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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를 말하다 <33> 누엔티튀

"情 많은 한국 할머니들 덕에 마음 따뜻"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8 20:38:5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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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발한 외부 활동…즐거운 할머니들 베트남엔 드물어
- 버스 안에선 선뜻 가방 받아줘
- 친해진 동네 할머니 친척처럼 정겨워

4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뒤 이상하고 신기한 점이 많았는데 한국 할머니들의 모습이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어떤 노래자랑대회에서 본 할머니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나이가 90세였는데 빨간 립스틱을 칠한 입술에 진한 얼굴 화장을 한 모습이 마치 30대 아가씨 같았다. 파란 원피스를 입고 파란 모자를 쓰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다. 그런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춤까지 추었다.

더욱이 노래를 부른 후 할머니와 MC는 웃기고 재미있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다. 그것은 그 할머니뿐만 아니라 객석의 할머니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아가씨들처럼 각양각색의 옷과 화려한 화장으로 멋을 내고 신나게 춤을 추었다.

그런 모습이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하고 놀라웠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할머니와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베트남 할머니들도 예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하면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외부 활동도 잘 안하는 편이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갈 때였다. 자리가 없어서 무거운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런데 모르는 할머니가 가방을 들어주신다면서 선뜻 내 가방을 가져가 들어주시는 것이었다. 난 그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곧 어깨가 가벼워졌고, 가방을 들어준 할머니의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치 친척처럼 느껴졌다.

사람과 사람이 작은 관심으로 도와주는 것이 비록 사소한 일이지만 정말 소중한 일이며 상대방에게 행복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에서는 할머니들이 모르는 사람의 물건을 들어주려고 하면 주위에서 지나친 행동으로 생각한다. 이상하게 여기기 때문에 아예 엄두를 내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은 어떤 할머니가 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맨 채 버스정류장을 향해 앞서 가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제가 버스 정류장까지 들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아냐, 괜찮아. 내가 들고 가면 돼. 할 수 있어"라며 계속 걸어갔다. 그런데 나는 도저히 그냥 갈 수 없어서 한 번 더 "할머니, 가방이 너무 무거운 것 같으니까 제가 들어 드릴게요"라며 말하고 가방을 들어 드렸다. 할머님은 웃으면서 고맙다고 했고, 나는 무거운 짐을 들고 있었지만 점점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알고 보니 같은 동네에 사는 할머니였다.

다음 날 그 할머니는 김치를 들고 우리 집에 찾아오셨다. 나는 갑작스러운 선물에 감동했고, 그 김치를 맛있게 먹었다. 그날부터 나와 그 할머니는 친할머니와 손녀처럼 친해졌다.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나한테 주셨고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나에게 이야기해주셨다. 특히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도와줄게"라고 말씀해주셨다.

할머니 덕분에 나는 비록 낯선 나라에서 살고 있지만 외롭지 않고 오히려 행복함을 많이 느낄 수 있다. 한국 할머니들은 참 대단하고 정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한국 할머니들이 자신 있고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참 아름답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국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베트남에 있는 할머니가 그리워졌고, 예쁜 것을 많이 전해 드리고 싶다.

부경대 국문학과 1년·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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