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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의 한국미술과 부산 <13> 부산에 뿌리내린 피란 화가들

송혜수·차창덕 등 휴전후 부산미술 새로운 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21 20:25:0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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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온 뒤 작고할 때까지 줄곧 부산서 창작활동을 한 송혜수 선생의 작품 '설화'.
6·25 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왔던 화가들에게 부산은 고난의 시기였던 동시에 목숨을 이어가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행복한 곳이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동안 부산에 모여든 화가들은 죽음과 전쟁의 공포를 잊기 위해 더욱 치열하게 그림에 매달렸고, 막걸릿잔을 앞에 놓고 열을 올려 미학을 이야기하곤 했다.

전쟁이 소강 국면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부산으로 몸을 피했던 화가들은 서울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화가들의 서울 귀환은 휴전협정이 맺어지기 전인 1952년 10월부터 시작됐다. 1953년 가을 김종영은 고향 경남 창원의 피란살이를 접고 서울에 갔지만 집문서는 타고 살던 안암동 집은 남의 차지가 돼 있었다. 총각 한묵도 휴전 이후 서울 종로구 누상동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부산에서 피란생활을 했던 장리석 이봉상 천경자 이상범 등이 이웃이었다. 김환기도 부산을 떠나 성북동 노시산방으로 돌아왔다.

성급한 화가들은 휴전협정이 맺어지기도 전에 서울에서 전시를 열었다. 서울에서 영업하던 올림피아 다방에서 1953년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국방부 정훈국 서울분실이 주관하여 종군화가단 선전미술부가 제작한 3·1절 경축 포스터 전이다. 이 전시는 앞서 부산 르네상스 다방에서 개최된 후 이어진 순회 전시였다.

휴전이 되자 이처럼 피란 왔던 화가들이 서울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삼고 부산에 뿌리를 내린 화가들도 있었다. 송혜수(1913~2005), 차창덕(1903~1996), 한상돈(1906~2002)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부산 미술 발전에 일정부분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주류 화가들과 이런저런 사유로 일정부분 거리를 두었던 것도 사실이다. 부산미술은 전쟁으로 인해 새로운 것들과 만났다. 특히 인상주의적인 화풍이나 일본의 아카데믹한 화풍, 그리고 1930년대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됐던 '조선향토색론'의 사실적인 풍경화가 대세였던 부산화단에 구본웅이나 이중섭 등에 의한 표현주의나 야수파적인 화풍이, 김환기와 유영국 같은 이들의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경향은 부산 미술에 적잖이 작용했다.

이들은 부산미술의 또 다른 축이 되었다. 송혜수는 1913년 평양에서 태어난 도쿄제국미술학교를 나와 1950년 장욱진 김병기 김환기 등과 더불어 '50년 미술가협회'에 가담했다. 일본 유학시절부터 동향인 이중섭과 친교를 맺은 그는 피란 온 부산에 정착해 200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부산화단의 재야파로 50여 년간 활동했다.

특히 그는 충무동, 남포동 등지를 전전하면서 송혜수미술연구소를 열어 후진양성에 힘썼는데 전준자 김정명 허황 등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살던 집마저 털어 송혜수 미술상을 마련했다. 실향민이었던 그가 제2의 고향 부산에 남긴 유지이다.

차창덕은 1970년 미국 시카고로 떠나기 전까지 활발히 활동하며, 1970년대 인기작가의 반열에 들어섰다. 부산에서 1952년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던 그는 이후 서울에서 7회나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소박하고 정감 어린 정물화나 스산한 풍경화 그리고 6·25당시 달밤에 삼팔선을 넘는 아낙을 그린 작품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토목기사인 아버지를 따라 원산에서 자란 한상돈도 부산에 정착한 화가다. 그는 원산상업학교를 나와 이후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다 1930년 일본미술학교 회화과에서 공부했으며 백일회, 춘양회전에 출품하며 조선미술전람회에도 입상한 경력이 있다. 귀국 후 한상돈은 원산에서 교사로 있다 전쟁 당시 이중섭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왔다. 조선방직에 근무하며 대학에도 출강했던 그는 이후 평생 전업 작가로 일관했다. 10여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던 그는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부산화단을 올곧게 지켰다. 짧은 터치의 나이프 기법은 그의 특징이다.

국민대 초빙교수·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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