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남석의 연극이야기 <36> 뮤지컬의 형태

뮤지컬 유입전 1920년대 '음악극' 이미 존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25 20:53:40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30년대 가극 배우 겸 가수인 강홍식.
한국에서 서양식 뮤지컬이 처음 공연된 시점은 통상적으로 1960년대로 여겨진다. 1966년 예그린 악단이 공연한 '살짜기 옵서예'가 서양 뮤지컬의 효시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을 연출한 사람은 연극 연출가 임영웅이었다(김영수 작, 최창권 작곡). 전임 연출자 백은선이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당시에는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었던 임영웅이 연출자로 투입되어 공연을 마무리하는 해프닝 끝에 탄생한 작품이었다. '살짜기 옵서예'는 관객들에게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패티 김이 부른 주제곡은 장안의 유행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한국에 음악극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비록 '뮤지컬'이라는 장르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1920년대부터 조선의 민중들은 음악극을 즐기고 있었다. 1920년대 취성좌는 이미 뮤지컬의 옛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가극'을 공연한 바 있다. 예를 들어 1928년 7월 16일부터는 가극 '극락조'를 조선극장에서 공연했고, 1929년 7월 9일에는 가극 '월광곡'을 역시 조선극장에서 '취성좌 소녀반이 총출동'하여 공연한 바 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취성좌의 후신 격인 조선연극사도 이러한 작업을 이어나갔다. 1929년 12월 21일에 창립 공연을 시작한 조선연극사는 제 1회 공연에 희가극 '카푸에의 짜스'(1막)를 당당하게 포함시켰다. 이 작품의 각색자는 '강범득'이었는데, 강범득은 강홍식의 별칭이었다. 강홍식은 이후 "봄이 왔네 봄이 와~"로 인기 가수의 대열에 들어서며, 1930년대 대표적인 연극·영화배우로 평가되었다. 훗날 전옥과 결혼하여 대한민국의 유명한 예능 가문을 산출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후 조선연극사는 '가극'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높이기 시작했다. 1931년 1월 18일 공연에서는 강범득 각색 희가극 '코스모스 호텔'을, 1930년 1월 23일 공연에서는 강범득 각색 희가극 '경성야화'를, 1930년 2월 21일 공연에서는 천한수 각색 '경성행진곡'을 무대에 올렸다. 이 시기는 조선연극사가 창립되어 경성에 그 이름을 알려야 하는 시기였는데, 이때 조선연극사가 선택한 대표 장르가 음악극, 즉 가극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경성행진곡'에 대한 대강의 줄거리가 옛 신문에 전하고 있다. "머너먼 시골서 갓나 온 하라버지가 서울의 밤을 구경하려고 어떤 '카페'로 들엇갓다 그의 눈은 커지지 안을 수 업섯다 얼마나 휘황하고 찬란한 비치냐! 낫가티 빗나는 전등 빗 아래 '에푸르'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게집아히 한 모퉁이로 흘러나오는 유성긔의 짜스 술취한 사람들의 곤드레먼드레하는 모양 그러한 빗과 소리 속에서 양식을 먹고는 긔분은 별건곤에 들아즌 놋차엇다 세상이란 널고도 좁은 것이다 게집 아히들과 이야기하여보니 이것도 또한 맛이 달다 술취한 사람사이에는 술취한 론리가 잇나보다 짜-즈- 밤 서울의 교향악-하라버지는 모든 것을 신긔하게 생각하엿다"

시골에서 경성에 올라 온 할아버지는 경성의 밤을 구경하기 위해서 '카페'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찬란한 조명, 아름다운 여자, 유성기 음반으로 흘러나오는 재즈, 서양식 음식을 만끽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를 만족시키는 것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과 나누는 대화이다. 점차 술기운이 오르고, 그는 달아오르는 술기운 속에서 경성의 자유분방함에 빠져들게 된다.

지금도 대도시의 휘황한 불빛은 낯선 이를 설레게 한다. 문화적 격차가 더욱 컸던 당시에는 경성의 모습이 더욱 남달랐을 것이다. 이러한 설렘과 낯섦은 곧 재래의 연극에 대한 서양의 연극, 혹은 대사 위주 연극에 대한 음악극에서도 나타났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이 신문물에 도취되듯, 관객들은 음악극에 길들여져 갔고, 점차 한층 변화된 음악극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1960년대까지는 먼 시기이지만, 이러한 욕구는 한국의 연극계에 음악극의 본격적인 도입을 유도하지 않았나 싶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4. 4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7. 7"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8. 8“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7. 7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