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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현의 규슈 문화리포트 <17> 왜 '리크루트 슈트'가 다 똑같을까

제복같은 양복, 조직에 순응 표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16 20:20:03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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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젊은 샐러리맨이 출근길 집을 나선다. 검은 색으로 통일된 상·하의와 가방, 단출하면서도 몸에 붙는 느낌의 리크루트 슈트 차림이다.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이 되면 이곳 일본도 출근 러시로 몸살을 앓는다. 전철과 버스를 향해 뛰는 사람, 급히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 힘껏 자전거 페달을 밟는 사람들까지. 세상 어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일터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아침풍경을 후쿠오카에서도 볼 수 있다.

6년 전 일본에 오자마자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매일 아침 출근시간에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느낀 궁금증이 있었다. 일본의 20~30대 젊은 샐러리맨들은 다들 똑같은 검정색 양복에 유사하게 생긴 가방과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그뿐 아니다. 이들은 혼자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는 빈도가 높다. 그리고 혼자 공원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겉보기에, 일본사회의 외관은 좀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다. 한국이라면 조금 화려하고 밝은 양복, 반사율이 높은 양복, 몸매가 드러나 보이는 양복을 입은 젊은 사람들이 점심시간 밥 먹으러 가는 길에 "과장님 오늘 점심 쏘세요! 내일은 제가 쏠게요"라고 하는 목소리가 들릴 법 하다.

일본으로 오기 전 한국에서 대학강사로 일했고 작은 회사도 운영했던 필자의 30대 초반은 매일 양복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분명 일본과 한국의 양복 문화는 그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재킷, 조끼, 바지로 구성된 샐러리맨들의 정장을 여기서는 슈트(suit)로 통칭한다. 이는 요즘 한국에서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다수 일본 대학생은 졸업을 1년 이상 남겨놓은 대학 3학년 때 졸업 후 다니게 될 직장이 미리 정해진다. 대학 3학년이 되면 학교 안팎의 취업설명회나 취업박람회 그리고 면접 등을 통해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대학에서 학점을 따는 것처럼 정례화돼 있다. 그렇게 취업활동을 하기 위한 '슈트'가 따로 정해져 있다. 누구나 똑같은 양복, 가방, 구두를 맞춰서 입어야 한다. 아주 저렴한 가격대의 양복으로 전혀 개성이 없는 검정색상, 그리고 우리나라와 달리 양복의 폭이 좁고 기장이 짧다.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이런 복장은 자신을 낮추는 의미를 나타낸다.

말이 좋아 양복이지 고교 때 입던 교복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런 양복을 일본에서는 '리크루트 슈트'라 부른다. '취업용 양복' 정도의 뜻이다. 일본의 이런 슈트 문화는 사회조직 내부의 서열, 기능, 소속을 구분하기 위한 '제복'으로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외형을 표준화하여 공적인 존재로 고정시킴으로써 개성을 감추고 규율과 충성심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물가수준을 감안하면, 한국의 대졸자 초봉과 실질적 액수가 크게 차이가 없다. 그래서 대학졸업 후 양복 한 벌 구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구입한 리크루트 슈트는 취업 후에도 계속 직장에서도 입게 된다. 다시 새로운 양복으로 구입하더라도 복잡다양한 사회에서 순응하며 살아가기 위해 수수한 스타일의 리쿠르트 슈트와 별 차이가 없는 양복을 또다시 사게 된다. 이런 검정색 군중의 풍경이 일본 아침풍경인 셈이다.

참고로 일본은 취업이력서를 반드시 예전 방식 그대로 서식용지에 맞춰 자필로 적어야 한다. 일본 대학생들이 취업이력서를 쓰기 위해 밤새 예쁘고 바른 글씨로 몇 십장 씩 작성하는 모습에서 한일 문화 차이를 실감한다. 'IT강국' 한국에서 이력서를 아직까지 자필로 쓴다면 그 사람은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오인받겠지만 일본에서 글씨는 초·중·고·대학까지 얼마나 기초교육에 성실했는지, 가정교육이 어떠했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다.

지난 14일 이곳 후쿠오카의 시장선거에서 타가시마 소이치로 씨가 36살 젊은 나이에 시장선거에 당선됐다. 몸에 착 달라붙는 양복을 입은 그의 사진을 보고 또 한 번 일본 젊은 세대의 슈트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진가·후쿠오카 아시아포토그래퍼스갤러리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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