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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9> 약사경

탐욕·어리석은 마음 치유해 깨달음 얻도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01 21:29:2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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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모셔진 약사여래보살. 연합뉴스
인간은 누구나 아프다. 그래서 건강은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최고의 화두다. 세상을 다 가진다해도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는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일생을 살면서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없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크고 작은 수많은 병고와의 끝없는 씨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인사말보다 건강을 기원하는 인사말을 최우선 순위에 놓기 마련이다. 타인의 건강을 염려하고 건강하길 기원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그 마음이 무한 확대된 세상이 있다. 바로 약사유리광여래의 세계다. 그리고 그 세계를 펼쳐 보인 경이 약사경(藥師經)이다.

부처님과 문수보살의 대화를 통해 약사여래의 서원과 공덕을 설하고 있는 약사경의 정식 명칭은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으로, 줄여서 '약사여래본원경' '약사경'이라 부른다. '약사'의 의미는 단순히 몸의 병과 외상을 낫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마음속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비롯한 모든 병고와 죄에서 벗어나 마침내는 깨달음에 이르도록 해주는 의사 중의 의사가 바로 약사여래다. 약사여래의 이름인 '유리광'은 맑은 유리처럼 마음의 본체를 밝혀 어둠을 없애주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약사경에 등장하는 약사유리광여래는 과거세에 약왕보살로 수행할 때에 중생들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하기 위해 12가지 큰 서원을 세웠다. 그 서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경에 의해 생겨난 약사 신앙이 왜 그토록 뿌리를 깊게 내렸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약사여래의 서원은 곧 중생들이 희구하는 간절한 바람들이며 살면서 이루고 싶어 하는 욕구를 대변해 주고 있다.

'가난하고 곤궁하여 의지할 데가 없고 온갖 병고에 시달려도 의약과 의사가 없다가도, 잠시라도 나의 이름을 듣는다면 온갖 질병이 소멸하고 모든 재물이 흡족하여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마침내 보리를 성취하게 하리라(7대원)' '한없는 재난과 근심걱정으로 받는 고통이 있으면 나의 복덕의 힘으로 일체의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리라'(10대원)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봄직한 고통을 말끔히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약사여래의 약속을 믿고 사람들은 해마다 약사여래가 모셔진 팔공산 갓바위를 찾고, 전국 곳곳의 약사 도량을 찾는다. 날이 갈수록 병명조차 알 수 없는 희귀한 질병들은 늘어나기만 하니, 약사여래의 서원에 기대는 발걸음은 더욱 잦아질 것이다.

그러나 약사여래가 우리에게 준 최고의 약속은 따로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것이 작은 약속이라면 유리처럼 맑고 밝은 마음의 본체를 밝혀 깨달음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큰 약속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현세의 이익에 눈이 멀어 큰 약속에는 손가락을 걸지 않는 우를 범하기 쉽다. 언제까지 약사여래의 옷자락에 매달릴 것인가? 이제 약사여래의 서원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약사여래의 서원으로 무장하고 세상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병과 고통의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한다.

결국 병은 어리석음의 다른 모습이다. 타인을 향한 미움, 원망의 응어리들이 몸을 병들게 한다. 만족을 모르는 욕심이 마음을 병들게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알맞은 처방전과 묘약이 필요하다. 약사여래의 서원은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병고를 치유하는 묘약이다. 타인의 아픔을 덜어주겠다는 자비심과 나로 인해 타인이 밝아지고 건강해지길 바라는 보살의 정신이 바로 우리의 고통을 해소해주는 최고의 약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의 병고는 계속될 것이다. 어리석음의 미망에서 깨어나기 전에는. 나도 없고 병도 없는 영원한 안락의 경지에 들기 전에는. 그러니 병은 우리의 존재 그 자체다. 기꺼이 받아들이며 가야 하는 동반자 같은 것이다. 지금 병고로 받는 고통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나의 아픔에 견주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마음의 눈만 뜨면 약사여래의 서원이 절절히 마음에 와 닿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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