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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8> 본생경

547개 부처님 전생이야기… '선을 행하라' 가르침 담겨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10 20:59:2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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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모은 자타카를 표현한 부조 작품.
재미난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야기의 힘은 재미에 있다. 어떻게 전개될까 하는 궁금함과 기대, 흥미진진함 등이 사람을 매료시킨다. 그러나 재미와 더불어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이야기 속에 깃든 교훈과 지혜일 것이다. 그 어떤 이야기보다 흥미진진하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과 지혜를 일깨워주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경(本生經)이다.

본생경에서 인류의 스승인 부처님은 한 때는 원숭이이기도 했고, 또 한 때는 코끼리였으며 심지어는 도둑이었던 때도 있었다. 부처님 같은 위대한 존재가 코끼리나 사슴, 앵무새였다니 조금은 황당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면 본생경을 읽으며 하나하나 이유를 알아가는 재미가 더해질 것이다. 본생경은 '자타카'라는 산스크리트어의 한역으로 자타카의 본래 뜻은 '태어나다' '태어난 자'라는 뜻이다. 그것이 점차 '이 생에 태어나기까지의 전생이야기'로 바뀌었다가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라는 고유의 뜻을 갖게 되었다. 본생경에는 547가지의 부처님 전생 이야기가 22장으로 나누어져 실려 있다.

수많은 이야기에서 부처님은 동물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는 등 모습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선를 행하고 깨달음을 구하는 보살로 등장한다. 상구보리 하화중생, 즉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야기 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본생경의 특징은 권선징악의 교훈이 담겨 있다. 부처님 가르침의 기본은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이치이다. 인과를 믿는 것은 현재를 올바르게 사는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본생경은 부처님 가르침의 근본을 드러내는 동시에 지금 당장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 역할에도 손색이 없다.

악을 짓지 말고, 선을 받들어 행하여 스스로 그 마음을 깨끗이 하는 것이 부처님의 한결같은 가르침이다. 본생경 속의 부처님은 수많은 생애를 거듭하면서 이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우리의 롤 모델이다. 때로는 목숨을 버려가며, 때로는 고통을 감내하며 선을 행하고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본생경 속의 부처님은 '나'를 위해 사는 일에만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너'를 위해 사는 길이 곧 '나'를 위한 길이라고 수 백 번의 생을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들려주고 있다.

설화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불교의 중요한 교리는 모두 망라되어 있는 본생경은 불교가 난해하고 어려웠던 시대에 대중 속에서, 더욱 쉽고 깊이 있게 불교의 역사를 이끌어 온 위대한 경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이야기를 통해 쉽게 불교의 기본 가르침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처음 불교를 접하는 이들이나 어린이, 청소년들이 읽기에 부담이 없는 경전이 본생경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대중 속에 파고든 본생경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경전의 내용뿐만 아니라 인도의 영웅담과 전설 및 세계의 다른 나라에 전해오는 설화까지도 부처님의 전생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본생경이 부처님의 가르침은 물론, 전 세계 인류의 지혜가 집약된 경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BC 3세기 이전부터 성립되기 시작된 본생경은 이후 이솝우화, 신약성경 등에도 중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모아 놓은 본생경은 수많은 세월에 걸쳐 끝없는 고행을 통하여 부처님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놓은 경전이다. 부처님이라는 뛰어난 경지는 수많은 세월동안 한없는 선행과 수행의 결과이다. 결과만을 욕심내는 현대인들에게 단순하고 한결같은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무한한 세계로 확대된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는 어쩌면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점을 그려놓은 지도 같은 것이다. 그것도 알아보기 쉽게 그려진 바로 나를 위한 지도다. 몇 백 생을 거듭하며 그려진 그 지도는 그러나 오로지 현재, 내가 서 있는 여기에서 선을 행하라는 단순하지만 유일한 향상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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