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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있다, 부산문화의 길 <3> 앞서 뛰는 '콘텐츠'의 도시들

바다오염·고령화 등으로 정체성 잃은 日 세토우치, 예술 통해 다시 태어나다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0-09-14 21:37:0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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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주요 섬에 둘러싸인 세토나이카이 바다 한가운데 7개 예술의 섬으로 변신
- 올해 국제예술제 첫회 열려
- 한국에도 아직 없는 이우환미술관 세워진건 한국인에 대한 관심 드러나

-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 '사일로 파이프오르간' 서면 항구는 문화적으로 바뀔 것
- 울산고래축제의 영역 확장… 고유의 해양문화콘텐츠 확보
- 日 '속 조선통신사'처럼 부산에도 창의적 접근 필요

본격적으로 부산의 해양문화콘텐츠를 탐색해들어가기 전에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이 부문에서 성과와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먼저 살폈다. 부산에도 이런 시도와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해양문화콘텐츠 활용의 힘과 필요성을 느낄 수 있으리란 판단에서다.

■바다와 예술로 지역 재생

제1회 세토우치국제예술제가 열리고 있는 나오시마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빨간 호박'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http://setouchi-artfest.jp)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지난 7월 19일 시작해 오는 10월 31일까지 100일 동안 계속되는 세토우치국제예술제는 올해가 제1회 행사다. 앞으로 3년 터울로 열릴 이 예술제의 출범은 세토우치 바다 일대에서 198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바다와 미술을 통한 지역의 재생' 프로젝트가 일단 완결됐음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일본 혼슈, 시코쿠, 규슈 등 거대한 섬들에 둘러싸인 바다가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고, 그 한가운데 위치해 여러 섬을 거느리고 있는 지역이 세토우치다. 세토우치는 1934년 일본 최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세토나이카이에 속해 있어 좋은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바다지만,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불행을 겪게 된다. 교통 오지, 산업 폐기물로 인한 오염, 고령화 등으로 사람은 떠나고 지역 정체성은 사라져가는 지역이 된 것이다.

"인구는 고령화되고 줄어들었으며 섬들은 활력을 잃어 지역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 측이 내건 축제 취지문 일부다. 이 취지문의 제목은 '바다의 복원'이다. 일본의 유명한 교육·보험·서점기업인 베네세그룹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1980년대 중반 세토우치 근처 7개 섬 가운데 나오시마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1992년 현대미술관과 호텔을 섞은 베네세하우스를 개장하면서 이 지역은 '바다와 예술'을 통해 재생되기 시작했다.

현재 나오시마를 비롯해 이누지마 메기지마 오기지마 쇼도시마 오시마 테시마 등 7개 섬에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과 한국 화가 이우환미술관을 비롯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술가의 작품과 섬 특유의 특징을 살린 예술시설이 잘 조성된 예술의 섬들로 바뀌었다. 주최 측은 올해 제1회 예술제 관람객이 50만 명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본다. 최근 들어 이를 '나오시마의 기적'이라고 흔히들 부른다.

■'이우환미술관'에서 엿보이는 예술적 전략

세토우치국제예술제에 출품된 야스히로 스즈키의 지퍼보트(Ship of the Zipper). 자세히 보면 배가 지퍼 고리 모양으로 생겼다. 배가 나아갈 때 바다를 열어젖히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출처 공식웹사이트 http://setouchi-artfest.jp
철학자이자 문화활동가 이지훈 씨는 "세토우치국제예술제 프로그램을 보면 단순히 '바닷가'에서 축제를 벌이는 것을 넘어 바다와 진정으로 결합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개막식 무대는 해상에 설치됐고, 개막작품은 지퍼 고리 모양의 배가 바다를 항해하면서 뒤에 생기는 물보라로 인해 바다를 열어젖히는 느낌을 준 야스히로 스즈키의 지퍼보트였다"고 평했다.

올해의 아시아 예술축제들 중 유독 관심을 끌었던 이 예술제의 간판문구 자체가 '예술과 바다를 돌아보는 백일간의 탐험'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예술제를 앞두고 지난 6월 나오시마에 안도 타다오의 작품인 이우환미술관이 섰다는 점이다. 왜 이우환(74)일까. 경남 함안 출신이며 부산의 경남중을 나온 그는 일본과 유럽 등 세계에서 인정받는 높은 경지의 예술가다.

한국에도 아직 없는 이우환미술관이 일본의 작은 섬 나오시마에 선 것은 순전히 예술적 가치 판단에 따른 것이겠지만, 향후 세토우치국제예술제의 향방과 관련해 시사점도 던져준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는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2~4일 서울과 수원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예술인 시민 언론 여행사 등이 참가했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 웹사이트는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와 중국어 서비스도 한다. 또 세토우치를 품고 있는 세토나이카이 일대는 아직 한국인들에게 덜 알려진 여행지여서 이 지역을 확실히 인식시킬 강조점이 필요하다.

이렇게 놓고 보면, 지리적으로 중국보다 세토우치에 가깝고 문화수요도 한결 높아진 한국인들에 대한 이 예술제의 각별한 관심을 읽을 수 있다.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이우환에게 헌정된 미술관은 이 지역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바다와 예술을 통한 지역 재생'을 추진하는 세토우치의 심사숙고와 예술적 전략이 한국과 무관치 않은 데다 무척 깊은 데까지 닿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축제가 시작된 7월 19일은 일본의 국경일이자 휴일인 '바다의 날'이었다.

■여수엑스포의 '규모'와 울산 고래의 '파급력'

2012 여수세계엑스포에서 선보일 작품 '파도소리'(The Sound Wave). 수명이 다한 아파트 30층 높이의 시멘트 사일로를 '세계 최대의 파이프오르간'으로 꾸며 예술적으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 열릴 여수세계박람회(www.expo2012.or.kr)을 덮을 만한 관심사가 아직 없다. 오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93일 동안 전남 여수 신항 일원에서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고 난 뒤에도 여수항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악기'가 그대로 서 있을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는 박람회장 부지에 남아있던 아파트 30층 높이의 시멘트 가공시설인 사일로를 철거하지 않기로 하고, 이 거대한 시설물을 예술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지난 4일 공개된 당선작은 한경대 홍승표 교수가 출품한 '파도소리'(The Sound Wave). 이 작품은 현재의 사일로 건물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에 바닷물을 담으면서 동시에 이 시설물 전체를 소리를 낼 수 있는 파이프오르간으로 변용한다. 2011년 12월 이 작품이 완성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은 여수 항구의 풍경을 한결 문화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전시면적 25만㎡에 세계 100여개 나라가 참가할 이 엑스포에는 총 사업비 2조1000억 원이 들어가고 이와 별도로 정부가 9조5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도로 철도 항만 등 주변 기반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여수세계엑스포는 해양, 과학, 생태, 산업, 학술, 문화 등 워낙 방대한 분야를 포괄하는 거대한 행사이고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다. 또한 중심은 여수가 되지만 행사의 내용은 남해안 일대를 아우른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지역 차원의 해양문화콘텐츠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하기에 적절치 않은 면이 있지만, 이 행사의 준비부터 완결까지 일련의 과정은 해양콘텐츠의 의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다, 해양도시를 표방하는 여수의 면모 자체를 일신할 공산이 커 적극적인 관찰과 참여가 필요하다.

여수세계박람회가 너무 크고 멀다면 가까운 사례도 있다. 울산의 고래 콘텐츠다. 부산에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열리기 직전 해인 1995년 열린 제1회 울산고래축제의 영역 확장을 지켜보면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울산 남구 장생포에서 작게 시작한 이 축제는 지역민과 문화예술인, 지자체의 관심을 끌면서 그 사이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연구소 개관을 이끌어냈고 한국에서 이곳밖에 없는 고래바다여행선이라는 고래탐색 관광상품까지 활성화시켰다. 울산 남구 일대는 2008년 고래특구로 지정됐으며 문화예술인들은 고래창작동화공모나 고래문학작품창작 등을 통해 울산만의 해양문화콘텐츠를 확보해왔다.

이 콘텐츠는 고래문화체험관광사업 확대, 고래문화의 거리 조성, 고래포럼과 고래역사문화해설가 확충 등으로 확장되면서 콘텐츠가 산업과 문화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의 '속 조선통신사 프로젝트'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을 보면, 좋은 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해양문화콘텐츠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새롭고 과감한 시도는 약하게 느껴진다. 앞서 소개한 세토우치국제예술제의 경우 여기에 참가하고 있는 팀뱅크아트 세토우치(Team BankART Setouch)라는 그룹이 '속 조선통신사'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무려 9년 뒤인 2019년에 한일 양국 500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참가하는 행사로 정점을 찍는 것을 목표로 지금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한국과 일본의 미술 음악 등 여러 분야 '현대예술가'들이 콘텐츠의 주축이 되어 현대적 의미와 교류의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사업은 현재까지는 서울문화재단 등을 통해 수도권 예술가들과 먼저 손을 잡고 시작한 상태다.

이 점은 부산에 본부가 있는 부산문화재단 산하 조선통신사문화사업회가 다양한 교류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옛 행렬의 재현과 복원에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는 점과 대비된다. 부산에서도 해양문화콘텐츠에 대한 더 창의적이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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