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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본 세계경제, 부산경제 <15> 세계경제의 세 가지 문제

유럽 재정위기보다 미국發 인플레가 더 위험

韓, 북한 리스크 부담 가중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05 20:40:4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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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존 구조개혁 성장가도 복귀 전망
- 美부채 10년새 배 ↑… 달러 패권 흔들

- 국제통화제도 개혁, 강대국들 아전인수
- 아일랜드 버블 교훈 국내정책 반영을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죽는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는 이렇게 경제와 인간사의 장기 전망의 비효율성 혹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니 우리는 늘 눈 앞의 단기적 문제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조금 더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선 이런 단기와 장기의 중간영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1~2년 세계경제가 직면한 중기적 과제를 세 가지 차원에서 검토한다.

■유럽: 아일랜드, 포르투칼, 그리고 스페인?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조치를 발표하는 유럽중앙은행.
"부자들 사이에 있는 최고의 가난뱅이". 지난 1988년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지는 아일랜드를 이렇게 불렀다. 그럴 만도 했다. 살인적인 인플레와 높은 이자율, GDP의 120%에 달하는 정부 부채, 그리고 해외로 탈출하는 우수 인력까지. 하지만, 그 이후 아일랜드의 변신은 눈부시다.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공공지출을 큰 폭으로 삭감하고, 경제회복을 위해 3년 동안 노사가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큰 폭으로 인하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 그 결과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이 나라는 년 평균 6.5%의 성장률을 기록한다. 유럽의 가난뱅이가 아니라 유럽 최고의 혁신 사례로 거듭 났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아일랜드는 1990년대에는 외국기업의 기술과 국내 숙련인력이 결합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했지만, 2000년대에는 주택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건설경기를 타고 성장했다. 2007년 건설업에 고용된 사람은, 총 인력의 8분의 1에 달하는, 27만2000 명에 달했다. 엄청난 숫자다. 치솟는 주택가격은 모든 가용재원을 끌어들였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주택에 투자했고(정확히는 투기다), 은행은 거기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주택가격의 상승이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은 악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부실한 은행, 넘치는 실업, 그리고 국가부도의 순간까지 왔다.

선거를 앞두고 주저하던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을 받는 것 외에 다른 방도를 찾을 수 없었다. 한 때 잘 나가던 경제가 주택버블과 거기에 편승한 투기적 수요, 그리고 지나치게 개방된 자본시장으로 인해 쓴 맛을 보는 셈이다. 하지만, 1990년대 아일랜드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숙련노동이 여전히 건재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건재하는 한 아일랜드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문제는 아일랜드 사태가 포르투칼, 그리고 스페인까지 확대될 가능성이다. 뉴욕타임즈는 스페인까지 국가부도의 위기에 직면하면 유럽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유럽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유로존의 문제를 재검토하고 구조개혁을 통해 다시 성장가도로 접어들 방안을 찾고 있다. 어느 쪽이 맞을까? 유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러니 이 역시 미국과 유럽의 기 싸움 같은 성격을 보인다. 미국은 제 코가 석자다.

■미국: 빚과 인플레이션

미국과 세계의 금융을 좌우하는 버냉키 FRB의장(왼쪽)과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
미 의회 예산국은 2010년 연방정부의 부채가 미국 GDP의 62%에 달하고(일인당 부채는 3만4000달러로 이는 2001년에 비하여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2020년에는 87%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주정부와 지역정부의 부채까지 합할 경우 이 비율은 110%로 늘어난다. 쉽게 말해 미국이 일 년동안 생산한 것을 몽땅 빚을 갚는데 사용해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IMF는 미국의 부채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은 증가하는 실업률과 회복되지 않는 경제 때문에 부채를 삭감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여유가 없다. 부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지금은 그보다 경제회복에 더 매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빚을 갚지 않고 있다 국가부도가 나는 일은 없을까? 그럴 일은 없다. 미국은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 안되면, 달러를 찍어내면 된다. 하지만, 달러를 찍어낼 경우 조금의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미국의 부채를 대신 부담하고 있는 채권국들의 채권 가치를 급락시키므로 복잡한 국제적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이런 방법은 최후의 수단일 뿐, 미국 역시 부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마바 대통령도 민주, 공화 양당의 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부채삭감 방안을 의뢰했고, 민간에서도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The Domenici-Rivlin report). 특히, 민간에서는 부채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부가가치세(6.5% debt-reduction sales tax)의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방안을 취하건 FRB의 양적완화 정책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당장은 아닐지라도 조만간, 미국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FRB가 가장 잘하는 것은 인플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는 시중의 진반농반은 결코 농담이 아닐 수도 있다. 경제이론을 보더라도, 단순히 빚을 갚기 위해 돈을 찍어내지 않더라도,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풀려나간 돈이 제대로 시중에 돌기만 해도(이것을 화폐 유통 속도의 정상화라고 한다) 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위에서 언급한 민간위원회 의장인 도미니치 씨도 미국의 부채와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미국은 잠재적으로 경제적 재앙의 길목에 접어들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시기는 멀지 않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아직 이것을 모르고 있다."

미국의 부채 문제는 단순히 미국의 문제가 아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제도

"어떤 터부도 개입시키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미래의 국제통화제도를 논의하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11년도 G20 의장국의 지위로서 이렇게 솔직하게,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프랑스가 속해 있는 유로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코노미스트지의 지적처럼 현재의 국제통화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우선 달러의 기축통화로서의 대표성 문제다. 외환거래의 80% 이상이 달러베이스로 이루어지지만, 미국의 GDP는 세계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이처럼 달러는 세계 경제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미국 국내 통화정책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 FRB의 언급 하나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다. 둘째,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신흥개발국이 지나치게 많은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고 있다. 이론적인 적정 외환보유고는 일년 동안의 대외부채를 상환할 정도면 충분하지만, 현재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한국의 경우 2008년 GDP의 25%에 해당되는 외환을 보유하면서도 미국의 FRB와 긴급유동성 협약을 체결한 뒤에야 금융시장의 패닉을 벗어날 수 있었다. 셋째, 자본이동이 너무 빈번하다. 지난 30년간 특히 신흥개발국은 극단적인 해외자본의 누출과 유입을 경험하고 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시에는 지나치게 많은 해외자본이 단시간에 빠져나갔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현재는 지나치게 많은 해외자본이 단시간에 들어오고 있다. 이것은 신흥개발국의 환율과 국내통화정책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중국과 프랑스는 IMF의 SDR(특별인출권: Special Drawing Rights)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는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 중국은 최소한 SDR을 구성하는 바스킷(현재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으로 구성)에 위안화를 포함시키기 위해서 다소 동상이몽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SDR을 기축통화로 하기에는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세계 각국이 아직 SDR을 달러의 대체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SDR을 기초로 한 개인자산도 아직 없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SDR을 관장하는 IMF가 세계적인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첸그린 교수의 지적은 그래서 맞다; "세계 정부가 없다는 것은 세계적 중앙은행이 없다는 것이고 이것은 다시 세계적 기축통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국제통화제도는 급격히 개혁되기 보다는 G20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실현해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한국의 중기 전망

김기홍 부산대 교수·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환교수
아일랜드 이상으로 자본시장이 개방된 한국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급격한 해외자본의 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해외자본이 국내 국채를 살 경우에만 과세되고 있지만 이를 다른 부문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아일랜드를 반면교사로 삼아 주택버블의 급속한 붕괴가 가져올 부작용을 고려하여(버블은 언제가는 붕괴하기 마련이다) 금리 등 통화정책을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경기의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경우 이자율을 점진적으로 인상시켜야 한다. 이자율 인상은 주택버블의 제거 뿐 아니라 인플레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히, 시중에 풀린 통화의 유통속도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미국과 세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의 기미를 보일 경우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므로, 한국은행은 이런 상황을 각별히 고려해야 한다. 이미 금값과 유가에서 그런 기미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중기전망을 어렵게 하는 것은 이런 금리도, 통화 유통속도도, 인플레 기대심리도 아니다. 그것은 '북한 리스크' 다. 국제통화제도와 관계없이 연평도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의 환율은 경제 펀드멘털과 관계없이 춤을 춘다. 해외 체류자는 단순히 늘어나는 생활비 지출을 걱정할 따름이지만, 기업의 경우 환율의 급변동은 경제활동의 성패를 좌우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 죽는다"는 말로 해탈한 척 하기에는 이 한국의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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