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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의 혼 사람의 길을 묻다 <12> 에필로그

'정의·약자 배려' 무인정신, 힘겹지만 누군가 맥 이어가야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10-12-16 19:02:58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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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무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의 젊은 무예인들이 도복을 입고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손정식(청소년해동검도) 김광일(경호무술) 김상학(화랑검도) 씨.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한때는 좋았다. 어린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들은 요즘 세태와 비교하면 잘나가는 연예인 부럽지 않은 유명인이었다.

시대는 변했다. 점점 이들은 대중의 관심 밖 존재로 전락했다. 자녀들에게 가능한 한 힘든 운동을 시키지 않으려는 부모의 마음이 보편화되면서 무예인의 존재 가치는 반감됐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그러나 이들의 정신은 살아 있다. 웬만한 충격에는 요동도 하지 않는 차력 무술인의 기개. 부산에서 탄생해 세계 무술로 발전한 국술 무예인의 개척 정신. 상대와 몸의 조화를 이루는 합기도 무술인의 유연한 동작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인의 삶'을 통해 이 시대 사람의 길을 묻는 시리즈를 통해 얻은 결론이다. 날이 선명한 인내력과 오직 한길을 걷겠다는 무예인의 정신에는 진정성이 묻어 있다. 무인은 정의롭게 살고 약한 자를 배려하는 혼이 깃든 사람들이다.

'무인의 혼'은 시대를 초월해 이어져야 한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를 지나 격동기 전통 무예의 맥을 찾아 계승해 온 이들의 정신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그래서 무인의 정신과 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 세계화랑검도총연맹 김상학 회장

- "신라 화랑 '칼의 노래'는 지금도 유효"

- "文武 모두 갖춰야 진정한 무예인", 짚단·대나무 등 한국 진검베기 창시
- 건강관련 서적 발간 큰 인기 얻기도
- 무술·건강 아우른 웰빙타운 건설 꿈

"삼국시대에 가장 작은 나라였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게 된 저력은 화랑인의 준비된 무술과 문화에 있었어요. 문무를 겸비한 무예인이 바로 우리의 미래입니다." 세계화랑검도총연맹의 김상학(46) 회장은 평소 '화랑인'의 한 사람으로서 즐겁게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한국에서 검도의 진검 베기법 중 가마니 베기, 짚단 베기, 대나무 베기 등을 창시하고 기법을 정리한 무예인이다. 그 과정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후배들의 시기와 선배들의 질시 때문이다. "맨손 무술을 하던 놈이 무슨 검도를 하느냐. 얼마나 오래가는지 두고 보겠다."

그는 사실 9세 때 합기도를 하고 10세 때부터는 국술원을 운영하던 친척으로부터 무술을 배웠다. 어느 정도 무력이 쌓일 무렵 세계무술대회에 참가해 검법 대련부 우승 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20세 때 우연히 검도 세계를 접하고 인생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한국의 검법과 검술의 가장 오래된 기법을 접하게 됐지요. 용천검법과 혜성검법을 익히면 익힐수록 한국적인 몸짓과 검결에 매료되면서 검도의 세계를 더욱 탐구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지요." 김 회장은 또 검도에 대한 기초와 수련 방법 등이 제대로 정리된 것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김 회장은 1993년 10월 부산에서 대한화랑검도협회라는 사회단체를 조직해 부산시에 등록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95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진검 베기 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하면서 우리나라에 진검 베기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2001년 3월 사단법인 세계화랑검도총연맹을 창립했다. 그 해 말에는 미국 10여 개 주를 돌며 화랑검도 베기 법의 진수를 보여줬다.

"진검 베기법을 학술적으로 정립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 진검 베기의 선구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화랑검도의 달인'으로 많이 알려진 그는 2007년 건강 서적 '빼면 살고 안빼면 죽는다'(책이 있는 마을)를 발간했다. 사람은 혈액이 맑아야 하고 혈관이 막히지 않아야 건강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이 책은 많은 인기를 끌었다. 김 회장은 이 책의 2, 3권도 원고가 탈고돼 곧 발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는 그동안 길다고 할 수 없지만, 정말 힘들었던 인생살이에 가장 큰 힘이 된 존재는 아내와 가족이라고 밝혔다. 문무를 겸비한 무인을 꿈꾸는 그의 가장 큰 소망은 지리산에 '무술과 건강이 함께하는 웰빙타운을 건설하는 것'이다.


# 부산경상대 경호학과 김광일 교수

- "위기 때 빛을 발하는게 경호무술 매력"

- 수많은 정부 의전행사 경호 맡아, 스페인서 15년 사범생활 경험 바탕
- 능숙한 외국어로 통역 단장 역임도
- 풍부한 현장경험 제자들에 전수 열정

부산경상대학의 김광일(50·경찰·경호행정학과) 교수는 중학교 때 태권도에 입문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무예인에 속하지만, 무술 경력만 35년이 넘는다. 2003년 태권도 7단에 이어 경호무술 7단까지 동시에 획득하면서 주목받았다. 경호 1급 지도자이기도 하다.

경호무술. 이 시대 꼭 필요한 무술 종목이라는 생각이 퍼뜩 스친다. "정부기관은 물론 곳곳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행사는 의전에서 시작해 의전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의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경호무술은 숨은 곳에서 빛을 발하는 매력이 있다.

김 교수는 태권도인으로서 올해 부산경상대학의 전임교수로 발탁됐다. 부산경상대학의 이달덕 총장이 '강하고 튼튼한' 이 무예인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대학의 모토도 '강하고 튼튼한 대학'이다.

앞서 그는 2008년 부산에서 열린 제4회 세계사회체육대회 의전부단장 역할을 하면서 부산을 방문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의 의전을 도맡았으며, 능숙한 스페인어로 통역단장도 역임하는 등 세련된 경호무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제 교수로서 새로운 무예인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고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육군 헌병 특별경호대 요원으로 활동한 뒤 26세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태권도 사범으로 15년을 보냈다. "스페인 생활에서 지도자 한 사람의 역량이 조직을 얼마나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도 깨달았지요."

김 교수의 현장 경험은 고스란히 학계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이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그는 자신의 제자가 졸업과 동시에 태권도와 경호무술 1단을 획득하도록 항상 배려한다.

김 교수와 이 학과 학생들은 'G20 세계 정상회의'가 열린 지난달 6일부터 13일까지 부산 전역의 지구대에 파견돼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순찰 활동을 벌였다. 이에 그는 한국경비협회 등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았으며, 22명의 학생이 표창장을 받았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사는 것을 느끼고, 그들로부터 인생경험을 귀담아듣기를 좋아합니다." 학계와 현장에서 경호무술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김 교수는 조용하지만 착실한 행보를 내딛겠다고 밝혔다.


# 청소년해동검도연맹 손정식 회장

- 전통무예 현대화 청소년에 보급 앞장

- "검 사용하기에 집중력·신속성 요구, 청소년들 심신 단련에 더없이 좋아"
- 서양스포츠 중심 학교교육 안타까움
- '체육시간에 전통문예' 야무진 포부

한국청소년해동검도연맹의 손정식(37) 회장은 젊은 무예인이다. 패기만만한 이 무예인은 2007년 신생 무예단체를 발족한 뒤 부쩍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우리의 미래이자 보물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전통 무예를 보급하고 현대에 맞게 발전시키겠다는 의욕에 차 있다.

"청소년들의 체력 저하와 정신력 부족 등은 결국 사회 문제로 떠오를 것입니다. 학교 부적응자와 폭력 청소년들이 발생하는 이유의 주요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손 회장은 학교 부적응 청소년 등이 재활할 수 있는데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 전통 검도인 해동검도는 심신 단련에 좋고 검을 사용하기 때문에 집중력과 신속성이 요구되는 운동입니다." 그는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꼭 필요한 강한 정신력과 신체 단련에 더없이 좋은 운동이 해동검도라는 점을 역설했다. 5년 전부터 부산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대안교육 활동에 참여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 검도 기술을 전수하고 있기도.

해동검도는 죽도를 이용한 타격법을 수련하는 대한검도와 달리 목검을 이용한 베기 법을 수련한다. 쌍검법, 해동검법, 스포츠 검법, 진검술, 진검 베기, 궁술 등을 위주로 수련하는 것이다. 이중 "초보자들은 쌍검수련으로 신체 균형과 힘의 유연성을 기르며 기초를 닦는다." 그리고 다른 종목을 수련하고, 다시 쌍검법을 수련하는 방식으로 선순환적 구조의 수련을 추구한다고 한다.

"학교 체육에서 서양 스포츠만 가르치고 거기에 맞는 예법과 정신만을 강조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학교에서 서양 스포츠를 가르치는 이유 중 하나가 체계화되고 과학적인 교육 체계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래서 "앞으로 학교 체육 시간에 학생들이 전통 무예를 배우고 익혀 신체를 단련하고 정신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정립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청소년 무예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꿈은 당차다. "전통 무예 학교를 설립해 단순히 무술만이 아닌 정신과 육체의 결합에다 전통문화와 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무술 교육체계를 확립하고자 합니다." 손 회장은 그를 통해 건강하고 항상 긍정적인 청소년을 육성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말한다. "한국 전통무예단체협의회의 막내로서 선배 무예인들의 눈에는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선배들의 가르침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전통 무예를 시대에 맞게 계승 발전시키겠다는 이 젊은 무예인의 정신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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