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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세상이야기-그 곳에도 삶이 있다 <6> 생명의 바다 척도, 산호

알록달록 예쁘기만 한 게 아니에요… 온난화 막는 또다른 `지구의 허파`

송도 바다 산호 발견으로 환경 정화활동 불붙어

강장·입 가진 산호충 군집… 동물 플랑크톤 섭취보다 광합성 의존 비중 높아

국내 해역에 연산호 서식, 열대바다 사는 경산호는 찾아보기 힘들어

물고기 서식환경 좋아 어민들 삶의 터전

산호초 광합성 능력 열대 밀림보다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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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라인스내퍼들이 무리지어 산호초 지대를 지나고 있다.

2000년 봄 부산 서구 송도 해역에 산호 서식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해수욕장으로 떠밀려 온 산호조각 때문에 시작된 논쟁이 환경단체와 행정기관으로 확산되더니 시민 전체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언론사 간 탐사보도를 진행하던 중 국제신문은 2000년 3월 27일자 지면을 통해 송도 인근 암남공원 수중 직벽에 군락을 이룬 빨간부채꼴산호를 특종보도했다. 국제신문 보도로 그간의 논쟁은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렇다면 산호 서식여부가 왜 관심사였을까.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산호는 오염된 바다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의 바다로 거듭난 송도 연안

스쿠버 다이버들이 거대한 생물학적 구조물인 산호초를 살펴보고 있다. 산호초는 바다 생물들의 삶의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자포동물인 산호는 그 자체가 단일한 모양이라기보다는 강장과 입을 가진 작은 산호충이 모인 군집체이다. 이들 산호충의 입 둘레에 있는 촉수들은 집합적 의미에서 폴립이라 부른다. 이들 폴립 속에는 주산텔라(Zooxanthellae) 등 편모조류들이 공생하면서 광합성으로 산호충에게 영양분을 공급한다. 산호충은 자포를 이용해 동물 플랑크톤 등 작은 바다생물을 잡아먹기는 하지만, 편모조류들이 광합성을 통해 공급하는 당류(탄수화물)와 같은 영양물질에 의존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결국 편모조류들이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 산호충이 살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편모조류들이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태양광선을 충분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만약 바다가 오염되어 부유물이 둥둥 떠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태양광선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편모조류들은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태양광선의 진행을 막는 부유물이 없는 맑은 바다가 산호가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되는 셈이다.

송도 바다에서 산호 서식을 증명해낸 일은 극심해진 오염으로 죽어가는 바다로 생각했던 송도 연안이 생명의 바다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후 송도는 산호로 상징되는 바다를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보아 2005년 여름 5년 만에 해수욕장이 다시 개장하게 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연산호 군락지

회초리산호는 생긴 모양이 회초리를 닮아 이름 지어졌다.
산호는 폴립의 성질에 따라 크게 연산호와 경산호로 분류된다. 송도에서 발견된 산호는 빨간부채꼴 산호로 연산호류에 포함된다. 송도에서 산호를 발견한 이후 영도구 생도, 사하구 나무섬과 남·북형제섬, 남구 광안대교 교각, 기장군 연화리 연안 등지의 빨간부채꼴 산호 등 연산호 서식을 보도하면서 부산 연안에 산호가 산다는 것은 이제 별반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사실 연산호는 부산뿐 아니라 남해안과 동해안 일부지역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해역에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다. 그런데 혹자는 연산호 서식을 놓고 부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남해안이 아열대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예로 들기도 하는데 이는 다소 견강부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주변 바다에는 오래전부터 연산호가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연산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세계적인 연산호 군락지로 정평이 나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앞바다이다. 이곳에는 한국산 산호총류 132종 가운데 92종이 서식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04년 12월 9일 이 일대 2800만 평을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했다. 바다 속에 있는 생물의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이곳이 유일하다.

■산호초는 지구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

수지맨드라미는 땅 위의 맨드라미 꽃을 닮았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수온에 대한 관용도가 높은 연산호는 더러 발견되지만 연중 수온이 20도가 유지되어야 살 수 있는 경산호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경산호가 살 수 없다 보니 우리나라 연안에는 산호초가 형성되지 않는다. 산호초는 죽은 경산호의 석회질 외골격이 오랜 세월을 두고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산호초는 그 존재를 모르고 항해하던 선원들에게는 배의 좌초를 불러오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산호초에 몰려드는 물고기를 포획하는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다. 이러한 산호초가 최근 들어 지구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그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해양학자들은 산호초가 바다뿐 아니라 지구 전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다. 공장이나 차량에서 끊임없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막을 형성하여 마치 지구가 비닐하우스 속에 들어앉은 것과 같은 상태를 만든다는 것이 지금 가장 일반적인 지구 온난화의 가설이다.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할 때 산호초의 존재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해양학자들의 주장이다.

부산 송도 인근 암남공원 수중직벽에 있는 빨간부채꼴 산호 군락.
산호의 폴립 속에는 1㎥당 100~200만 마리의 편모조류가 살며, 이들 편모조류는 광합성을 한다.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산호초, 그 산호초를 구성하는 천문학적인 수의 산호, 그 각각의 산호가 가진 폴립 속에 사는 헤아릴 수조차 없는 편모조류들. 그들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광합성이 활발해지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자연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실제로 단위 면적당 산호초의 광합성 능력은 열대 지방의 밀림보다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산호초와 공생하는 편모조류의 광합성이 지구온난화를 막아준다는 논리를 떠나서도 이들의 광합성으로 인한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교환은 지구의 대기와 바다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산호초 공생조류들이 광합성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해양 오염이 심해지면서 산호초지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구가 당면한 환경적 위기는 지구라는 유기체가 가지는 자정능력의 균형이 깨어질 때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열대 바다의 산호초를 보호하는 것은 인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순환하는 바다를 끼고 사는 지구인 모두의 당면과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 야행성인 산호

- 밤이면 촉수 활짝, 독으로 먹이 사냥

밤이 되자 산호가 화려한 폴립을 활짝 벌린 채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산호가 좋아하는 먹이는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게, 새우, 작은 물고기 등이다. 산호는 먹이를 잡기 위해 촉수를 사용한다. 낮에는 오므리고 있다가 밤이 되면 활짝 펼치고 먹이를 기다린다. 산호 주위로 지나가는 먹이가 촉수에 닿으면 재빨리 촉수에 있는 자포를 발사해 먹이를 기절시킨 다음 입을 통해 강장으로 집어넣는다. 강장은 먹이를 소화하고 흡수하는 역할을 하며 강장에서 흡수되고 남은 찌꺼기는 입을 통해 배설된다. 자포의 독성물질은 아주 적은 양이지만 사람 피부에 직접 닿았을 때는 피부 발진 등을 일으킨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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