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남석의 연극이야기 <39> 흥분과 불안이 공존했던 국민연극경연대회 ③

유치진의 극단 현대극장…연극사의 아픔이자 수치, 혹은 불가피한 선택이자 용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16 20:12:12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현대극장 시절부터 유치진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전담했던 배우 김선영.
제 1회 국민연극경연대회에서 빼놓을 없는 사람으로 유치진이 있다. 유치진은 우리 희곡사에서 최고의 극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작가 겸 연출가다. 유치진은 1935년 이후 극연을 실질적으로 지휘했으나(연출을 전담하다시피 했다), 극연(좌)이 실질적으로 해체되면서 1940년대 초반에는 고협의 활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서항석이 악극단에서 활동하고, 유치진이 고협에서 활동했다는 점을 보건대, 1940년대 초반은 신극과 신파극, 즉 대중극과 리얼리즘 연극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연극 시대가 되면 이러한 합류의 물결이 더욱 거세진다. 유치진의 현대극장은 1941년에 창건됐는데, 이때부터 현대극장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신극 배우 이외에도 대중극 계열에서 활동하던 배우들도 대거 참여했다. 김선영 같은 여배우는 현대극장의 간판 여배우였는데, 그녀는 현대극장 시절부터 유치진의 작품에서 전담 여주인공을 했다. 그녀가 토월회 일맥에서 활동하다가 동양극장을 거쳤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절대 유치진과 어울릴만한 배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접어들면 유치진 역시 이러한 시대의 물결을 받아들이는 인상이었다.

사실 유치진은 일찍부터 전문 배우의 기용을 주장한 바 있고, 대극장 연극·친근한 연극을 강조하면서, 연극을 관객 본위로 창작·공연·제작·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창한 바 있다. 국민연극시대는 이러한 유치진의 소망대로, 그는 전문 배우들과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며, 관객과 흥행을 고려하는 극단을 책임지는 위치로 올라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 극단이 현대극장이다.

현대극장은 식민지 시대에 적극적으로 친일극을 제작·공연한 극단이기도 했다. 유치진은 한 회고의 글을 통해, 현대극장을 창립하고, 친일 행각을 벌이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1940년 서울 종로서 고등계 형사 김봉관은 "'너희들 극예술연구회 간사 함대훈, 서항석, 이헌구, 이하윤, 모윤숙 등은 일당이 되어 문단의 한 구석까지도 더럽히고 있음을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너희들을 일망타진하고 말테다'라고 했다. 나(유치진:인용자)는 각 동지들에게 재빨리 검거선풍이 불어올 것을 예고했다. 함대훈 형은 매우 당황한 얼굴로 그날 밤으로 우리 집을 방문했다. '이것은 우리가 경무국에서 지도하는 연극정책('조선연극협회':인용자)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반동이다. 날이 새거든 星出(星出壽雄, 총독부 경무국 연극통제 담당:인용자) 사무관을 만나자는 것이다."

유치진의 말대로 하면, 조여 오는 압박에 시달리다가 현대극장은 탄생했고 자신이 현대극장 대표가 되었다. 함대훈은 국민연극연구소의 소장이 되었으며, 현대극장은 국민연극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함대훈의 '국민연극의 현단계'라는 글에 보면, 국민연극이란 '건전한 국민정신 또는 국민도덕이 정당화하게 된 연극'이어야 하며, '예술지상주의가 연극이 아닌 국가목적을 달성하는 목적의식이 있는 연극'이어야 하며, '연극으로서의 고도의 연극이 구성되고, 여기 국가정신이 용해되'는 연극이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국민도덕·목적의식·국민정신은 일본에 충성하고 일제의 정책과 논리를 따르는 '전체주의 국민도의'를 뜻한다.

현대극장의 의의를 친일·목적·국책연극의 논리로 한계지어, 1940년대 연극의 흐름으로부터 분리·폄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대극장이 명확하게 친일에 앞장섰고, 그러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연극 논리를 규정·확산·보급·정리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유치진 뿐만 아니라 극예술연구회의 많은 멤버들이 이 활동에 가담했고, 이를 정도 이상으로 지지했다는 점도 분명하다. 다만 이 당시 연극인들이 놓여 있는 고충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무엇보다 연극을 해야 했고, 그 연극은 총독부의 강력한 통제와 압박 밑에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극장은 우리 연극사의 아픔이자 수치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용기였다고도 할 수 있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3. 3[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4. 4‘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5. 5[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6. 6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7. 7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10. 10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1. 1[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2. 2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5. 5[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6. 6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7. 7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8. 8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9. 9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3. 3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4. 4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5. 5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6. 6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7. 7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8. 8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9. 9‘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0. 10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3. 3[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4. 4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5. 5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6. 6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7. 7"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8. 8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9. 9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