사람이 죽으면 흙과 물과 바람과 온기의 요소로 각각 흩어져 제자리로 돌아가고 눈에 보이는 것은 한줌의 재만 남는다.

여기에 어디 내 몸이 있는가? 사실은 내몸이 있다가 죽을 때 흩어져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본래 내 몸이 아닌 사대가 임시로 모여 있다고 해도 내몸은 아니다. 내 몸이 있다는 착각이 있을 뿐이다. 또한 이 사대 육신이 내몸이 아니라면 이 육신에 의지해 있는 마음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없이 내가 아니다. 나라는 집착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내 몸과 마음은 실재로 있는 것이 아니라 환상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환상을 제거하면 우리는 집착할 것도 없고 몸과 마음에 속박되어 있지도 않다.

본래 우리는 대자유인이며 본래 행복한 부처이다. 이것을 원각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어리석고, 불행하다. 왜 그럴까? 또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 이런 의문에 대해 사람들의 성향과 능력에 맞춰 차근차근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는 경전이 원각경이다. 원각경은 스스로 어리석고 불행하다는 착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범부들을 깊은 잠에서 깨워준다. 벼랑에서 떨어지기 직전, 혹은 목숨을 잃기 직전 꿈에서 깨어나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는 일의 안도감과 행복을. 원각경은 몹쓸 꿈에 시달리고 있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라고 우리를 흔드는 부처님의 손길과도 같다.

원각경의 전체 구성은 1권 12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수보살을 시작으로 열두 분의 보살들이 차례로 부처님께 법을 청하여 답을 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원각경의 수행방법은 사람들의 수준에 따라 계율 준수, 업장 참회, 좌선의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어 불자들의 신행에 지침서가 된다. 뿐만 아니라 원각의 경지를 밝히고 그 깨달음의 길을 단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어 불교 수행에 기본적인 틀을 제시하고 있는 중요한 경전으로 꼽힌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 장경각 입구 주련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時)' "원각의 도량이 어디인가? 바로 지금 이 자리로다". 원각경은 말한다. 바로 지금 여기에 원각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고. 행복은 그 누구도 숨길 수 없고 숨긴 적도 없다고. 지금 여기에서 눈을 떠 보기만 하면 된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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