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다문화 시대를 말하다 <40> 마키노 미카

언어 장벽으로 고생할 때도 쓸쓸함 느낀 적 없을 정도로

고향 오사카와 닮은 부산

사탕 한 알도 나눠 먹는 따뜻한 '운명공동체'에 감동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16 20:33:17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과 오사카는 닮았다'. 2년 전 2월 남편과 함께 부산 생활을 시작한 나는 금방 그렇게 느꼈다. 활기찬 거리 분위기, 친절하고 싹싹한 사람들, 값싸고 맛있는 음식 등 모두 오사카와 닮았다고 느꼈다. 부산에 오기 전 일본에서 한국말을 조금 공부해왔다고 해도 부산에서 살기 시작한 당시 나는 한국말을 거의 못했다. 인사말이나 아주 간단한 회화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말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도 물론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쓸쓸함이나 소외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것은 부산의 분위기가 내 고향인 오사카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얼마 전 부산과 오사카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한국의 친구에게 하니 그 친구는 그렇다면 부산과 오사카가 다른 것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다른 점이라…. 사실 어떤 게 다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문화나 습관, 음식 등이 달라서 작은 차이는 느낄 때가 이따금 있지만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어떤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나는 2년 전의 어떤 일이 생각났다. 어느날 한국 친구 2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친구 1명이 가방 안을 바스락거리며 뒤지다 사탕을 꺼냈다. 사탕 한 개, 두 개…. 그리고 세 번째 사탕을 찾고 있었는데 가방 안에는 사탕이 두 개밖에 없었다. 사람은 세 명인데…. 그래서 나는 괜찮다고 말했는데, 그 친구는 의외의 행동을 해 나를 놀라게 했다. 내가 잠시 다른 곳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그 친구가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것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친구의 손바닥 위에는 사탕이 몇 조각으로 쪼개진 상태로 놓여 있었다. 두 개뿐인 사탕을 세 사람분으로 나눠 먹기 위해서 쪼갠 것 같았다. 사탕 하나조차도 나눠 먹으려고 한 그 생각에 나는 너무 놀랐고 그리고 감동 받았다. 일본에서도 이런 경우 간단히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물론 그렇게 한다. 그러나 사탕 하나, 게다가 쪼개기 힘든 사탕까지도 일부러 나눠 먹으려 하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또 나누는 것은 음식뿐만이 아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옆집 아주머니는 평소 "반찬 좀 드세요" "김치 담았어요"라며 직접 만드신 음식을 자주 주시는데 세제나 샴푸 같은 것도 "두 개 받았으니 하나 받아요"라며 일부러 나눠주신다. 세제나 샴푸 등은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주머니 댁에서 시간을 두고 쓰시면 되는데도 말이다.

이런 식으로 어떤 것이라도 나누는 정신은 정말 한국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에도 이런 게 없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더 철저하다고 생각된다. 또 한국에서는 친척이나 친구, 이웃끼리 만날 때 "밥 먹었어?"라고 인사처럼 묻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말 그대로 상대방이 식사를 했는지 묻는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뭔가 어려운 일이 없는지, 하루하루를 잘 지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자신과 가족에 그치지 않고 주위 사람들 모두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좀 부풀리자면 '운명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일상까지 서로 나눠 살고 있는 거 같다고 나는 느낀다. 이것도 한국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문화가 아닐까.

이처럼 자기 것이나 자기 나라만 생각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이나 다른 나라에게도 눈을 돌리고 배려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언젠가 세계도 하나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시민세계문화교실 일본어반 강사·일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년째 개점휴업 영도 크루즈터미널 어쩌나
  2. 2“차고지 면수는 줄고 요금은 뛰고” 화물노동자 주차난 분통
  3. 321일 부울경 빗방울 떨어져, 22일까지 이어질듯
  4. 420~24살 때 첫 경험 가장 많다
  5. 5모스크바 간 시진핑 “러시아와 세계질서 수호”
  6. 6“우리 입주할 수 있나요” 대우조선건설 회생절차 속 불안감
  7. 7관절염 오인 쉬운 통풍, 평생 관리 안하면 심장·신장까지 위험
  8. 8산은노조 “부산행TF 꾸리자”…전향적 논의? 시간끌기용?
  9. 9눈 충혈되고 가려운 알레르기 결막염…비비지 말고 냉찜질을
  10. 10부산 벚꽃 개화, 102년 관측 이래 가장 일러
  1. 1북한, 상공 800m에서 핵미사일 폭발 실험
  2. 2분산에너지법안 국회 소위 통과…‘지역 차등 전기료’ 탄력
  3. 3‘선거법 개정’ 국회의원 50석 증원案에 與 “절대 불가”
  4. 4민주 “외교참사…박진 사퇴하라” 국힘 “닥치고 반일팔이”
  5. 5상위 0.1% 1인당 30억 넘게 벌어, 하위 20%과 1400배 차이
  6. 6강제동원 해법·근로제 영향, 尹 지지율 36.8%…2주째 ↓
  7. 7살상 극대화 노린 특정고도 기폭실험…미사일 탄두 개발완료 과시
  8. 8부산 정치권 “지역구 18석 지켜라”
  9. 9이재명 거취 두고 ‘文전언’ 파장…친명-비명 아전인수 해석 충돌
  10. 10[뭐라노] 윤 대통령은 왜 한일관계 개선을 서둘렀을까
  1. 15년째 개점휴업 영도 크루즈터미널 어쩌나
  2. 2“우리 입주할 수 있나요” 대우조선건설 회생절차 속 불안감
  3. 3산은노조 “부산행TF 꾸리자”…전향적 논의? 시간끌기용?
  4. 4도심 멀어 크루즈 외면…복합시설 증축 등 유인책 찾아야
  5. 5국토부, 고속열차 다니는 일반 선로 관리 수준 강화
  6. 6‘MZ세대 감각’ C1블루 광고 화제
  7. 7시중은행 과점 깨기 안갯 속으로
  8. 8이순호 예결원 사장 “조직간 화합 위해 노력하겠다”
  9. 9수산식품 수출기업 최대 2억여 원 지원
  10. 10주가지수- 2023년 3월 20일
  1. 1“차고지 면수는 줄고 요금은 뛰고” 화물노동자 주차난 분통
  2. 221일 부울경 빗방울 떨어져, 22일까지 이어질듯
  3. 320~24살 때 첫 경험 가장 많다
  4. 4부산 벚꽃 개화, 102년 관측 이래 가장 일러
  5. 5“공교육 롤모델 남해해성고, 전국 톱3 만들겠다”
  6. 6지구 온도 2100년까지 2.8도 상승, "기회는 아직 있지만 부족"
  7. 7경북 성주 폐기물처리장 화재 10시간째 진화중
  8. 8헌재, ‘검수완박’ 위헌 여부 23일 결론
  9. 9BIE 실사기간동안 '자율 차량 2부제' 시행
  10. 10[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07> 중공과 중국 : 마오가 세운
  1. 1공수 다 되는 김민재…“지금껏 이런 수비수는 없었다”
  2. 2좌완 부족한 롯데? 이태연을 주목해
  3. 31선발 스트레일리, 첫 등판은 ‘글쎄’
  4. 4삼세번 만에 ‘셔틀콕 여왕’ 안세영 시대 열렸다
  5. 5한국계 선수 대니 리, LIV 골프 52억 잭팟
  6. 6한현희 사사구로 와르르…롯데 시범경기 4패째
  7. 7BNK 썸 첫 챔프전 ‘졌지만 잘 싸웠다’
  8. 8아이파크 3골 폭발…‘최강’ 김천 꺾고 무패 행진
  9. 9오현규 ‘환상 헤딩 슛’ 결승골…손흥민, EPL 통산 50호 도움
  10. 1041세 즐라탄, 세리에A 최고령 득점 ‘포효’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