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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환경교육센터와 함께 하는 환경 이야기 <19> 가을은 열매들의 이사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0 20:54:4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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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씨앗
가을의 정취에 흠뻑 취하기도 전에 어느새 겨울이 와버렸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지만 해가 갈수록 은근슬쩍 지나치는 가을 풍경이 못내 아쉽다. 허전한 마음을 가을의 상징인 열매 이야기로 달래본다.

국화과의 꽃들은 솜털을 달고 날아가는 열매를 만든다. 국화꽃이 지고 나면 서서히 열매를 익히면서 민들레처럼 커다란 솜방망이를 만든다. 이때 열매와 솜털에는 수분이 거의 없다. 어딘가에 떨어져 오랫동안 썩지 않고 살아가려면, 또 가볍게 잘 날아가려면 아무래도 수분이 없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솜털을 이용해 날아가는 종류는 국화과 외에도 박주가리와 사위질빵 열매가 있다. 날아가기 직전의 그 아름다운 모습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박주가리는 집 울타리를 타고 넘으며 흔하게 자라는 풀이었다. 지금 도시에서는 찾기 어렵고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다. 박주가리 열매에서 나온 씨앗의 솜털은 바늘쌈지에 넣기도 하고, 붉은 도장밥으로 쓸 정도로 부드럽고 폭신하다. 시골길을 걷다 박주가리를 만나면 반가워 톡 치게 되는데 그러면 안의 솜털 씨앗이 우르르 밀려나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야생의 콩과 팥도 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콩은 애초에 이런 야생 콩을 개량한 것이다. 풀숲이나 낮은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는 잎이 세 개인 풀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정말 예쁜 야생 콩을 만날 수 있다. 크기가 아주 작아 자세히 봐야 하지만 콩꼬투리 모양이니 쉽게 찾을 수 있다. 커다란 세 잎의 덩굴이 나무를 온통 덮어버리는 칡도 콩과 식물이다. 콩과 식물은 뿌리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땅으로 모아 땅을 기름지게 한다. 들에서 만나는 콩과 식물은 숲과 들이 비옥해지는데 큰 공을 세우는 셈이다.

동물의 몸에 붙어 이동하는 열매는 사실 좀 귀찮기는 하지만 그 생존 전략이 정말 감탄스럽다. 보통 '도깨비'라고 부르는 도깨비바늘은 도깨비처럼 몰래 동물 몸에 붙어 다닌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늘에 센털이 나 있어 몸에 붙으면 좀체 떨어지지 않는데 가능한 멀리 이동해 떨어뜨려 주기를 바라는 것일 테다. 주름조개풀은 센털 대신 끈적함으로 승부한다. 숲에 다니다 보면 바짓단에 끈적한 열매가 붙어있는 걸 발견하곤 한다. 열매가 다 익기 전에는 액체가 나오지 않지만 일단 열매가 익으면 긴 털에 이슬처럼 액체를 달아 움직이는 것에는 모두 묻혀 보낸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지만 열매를 멀리 이동시키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이 경탄스럽다. 영역을 넓히고 멀리 퍼져 나가려는 본성은 동물의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숲을 찾았다가 옷에 끈적한 액체나 솜털 같은 풀이 묻어있으면 귀찮다 생각말고 멀리 가서 털어주시길….

정주혜·숲연구소 부산경남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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