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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34> 스타 커플들

1930년대 무대서 싹튼 사랑…더 큰 빛 되거나, 참담하거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1 20:11:5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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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극단 예술좌 등에서 연기와 노래를 한 신카나리아. 그녀는 연극인인 임서방과 커플을 이뤘다.
현재 연예계를 보면, 스타 커플들이 드물지 않게 눈에 띈다. 엄앵란·신성일 커플을 필두로 하여, 최수종·하희라 커플이나 이재룡·유호정 커플 혹은 차인표·신애라 커플들이 언뜻 생각나는 커플들이다. 최근에 맺어진 장동건·고소영 커플도 이러한 커플들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타 커플의 탄생은 대중들에게 동경과 함께 선망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완벽해 보이는 남녀가 만나, 여러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아름다운 한 쌍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스타 커플은 아름다움으로 세상에 빛을 전했지만, 때로는 참담한 결별로 더할 수 없는 비통함을 전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어떠했을까. 과거에도 스타 커플은 존재했다. 1930년대 조선연극사의 강홍식·전옥 커플이 먼저 생각난다. 강홍식은 1930년대 초반 조선연극사의 배우 겸 가수 겸 연출자로 활약한 연극인이다. 그는 마땅한 연출자가 없는 극단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연출자로 악명(?)을 날렸다. 배우들의 연기를 지도할 때, 폭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가장 큰 피해자는 배우였다가 아내가 된 전옥이었다.

일설에 의하면 전옥은 무대에서 웃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그것은 남편이자 연출자였던 강홍식에게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가수로 그리고 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나중에 결별하여 남북으로 흩어졌지만,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은 예능계 집안을 형성하며 지금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가문으로 손꼽힌다.

임서방·신카나리아 커플도 거론할 수 있다. 임서방은 신카나리아를 발굴하여 가수로 데뷔시켰고 후견인 겸 매니저로 활동하다가, 결국에는 부부로 맺어졌다. 두 사람은 조선연극사→연극시장→신무대→예술좌→협동신무대→태양극장 등의 대중극단에서 노래하고 연기하고 때로는 작품을 발표하거나 연출하면서 활동하였다. 두 사람의 연기와 음악 인생은 이후 대한민국 연예사의 뚜렷한 족적으로 남게 되었다.

임선규·문예봉 커플도 식민지 시대에 이름난 커플이었다. 임선규는 배우이자 극작가였는데, 조선연극사나 연극시장에서는 그다지 이름을 얻지 못하는 무명 극작가였다. 하지만 그는 문예봉을 아내로 맞이했고, 두 사람은 제법 긴 무명 시절을 거치면서 고생하였다. 먼저 이름을 얻은 이가 문예봉이었다. 문예봉은 식민지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때부터 그녀는 조선을 대표하는 영화 스타로 알려지게 되었다.

반면 임선규는 배우로서의 인생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1935년 설립된 동양극장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극단의 중요 작가 대열에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1936년에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일약 최고의 극작가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극단 아랑을 거치면서 확고부동한 극작계의 일인자가 되었고, 광복 후에는 좌익 진영에 가담했다가 문예봉과 함께 월북하게 된다. 두 사람의 월북은 많은 후문을 만들어냈으나, 결과적으로는 남한 연극계의 큰 손실로 판명되었다. 문예봉은 북한의 국민배우가 되었지만 식민지 시대만큼 활약하지는 못했고, 임선규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병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스타 커플은 있었고, '지금―여기'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두 사람이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가이다. 두 사람이 상부상조하면서 향상된 미학적 결실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두 사람 뿐만 아니라 연예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현 연예계의 스타 커플들은 반짝 이슈만을 남기며 결별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심정이 들 때가 있다. 어떤 사물을 본다는 것은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본다는 뜻이기도 한데, 두 사람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고 단점을 가릴 수 있는 커플들의 탄생을 바라본다. 잠시 간의 이끌림도 좋지만, 긴 시간 후의 아름다운 결실로 피어날 수 있는 커플 말이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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