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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8> 미국의 기업- 애플 그리고 스티브잡스

혁신하고 싶다면 애플의 잡스처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17 20:29:1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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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선적이라고 회사에서 쫓겨났던 CEO
-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아이패드·아이폰 등 혁신적인 상품 생산, 모바일 혁명 이끌어

- 조급하고 기다릴 줄 모르며 성과주의 집착하는 기업문화 안 버리면
- 한국 대표 기업들 최고되기 어려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사과. 애플의 열정과 집중, 광기가 2005년 이후 6년 연속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이 된 비결로 평가되고 있다.
"애플이 해야 할 가장 현명한 행동은 회사를 청산한 뒤 나머지 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1997년 스티브잡스가 12년 만에 자기를 쫓아 낸 애플에 복귀했을 때 델(Dell) 컴퓨터의 창업자 마이클 델(Michael Dell)은 이렇게 애플과 스티브를 비꼬았다. 그럴 만도 했다. 당시의 델 컴퓨터는 하나의 PC 제국을 이뤘지만 애플은 맥 컴퓨터의 판매부진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티브는 애플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애플로 복귀한 셈이다.

그로부터 다시 12년. 애플은 2005년 이후 6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혔다(2004년 이전은 자료 불명). 말이 6년이지, 빛의 속도로 변하는 IT업계에서 6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제품(product)과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에서의 혁신은 괄목할 만하다. 애플은 아이팟(ipod), 아이폰(iphone), 아이패드(ipad)라는 제품을 새롭게 만들어 내었고, 그런 제품들에 아이튠스(itunes)라는 온라인과 앱(application)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소비자를 열광시켰다. 그 결과가 어떤지는 누구나 안다. 세계 최고의 IT기업.

그래서 누구나 혁신을 외친다. 하지만, 정말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필요로 하는지 알까? 아니 그 이전에 애플이 진정으로 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새로운 시대의 개막

애플 아이패드(ipad)
2010년 5월 드디어 애플의 시가 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월했을 때 월가는 이것을 '한 시대의 종언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유선(wired)의 환경에서 키보드를 눌러 정보를 얻고 소통하던 시대는 가고, 무선(wireless)의 환경에서 터치스크린 위에서 손가락을 놀려 정보를 얻고 소통하던 시대가 온 것이다. 유선과 무선, 키보드와 터치스크린. 이 미묘한 차이가 지난 시대의 IT혁명을 거쳐 모바일 혁명(mobile revolution)의 시대를 열었다. 이 모바일 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애플 TV처럼 인터넷과 TV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갈수도 있고, 유비쿼터스 컴퓨팅(모든 곳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의 방향으로 진화할 수도 있고,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스마트폰에서 현실의 특정 공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법)이 더 발전하여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애플이, 애플의 혁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IT전문가들의 말을 빌면, 스티브잡스라는 한 천재 CEO가 이를 가능하게 하는 혁신을 지휘했다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이미 진부하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가장 먼저 나오는 답변이 다르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맞다. 하지만, 혁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스티브잡스는 말한다. "우리는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 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는 마케팅의 가장 기본조차 따르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헨리포드가 처음 자동차를 만들 무렵 소비자에 대한 시장조사를 했다면 소비자들은 단지 '좀 더 빠른 말(horse)'을 원했을 것이다. 그런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사를 회생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시장조사를 했다면 애플사는 아마 조금 속도가 빠른 맥 컴퓨터를 개발하는데 그치고 말았을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시장조사를 거부하는 '다르게 생각하기'는 좋은 출발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머문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다르게 상상하라(Imagine Different): 조금 그럴 듯하다

애플 아이팟(ipod)
스티브잡스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정말 뛰어난 인재들을 구한다. 그것도 다른 기업들보다 50% 이상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고. 그는 이들에게 시장조사 대신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제품, 그리고 그 제품을 둘러싼 음악, 비디오, 컴퓨팅 등 모든 관련 환경을 '깡그리' 이해한 뒤,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제품을 상상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높은 수준으로(high demanding). 그러니 이들에게는 이미 시장조사가 필요 없다. 이미 그들 머리에 시장의 모든 환경이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위에서 소비자들에게 줄 선물을 상상한다. 2000년 이후 애플이 만들어 낸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마치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받을 수 있는 선물과 같은 것들이다. 어린 아이들처럼 콩닥콩닥 가슴 설레이는 기대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상품 말이다. 아이팟이 그랬고, 그 다음 아이폰과 아이패드 역시 그러했다.

쉬운 여정이 아니다. 스티브잡스와 그들의 팀(특히 디자인팀)은 이런 상품을 만들기 위해 우선 10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상해 낸다. 그 뒤 자기들만의 기준을 통해 이것을 3개의 아이디어로 축소하고 최종적으로 1개의 아이디어가 남을 때까지 숙고를 거듭한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소비자들의 열광이다. 하지만, 10개의 아이디어가 1개로 남는 과정은 '자기들이 한 작업의 90%를, 자기들이 사용한 돈의 90%를 내버리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한 재무책임자(CFO: Chief Financial Officer)는 말한다. "내가 본 것은 엄청나게 버려지는 돈, 그리고 낭비되는 돈 밖에 없다."

■열정, 집중 그리고 광기: 이게 답이다

애플은 명품을 판매하는 작은 부티끄같다.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기업이 고작 30여개 정도의 제품밖에 팔지 않는다. 하지만, 그 제품 하나 하나가 최고들이다. 집중한다. 이 집중은 제품 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유명한 애플의 디자인 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 수석부회장, 디자인팀장)를 위시한 디자인팀은 2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은 애플의 전 시스템을 통제하면서 아이맥을 위시한 혁신제품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들은 최고를, 완벽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 완벽을 만들어내기까지 시간과 돈, 특히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나아가 그들 모두는 애플에 미쳐 있다(crazy about apple).잡스는 돈을 아끼지 않고 그런 사람들만을 불러 모았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는 애플, 2005년 이후 6년 연속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이다.

■애플의 미래

"너무 좋아요(I love it)." 미국의 어느 스타벅스 혹은 던킨도너츠 매장을 가도 그 곳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열에 여덟은 먹다만 사과 로고가 새겨져있는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왜 하필 맥(Mac)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이렇게 답변을 하곤 했다. 정말 마니아가 아닐 수 없다. 애플이 이런 마니아들의 '설레이는 기대감'을 계속 충족할 수 있다면 그 미래는 어둡지 않다.

하지만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구글(Google)의 추격이 눈부시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사업을 하던 이 IT거인들이 지금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온라인 광고, 그리고 스마트 TV까지 이제 사활을 건 전쟁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정작 애플의 가장 큰 적은 전통적인 배타성일지 모른다. 자기들의 기술과 특허를 독점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구글과 아도비(Adobe)의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고, 안드로이드폰에서 작동되는 소프트웨어가 아이폰에서는 작동되지 못하도록 한다. 이것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장점은 있을지 모르나, 그 독점력이 심화될 경우 불필요한 정부의 반독점 개입을 부를 수도 있다.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이미 이에 대한 사전조사를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세는 애플이다.

■우리는 진정한 혁신이 가능할까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세계 최고의 기업을 꿈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더 이상 뒤지지 않기 위해, 혁신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외형적으로 보면 한국의 성적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가 2005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1위 권을 유지하고 있고, 2010년에는 엘지전자가 7위를 차지했다(비즈니스위크 선정).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하드웨어에 집중된 사업구조 때문에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시대를 주도하기에는 힘이 딸린다. 엘지전자가 분전하지만 그것 역시 제품공정 측면에서의 혁신이다. 제품과 사업모델의 혁신과는 다들 거리가 있다. 왜 그럴까? 우리는 급해서 기다릴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 부문의 혁신을 위해서는 '상상된 아이디어'를 걸러내고 없애고 수정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을 아까워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그런 안목과 비전과 실행력을 가진 리더, 즉 사람이 부족하다. 그리고 있더라도 키우지를 못한다.

지역이라고 다를까? 사람들에게 열정과 집중을 요구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새로운 상상과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없을까? 왜 없으랴. 그런 사람이 없다면,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스티브잡스처럼 지나간 인물도 다시 되새겨보는 그런 문화라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스티브잡스, 그는 한 때의 실의(失意)와 낙담이 영원한 실의와 낙담이 아님을 증명한 영웅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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