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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를 말하다 <32> 마키노 미카

"무조건 여친 챙기는 한국男 안쓰러워"

작은 가방도 들어줘야 하는 통념 속에서 지친 남성들 결혼 후엔 돌변

"여자들도 과도한 요구 하지말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1 20:54:5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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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산 지 2년7개월이 됐다. 문화, 식생활, 사람들의 기질 등 일본과 비슷한 점도 있고 완전히 다른 점도 있는데, 알면 알수록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한 흥미는 더욱 새로워진다.

일본과 비슷한 점이 많이 있기에 다른 점은 보다 더 부각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사귀고 있는 젊은 남녀의 관계는 일본과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많은 정성을 쏟는다. 여자 친구의 생일은 물론이고 사귄 지 100일째에는 여자 친구를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연출하는 게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데이트할 때 식사 비용 등을 내는 쪽은 남자다. 또 함께 걸어갈 때에는 여자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는 것 역시 보편적이다. 여자 친구가 가볍고 작은 가방을 들고 있을 때에도 이는 똑같이 적용된다. 젊은 한국 여성들은 아주 높은 하이힐을 신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이 쉽게 지친다. 데이트 도중 여자 친구의 발이 아프거나 지치면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를 업고 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여자 친구를 위해 애쓰는 한국 남자의 모습이 일본 사람에게는 안쓰럽게 비쳐진다. 스스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가방까지 무조건 들어주는 데 대해 한국 사람 중에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긴 하다. 데이트 비용을 남자만 내는 것 역시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여자도 있다.

물론 이 자리에서 남자가 여자 친구를 위해 애쓰는 데 대한 시비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궁금한 것은 이렇게까지 더할 나위없이 여자 친구를 위해 애쓰는 원동력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점이다. 물론 여자 친구에 대한 애정이겠지만 그 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강한 통념 같은 무언가가…. 그런데 그런 한국 남자들도 일단 결혼하고 나면 태도가 크게 바뀐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렇게 애쓰던 남자는 '여자 친구'가 '아내'가 되자마자 '애쓰는 것'을 그만둔다고 한다. 이는 한국 남자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많든 적든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결혼하기 전 여자 친구에게 지나치게 정성을 쏟기 때문에 결혼하고 난 뒤에 애쓰는 것을 그만둘 때 그 차이가 보다 눈에 띄게 보이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남자는 '애쓰는 것'을 그만두는 것일까. 역시 결혼하기 전 무리하게 애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 이렇게 해줘야 한다'는 개념 때문에 보다 과장된 애정 표현을 해야 하고 그것에 조금씩 무리가 생겨 남자들이 지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남자 쪽에서 보면 결혼하기 전 충분히 애썼기 때문에 결혼 후에 애쓰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일까. 1년 중 전반기에 비가 많이 오고 후반에 비가 전혀 오지 않는다면 농작물은 잘 자라지 못한다. 조금씩이라도 일 년 내내 비가 오면 농사는 잘된다. 애정도 마찬가지다. 결혼하기 전 과도한 서비스를 하는 것보다 결혼 전이나 뒤에도 변함없이 애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아마도 여성들도 더 기뻐할 것 같다. 여성들도 결혼하고 나면 남편의 태도가 돌변했다며 투덜대지 말고 남자 친구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시민세계문화교실 일본어반 강사·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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