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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5> 미국경제의 현실 ④ 메인 스트리트

美 제조업은 끝났다고? 기술개발·혁신으로 진화하는 중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26 20:34:0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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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기로 실물부문에 심각한 타격
- GM 파산으로 제조업의 쇠락 현실로 나타나
- 미국제품 대신에 중국제품 매장 차지
- 美 제조업 생산성,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아
-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무장한 IT분야는 눈부신 변화 이끌어

■월스트리트, 메인스트리트를 강타

미국 GM의 전 CEO인 프리츠 헨더슨.
한 산업에서 300만 명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작은 규모의 나라라면 큰 일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10년간(1997년에서 2006년 사이) 한 산업에서 300만 명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산업도 움직이는 것이고 이 산업에서 줄어든 일자리만큼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일 년 반 사이에 200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면? 아무리 미국이지만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07년 말 1300만 명에 달하던 제조업 고용자가 2009년 7월에는 1100만 명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렇다. 2007년 하반기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메인스트리트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 다른 말로 하면 금융부문과 실물부문. 이 양자는 동전의 서로 다른 면이다. 금융부문이 어떤 이유로 무너지게 되면 그것은 경제주체의 소비, 투자 패턴을 바꾸어 즉각적으로 실물부문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게 된다. 주식이 폭락하거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소비자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소비자는 빚을 갚기 위해 허리 띠를 졸라맨다. 그러면 아무리 기업이 좋은 상품을 생산해도 팔리지 않게 된다. 그래서 다시 고용은 악화되고 소득은 감소된다.

이게 2007년 말 이후 미국의 메인스트리트, 그 중에서도 제조업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제조업은 몰락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말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제 미국 제조업의 쇠락은(몰락까지는 아니라도) 결코 기우가 아닐 것 같다. GM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GM에서 생긴 일

미국 디트로이트 중심가에 있는 GM 본사 건물. 지난해 5월 파산 직전의 모습이다. AP 연합뉴스
2007년까지 77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한 기업. IBM, GE, 인텔, 듀폰과 함께 미국의 초우량기업으로 선정된 회사. 이런 수식어는 좀 진부할 수 있다. 50대 중후반의 미국인들에게 GM은 보통 이 대, 혹은 삼 대가 대를 물려 근무한 기업으로 남아 있다. 오죽했으면 GM에 입사했을 때 '나의 삶은 여기서 끝난다'고 생각했을까? 그러니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다(As GM goes, so goes the nation)."

그런 GM이 결국 파산했다. 2009년 6월 GM은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함으로써 공식적으로 쓰러졌다. GM이 왜 파산하게 되었는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모두가 대충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집착, 퇴직자에게까지 지급한 지나친 의료보험 비용, 비협조적인 노조, 대형차에의 지나친 편중, 브랜드 관리의 실패 등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거인을 쓰러뜨린 집적적인 계기가 금융 위기에 따른 매출 감소와 그에 따른 유동성 위기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래서 금융위기가 어차피 쓰러질 거인을 좀 더 빨리 쓰러지게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미국의 자동차 빅 3 중, 크라이슬러는 이제 역사의 뒤 안길로 사라졌고, 포드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살아남았고, GM은 한 번 파산한 뒤 2009년 9월 뉴 GM으로 살아남게 되었다.

이런 GM의 퇴락을 보면서 '그렇구나. 미국의 제조업은 이제 어쩔 수 없이 스러지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견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미국의 거리를 다니는 차를 보면 거의 대부분 미국 차가 아니다. 토요타의 리콜 사태로 토요타에 대한 인기가 주춤한 감은 없지 않지만, 미국인들은 '그래도 토요타'라고 말한다. 고소득 층은 벤츠와 BMW 등 외제차를 타고, 젊은이들은 GM에 별 관심이 없다. 자동차가 미국인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GM의 몰락은 쓸쓸함을 더하게 한다.

■제조업의 몰락?

자동차 뿐 아니다. 월마트(Walmart)와 같은 대량 할인점, 베스트 바이(Best Buy)와 같은 가전제품 전문점, 메이시(Macy)와 같은 대중적 백화점을 가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는 눈에 잘 뛰지 않는다. 대신 눈에 띄는 것은 '메이드 인 차이나'다.

그래서 조금 보수적인 단체에서는 '미국의 제조업은 죽었다'고 하면서, 세계화에 따른 아웃소싱을 그 이유로 제시한다. 예컨대 보잉사의 경우 20년 전에는 모든 비행기의 부품이 미국내에서 조달되었지만, 현재는 787 드림라인(787 Dreamliner: 이것은 보잉사의 차세대 주력상품이다)에 필요한 부품의 70% 이상이 외국에서 조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미국 내의 관련 인력이 어찌 실업을 면할 수 있느냐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해외로의 공장이전으로 미국 내의 고용이 줄어들 수 있으나 그 이상으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부가가치는 증가할 수 있다. 또, 미국 기업의 해외투자 이상으로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늘어나 전체적인 고용증대 효과는 더 커지게 된다. 그러니 세계화와 아웃소싱이 미국 제조업을 몰락시켰다고 하는 것은 눈감고 아웅하는 격이다.
누군가는 중국 때문이라고 한다. "그 나라와의 경제적인 투쟁은 우리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 그들은 환율을 조작하여 부당한 이익을 올리고 있고 우리는 그들과 공정한 게임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나라는 누굴까? 중국? 아니다. 일본이다. 그리고 이 말은 한 때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회생시켜 영웅의 반열에 올랐던 리아이아코카가 했던 말이다. 일본을 향했던 비난이 지금 그대로 중국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누구도 일본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지금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쇠퇴를 가져온 원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부분적인 원인일 뿐, 정말 중요한 이유는 경제의 발전에 따른 산업의 서비스화다.

이게 전부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의 고용이 줄어들면서 제조업이 쇠퇴한 것처럼 보이게 된 진짜 진정한 이유는 미국 제조업에서의 생산성 향상에 있다.

■미국 제조업의 진실: 생산성 향상과 혁신

"미국의 제조업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생산성은 미국 다음가는 10개 산업국가 노동자의 생산성보다 두 배 가량 높다." 미국의 제조업 협회(MI: The Manufacturing Institute)는 2009년 판 보고서에서 이렇게 명확히 사실을 밝히고 있다. 미국의 전국제조업연합회(NAM: The 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s) 역시 '제조업에서 고용이 감소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산성의 극적인 향상이다'고 밝히고 있다. 더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양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공장이 문을 닫고 직장을 잃지만 그 가장 큰 이유는 제조업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성 뿐 아니라, 그 규모도 보통이 아니다. 미국의 제조업은 전 세계 제조업의 21%를 차지하고(아직까지 세계 최고다), 미국의 제조업만을 하나의 나라로 간주한다면 이것은 세계에서 8번 째로 큰 국가와 같다(2008년 기준). 이것 뿐이라면 '덩치 큰 애가 놀기도 잘 하네' 하는 찬사에 그칠 수 있다. 정말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미국 제조업의 기술개발과 혁신에 있다. 미국의 4대 제조업은 무엇일까? 음식료, 화학, IT(정보기술), 그리고 금속제품이다. 이 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IT와 화학이다. 미국의 제조업은 미국 전체 R&D의 반 가량을 차지하는데 다시 그 반 정도를 이 IT와 화학이 차지하고 있다.

IT.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상상력과 디자인에 기반을 둔 기술과 제품의 혁신은 여전히 왜 미국이 아직 미국인가를 설명한다. 어느 기업도 어느 나라도 아직 미국처럼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만들어 세계를 선도하지 못한다. 미국 제조업은 쇠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

월스트리트가 메인스트리트를 강타한지 2년이 지난 9월 중순, 미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은 미국 경제의 불황은 2009년 6월에 끝났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것은 경제의 흐름상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메인스트리트를 강타한 월스트리트의 효과는 조금씩 줄어들 수밖에 없다. 느릴지언정 메인스트리트도 본격적인 회복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월스트리트와 메인스트리트,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이런 우문(愚問)에는 '혁신이 중요하다'는 현답(賢答)을 할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가 메인스트리트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둘 모두를 발전시키는 길은 혁신 밖에 없다. 제조업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술개발과 혁신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조업은 쇠퇴가 아닌 몰락의 길을 걸으며, 금융부문 역시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묻는다. 고용없는 성장을 겪고 있다는 한국은 어떻게 혁신을 하고 있으며, 제조업의 기반이 취약하기 짝이 없는 지방도시 부산은 어떻게 혁신을 하고 있는가? 아니 우리는 혁신이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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