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남석의 연극이야기 <31> 세상을 보는 광각의 눈

신문기자 출신 연출가들, 트렌드 읽고 새로움 창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1 20:39:44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극단 산울림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임영웅.
이서구, 서항석, 임영웅, 이윤택.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연극을 했다는 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대중지향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 그 외에는? 한 번 찾아보도록 하자.

이서구는 1920년대부터 연극계에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작가이거나 연출가는 아니었다. 그가 비록 토월회의 창립 멤버였지만, 그는 당시 동경유학생이었거나 신문기자의 입장이었다. 이후 그는 토월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재정 곤란으로 잠정 휴업 상태였을 때), '찬영회'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영화와 연극 그리고 무용(최승희)을 묶는 기획 공연으로 토월회의 부활을 도운 바 있다. 이때 만들어진 연극이 '아리랑 고개'였다. 이후 그는 연극시장, 신무대 등에서 활동하다가 동양극장의 전속작가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서항석은 동경 유학(동경제대)을 하고 돌아와 동아일보 문예부 기자와 부장을 거치면서 문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1930년대 후반에는 극연좌로 바뀐 극연의 실질적인 기획자로 활동했고, 1940년대 전반에는 악극 관계 일을 하기도 했다. 6·25 사변 이후에는 '부활한 국립극장장'으로 활동했다. 주로 연극 경영 내지는 행정에 관여했지만, 간혹 연출을 담당하기도 했다. 연출작으로 '부활'(1937), '대추나무'(1942), 오페라 '춘희'(1948) 등이 있다.

임영웅은 이른바 '산울림 표' 연극을 만든 연출가이다. 그의 연극적 이력에는 뚜렷한 두 개의 목표가 나타나는데, 하나는 '고도를 기다리며'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연극'이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나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혹은 '담배 피는 여자' 류의 연극은 여성 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낸 문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획 공연에 능했고, 관객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감식안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했다. 오랫동안 신문기자로 활동하다가 연출가로 데뷔한 점이 특이하다.

이윤택은 1986년 가마골 소극장을 창립하면서, 본격적인 연출가로 등장했다. 그 이전에는 부산일보 기자로 재직했고, 동시에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동한 바 있다. 한때는 텔레비전 드라마 대본을 쓰기도 했고 시나리오 대본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으며, 연극적 의사 표현을 쉽고 분명하게 한다는 장점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 네 사람은 모두 연출가라는 점, 한국의 연극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면, 그들은 모두 신문기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네 사람의 연극 일생을 보면, 기획 공연에 밝았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발견해내는 감식안이 높았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서구는 별도의 연극 수업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촉망받는 극작가이자 연출가로 활약한 바 있다. 서항석 역시 연극 분야 중 어느 한 분야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바는 없지만, '극연'과 국립극단을 창립하고 그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상상 이상의 공로를 세운 연극인이다. 임영웅과 이윤택도 '새로운 관객'을 만들고 '새로운 연극'을 선보인 대표적인 연출가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그들의 활동에 신문기자라는 경력은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그들의 연극은 잘 포장되고 잘 홍보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관객의 기호와 세상의 흐름을 읽어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기존에 '없던' 것을 창출하기도 했다. 이것은 기자가 세상을 보는 눈과 관련이 깊다. 세상의 구석구석을 넓게 살피고, 필요한 것들을 눈앞에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이 능력이 종합예술이라는 연극 분야에서 중요한 덕목이자 추진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신문기자가 보는 이른바 광각의 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또 다른 광각의 눈을 가진 연극인을 기대해본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4. 4[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5. 5“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6. 6“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7. 7"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8. 8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1. 1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4. 4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5. 5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6. 6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7. 7‘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8. 8[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9. 9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3. 3"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4. 4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5. 5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6. 6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7. 7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3. 3“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4. 4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5. 5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6. 6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7. 7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8. 8“차량 흔들린다” 술 취해 소화기로 버스기사 폭행한 60대
  9. 9초등학교서 뽀뽀하려는 친구의 장난…“학교폭력 처분 정당”
  10. 10‘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3. 3[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4. 4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5. 5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6. 6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7. 7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8. 8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9. 9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10. 10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