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심우현의 규슈 문화리포트 <6> 납골당 '무궁화당'

일제 강제동원 조선인 영혼의 안식처

재일동포·시민 등 모금운동

2000년 설립… 유골 140기 안치

유족찾기 한일정부가 나서야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10 20:31:19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NPO법인 무궁화당 우호친선회의 키류 준이치(후쿠오카현의회 의원) 이사장. 그는 현재 강제연행 조선인 추모납골당인 무궁화당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폭염이 연일 이어지던 지난 5일 후쿠오카현 이이즈카시 소재 공동묘지공원. 공원 언덕에 있는 100평 정도의 광장 중앙에 '무궁화당(無窮花堂)'이라는 납골당이 있다. 일제강점하 일본에 강제동원되어 왔다가 사망한 조선인들의 유골이 안치된 곳이다. 무궁화당은 한국의 전통 기와지붕을 하고 있으며 주변 벽면에는 조선인 강제연행 역사를 알려주는 자료사진과 신문기사가 전시되어 있다.

오늘의 무궁화당 취재를 위해 만나야 할 사람은 현재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NPO법인 무궁화당 우호 친선회'이사장이자 후쿠오카현의회 의원도 겸하고 있는 키류 준이치(吉柳順一·63) 씨다. 무궁화당에 도착하자 어느 중년 남자가 납골당 주위로 물을 뿌려가며 빗자루를 들고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다가가서 그에게 "이사장님을 뵙기로 했는데 언제쯤 오시나요"라고 묻자 그는 "제가 이사장입니다"라고 답했다. 조금은 놀라웠다. 현의회 의원 정도면 수행원이나 부하 직원이 청소를 할 법도 한데, 그것도 일본인이 조선인의 유골을 모셔둔 납골당을 스스로 청소하고 있는 것이었다.

청소를 마친 키류 이사장의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자동차로 달려가 양복 윗도리를 갖춰 입고 납골당 앞에 서서 묵념을 하고서야 나를 무궁화가 만개한 나무 그늘 밑으로 데려가 무궁화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탄광지역으로 유명한 후쿠오카현 치쿠호 지역에는 1939~1945년 일제 강점하 많은 조선인이 강제연행되어 왔다. 조선인 강제연행은 전시에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일제가 국가총동원법이라는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모집·알선·징용 따위의 명목 아래 전체 67만 명 이상을 일본으로 끌고 온 것이다. 끌려온 조선인들은 일본 전국에서 강제노동을 했고 특히 치쿠호 탄광지역은 15만 명 이상의 조선인이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았다고 한다.

무궁화당은 조선인 강제연행자 중 한 사람인 고 배래선(1921~2008) 씨에 의해 만들어진 추도납골당이다. 향년 88세로 돌아가신 배 씨는 전남 고흥에서 1943년 이곳 탄광으로 강제연행돼 와서 하루 12시간을 갱내에서 일했다. 그는 당시 영양실조, 갱내 낙반사고, 폭력에 의한 조선인 사망 등을 숨죽여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뒤늦게나마 조선에서 끌려와 가혹한 노동으로 숨진 노동자의 유골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공동납골당 및 추도비 설립 계획을 세우기 위해 1996년 '재일 치쿠호 조선인 강제연행 희생자 추도납골당 건립실행위원회'를 발족했다.

무궁화당을 만들기 위해 시청과 끈질긴 교섭과 설득을 거쳐 설립허가를 얻어내었지만 자금이 없었다. 재일동포들과 시민들의 모금활동으로 1300만 엔(약 1억5000만 원)을 모았고 많은 자치단체의 지원으로 600만 엔(약 7000만 원)을 더 모아 2000년 12월 무궁화당을 드디어 세웠다. 민단, 조총련, 학계, 종교계, 노동계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NPO법인 무궁화당 우호친선회'는 조선인 유골이 안치돼 있는 치쿠호 지역 120여 곳의 절을 돌며 140기에 해당하는 유골을 한곳에 모았다 한다.

안타깝게도 그 유골들은 이름 한 자 남기지 않고 숨진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 중 이름이 있는 유골은 한국의 시민단체 '한일100년평화시민네트워크'에서 유가족을 조사해 주는 연대사업을 펼쳐줘 이 중 2기의 유골이 송환되기도 했다.

2시간여 무궁화당의 역사를 이야기 해준 키류 이사장은 납골당 안을 한 번 보겠냐고 한다. 그가 납골당 뒤쪽 큰 문을 열자 100여 개 유골항아리가 보인다. 그는 하루 빨리 억울하게 죽어간 영혼들의 신원 확인 작업을 통해 이들을 고국 땅에 안치하고 그 유족을 찾는 작업에 한일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라 강조한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하루 12시간 씩 광부로 일하며 피와 눈물을 쏟았던 조선 동포의 영혼은 무궁화 꽃이 활짝 핀 납골당의 항아리에서 그 역사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무궁화당 http://1st.geocities.jp/mugunfajp/

사진가·후쿠오카 아시아포토그래퍼스갤러리 기획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면적 조율만 남았다…55보급창 이전 속도
  2. 2영화의전당 앞 도로 지하화 10여년 만에 본격화
  3. 3“소나무 뽑은 구덩이에 ‘아동’ 묻었다” 참상 담은 詩와 수필
  4. 4‘해운대 그린시티’ 체계적인 도시 정비의 길 열렸다
  5. 5부산서 판매된 로또 1등 27억, 주인 못 찾아 한 달 뒤 소멸
  6. 6엑스포 관람객 UAM 수송…4월 불꽃축제 부산 매력 알린다
  7. 7공무원이 허위공문서에 음주운전 폭행까지...부산시 9명 징계
  8. 8도시철도 무임승차 지원 논란, 노인연령·연금 조정으로 번져
  9. 9소아정신과 진료 대기 5년? 부산 영유아 전문병원 북새통
  10. 10튀르키예 시리아 강진 사상 2만명 넘어 휴교령...尹도 원조 지시
  1. 1면적 조율만 남았다…55보급창 이전 속도
  2. 2부산 북강서 동래 획정 최대 관심사로, 남구 합구는 불가피
  3. 3[뉴스 분석] 尹도 安도 총선 공천권 절실…진흙탕 전대 불렀다
  4. 4[속보] ‘김나연대’ 김기현-나경원 손 잡았다…與 전대 판 뒤집히나
  5. 5때릴 때는 언제고? 친윤계 초선의원들, 나경원 찾아 구애
  6. 6화물차 안전운임제 폐지·‘번호판 장사’ 퇴출
  7. 7화주-운송사 자율 운임계약…화물연대 “운송료 깎일 것” 반대
  8. 8학교시설 개방 확대할 수 있는 길 열린다
  9. 9오흥일 울산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사퇴
  10. 10野 ‘이상민 탄핵’ 본회의 보고…대통령실 “어떤 법 위반했나”
  1. 1‘해운대 그린시티’ 체계적인 도시 정비의 길 열렸다
  2. 2부산서 판매된 로또 1등 27억, 주인 못 찾아 한 달 뒤 소멸
  3. 3엑스포 관람객 UAM 수송…4월 불꽃축제 부산 매력 알린다
  4. 4올해 세무사 700명 이상 뽑는다…공무원 출신은 별도 선발
  5. 5금융위 고위직 지원 없더니…尹캠프 인사 내정됐었나
  6. 6우크라, 전쟁 중에도 현지실사 확정…한국에 '복병' 되나
  7. 7부산 센텀시티에 ‘양자컴퓨팅 글로벌 콤플렉스’
  8. 8“주변도 행복하게”… 부산시 도시정비사업 가이드라인 수립
  9. 9'옥중지시' 김만배, 월평균 22회 변호인 접견
  10. 10한국 외환시장 빗장 풀린다…새벽 2시까지 해외에 개방
  1. 1영화의전당 앞 도로 지하화 10여년 만에 본격화
  2. 2“소나무 뽑은 구덩이에 ‘아동’ 묻었다” 참상 담은 詩와 수필
  3. 3공무원이 허위공문서에 음주운전 폭행까지...부산시 9명 징계
  4. 4도시철도 무임승차 지원 논란, 노인연령·연금 조정으로 번져
  5. 5소아정신과 진료 대기 5년? 부산 영유아 전문병원 북새통
  6. 6지구대서 넘어진 만취자 ‘의식불명’
  7. 7부산중구 신청사, 용두산공원에 설립될까
  8. 8새벽 부산 부암고가교서 음주운전 의심 차량 충돌 전복
  9. 9신당역 화장실 스토킹 살인 전주환 1심서 징역 40년
  10. 10의대생도 지방 떠나 서울로…부산 3년간 57명 중도탈락
  1. 1롯데 ‘좌완 부족’ 고질병, 해법은 김진욱 활용?
  2. 2267골 ‘토트넘의 왕’ 해리 케인
  3. 3벤투 후임 감독 첫 상대는 콜롬비아
  4. 45연패 해도 1위…김민재의 나폴리 우승 보인다
  5. 5‘이강철호’ 최지만 OUT, 최지훈 IN
  6. 6임시완, 부산세계탁구선수권 홍보대사 위촉
  7. 7롯데 괌으로 떠났는데…박세웅이 국내에 남은 이유는
  8. 8쇼트트랙 최민정, 올 시즌 월드컵 개인전 첫 ‘금메달’
  9. 9폼 오른 황소, 리버풀 잡고 부상에 발목
  10. 10황의조 FC서울 이적…도약 위한 숨 고르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