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심우현의 규슈 문화리포트 <8> 조선인 강제연행 르포작가

탄광촌 진실 담은 책 50여권 출간

日강점기 탄광촌 주지의 아들, 다큐 작가 하야시 에이다이

인권문제 캐기위해 위장취업도… 책 출간땐 우익단체 협박 일쑤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24 19:45:20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르포작가로서 일제강점기 탄광촌에 강제연행된 조선인 노동자문제 등을 파고들며 왕성한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는 하야시 에이다이 씨.
일제 강점기 일본최대의 탄광지역인 후쿠오카현 치쿠호 지역에는 조선인 강제 징용 탄광노동자들이 10만 명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1943년 어느 봄날. 10여 명의 조선 청년들이 약속이나 한 듯 조용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수용소의 감시망을 뒤로 하고 목숨을 건 탈출이 시작된다. 그들이 한참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산자락에 자리한 신사(神社)이다. 그들은 일제히 마루밑에 숨어들고, 기다리고 있은 듯 신사의 주지(宮司)는 부인이 준비한 주먹밥을 이들에게 나눠줬다. 주먹밥을 먹는 사이 청년들에게 옷가지도 건네진다. 이들은 가슴에 번호표가 달린 푸른색의 탄광작업복을 벗고 민간인 옷으로 갈아 입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신사 주지의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잔뜩 겁에 질려 며칠에 한번씩 똑같은 광경을 가끔 목격해야만 했다. 옷가지와 허기를 해결한 이들 청년은 주지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또 다시 산속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낮이면 산기슭에 숨어 들고 밤이 되면 또 달리기 시작한다. 이삼일이 걸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부산과 일본의 시모노세키를 정기 운항하는 부관연락선의 선착장이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순사가 곳곳에서 이들을 잡기 위한 검문 검색이 강화되어 있다. 이들 조선인 청년은 현해탄을 건너 조국을 향한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되고 전원 체포 당한다. 이렇게 탄광현장에서 도망쳐 온 조선인 징용자들은 다시 탄광으로 향하는 트럭에 몸을 싣고 조국의 부모형제를 목놓아 울부짖는다. 다시 탄광에 도착한 그들은 며칠 동안의 혹독한 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1943년 그 해 전쟁을 위해 출병하는 일본인 군인을 위해 신사에서 기도를 올려주는 의식이 있었다. 마을 촌장은 이들에게 전쟁에 나가 천황폐하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연설을 했다. 하지만 그 신사의 주지는 전쟁이 끝나면 부모형제가 기다리는 마을로 다시 돌아오라고 말하다. 그렇지 않아도 조선인 노동자의 탈출을 도와준 전력에 화가 나 있던 경찰은 이 주지를 초등학생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상범으로 체포한다. 며칠 후 끝내 고문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픽션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는 실화이다. 그 역사의 현장에서 아버지의 행동을 지켜보던 주지의 아들은 청년으로 성장해서 조선인의 강제연행에 관한 논픽션 작가로서 평생을 살게 된다.

의혹이 있는 역사의 현장 어디든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다큐멘터리 작가인 하야시 에이다이(78) 씨가 당시 주지의 아들이다. 주로 조선인 강제연행, 조선인 탄광노동자의 인권문제, 자살특공대, 군위안부 문제 등에 관련해서는 최고의 학자이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은 지 2년 후 전쟁이 끝나고 신사 마루밑에 탈출을 위해 벗어놓은 조선인의 탄광 작업복은 무려 400벌에 달했다고 한다.

하야시 씨는 후쿠오카현 타가와시에서 출생하여 초·중·고교를 거친 후 와세다대학 문학과에 입학하지만 현장르포 작가가 되기 위해 도중에 중퇴한다. 탄광지의 조선인 인권문제 및 희생자의 진실을 밝히고자 탄광의 노동자로 위장취업한다. 밤이면 조선인들과 소주를 마시며 그들이 전해주는 탄광 내 인권문제를 취재하고 낮이면 탄광에 일하면서 노무관리 담당자 혹은 수용소 직원 그리고 지역경찰을 만나 이야기를 듣거나 관련 서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설득하여 그 서류를 얻어 내곤 했다. 그렇게 알아낸 진실들이 쌓이고 쌓여 출판된 책은 벌써 50여 권이 넘는다. 일본 우익단체들은 책이 출간 될 때마다 끈질기게 그를 협박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상 옆에는 집필을 위해 쌓아놓은 취재 자료들로 가득했고 책상 앞에는 출판해야 할 책 제목들이 식당의 차림표처럼 줄을 서 있다. 하야시 씨는 이런 모습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자랑스런 아버지를 생각하면 집필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사진가·후쿠오카 아시아포토그래퍼스갤러리 기획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0. 10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