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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언 교수의 '건축, 시로 쓰다' <26> 이미지는 어떻게 생성되는가- 디오 센텀 사옥

中庭(중정 : 중앙정원)의 '이미지 조각들' 조합, 누드 엘리베이터와 通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10 20:22:18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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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삶은 시간·몸·환경의 지속적인 섞임
- 건축가 안용대, 이미지들의 회복작업 시도

- 실내정원은 날씨·태양·계절에 미묘하게 바뀌고
- 엘리베이터 속 눈의 높이에 따라 새로운 이미지로 받아들여

- 정원의 수직적 구조… 생산·사무·연구공간, 유기적으로 결합

디오 센텀사옥의 내부는 건축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중정(건물의 가운데 쪽에 위치한 마당 또는 정원), 나무와 물 등의 다양한 요소 그리고 이를 각각 다른 높이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하는 누드 엘리베이터 등이 수많은 이미지의 조각들을 만들어낸다. 건축사진가 조명환
건축은 묘한 측면을 갖고 있다.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등이 시간에 의해 통합되는 삶 자체를, 즉 '이미지들'을 건축은 수용해야한다. 그래서 건축가는 우리의 삶 자체를 시간, 몸, 환경의 지속적 섞임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 같은 섞임을 '이미지들'이라 부른다. 시간, 몸, 환경의 융해가 일어나지 않고 따로 발생하는 것을 '이미지의 조각'이라 한다. 삶이란 '이미지의 조각들'의 비빔인 이미지들이다.

이미지들의 모임이 일상이다. 일상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닫혀있다. 일상을 연다는 것은 시간, 환경, 몸을 지속적으로 상호관입시키고 이를 통해 구축되는 이미지들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이는 이미지들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것들을 회복하는 것을 '창조'라 부른다. 창조적 건축은 시간, 몸, 환경 간의 공통부분인 '일상'에서 나온다. 건축가 안용대(가가건축사사무소)는 이 건물에서 누드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이미지 조각들'을 비벼 이미지들의 회복작업을 시도한다.

■누드엘리베이터 안에서 보면

그는 시간, 몸, 환경 간의 지속적 흐름, 즉 이미지 조각들의 공통적인 부분만 '이미지들'로 회복하려 한다. 그의 시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새로움인 '이미지 조각'과 그것들의 모임인 '이미지'를 명확히 구분해 둘 필요가 있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이미지는 뇌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 속에 우리의 몸과 시간이 비빔밥처럼 비벼져 있다. 따라서 이미지가 되려면 시간, 몸, 환경이 지속적으로 비벼져 나가야 한다. 따라서 시간, 몸, 환경은 이미지의 조각이다. 시간, 몸, 환경의 적절한 비빔은 결국 '이미지'의 향상으로 나아간다.

부산의 의료기기 전문업체 디오 센텀사옥의 대지가 형성된 배경을 살펴보자. 이 건물이 입지한 센텀시티는 원래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있다. 디오가 위치한 블록은 산업용지로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설 수 있으며 IT(정보통신), BT(바이오기술) 등 무공해 공장이 들어오게 돼 있다. 이 아파트형 공장에는 공장에 대한 업무지원 시설이 들어올 수 있다.

안용대는 우선 디오 센텀사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방향을 설정했다. 사옥은 대외적으로 기업문화를 적극 홍보하고, 브랜드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도록 한다. 기능적으로는 생산·연구·업무가 긴밀히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한다. 조형은 기능에 순응하면서 기업의 역동성과 의료산업의 생태성을 표현하도록 한다. 저층부의 생산공장(1~3층)과 상층부(업무 4~5층, 연구 6층, 홍보·회의 부대시설 7~8층)의 기타시설은 매스(건물의 큰 덩어리를 이루는 부분)와 재료마감을 달리하여 결합토록 한다. 공장의 지붕은 사무실의 마당이 되도록 한다, 사선의 매스는 전면에 있는 주도로의 흐름과 부지의 형태를 수용하도록 한다. 사선의 매스로 기업의 역동성이 전달되도록 한다.

디오 사옥의 누드 엘리베이터를 통해 정원 안을 바라보면 시간, 몸, 환경을 지속적으로 관통하는 '이미지 조각들'을 찾아낼 수 있다. 실내정원에 있는 이미지 조각들은 볼 때마다 다르다. 날씨에 따라,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에 따라 미묘하게 바뀐다. 그와 아울러 엘리베이터의 위치에 따라 바뀜의 진폭이 커진다. 이미지 조각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마당 나무 물 등 환경요소 적극 활용

의료기기 전문업체 디오의 센텀사옥 전경.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은 이 조각들은 가슴보다도 깊이 묻혀 있어 다른 이미지 조각들의 부재로 이미지들로 존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나의 관점이 바뀌면 지금까지의 조각들이 다른 부재한 것을 만나 이미지들로 바뀌거나, 부재한 조각을 기다린다. 이 건축물은 무수한 이미지 조각들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어떤 조각을 취하는가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몫이다. 습관적인 사람은 특정의 이미지 조각에 고착돼 있을 것이다. 층간의 변화, 계절, 날씨 등에 민감한 사람은 늘 조각들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중정(중간 부분의 마당)과 늘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는 사람일지라도 시간, 몸, 환경 간에 지속적으로 상호침투하는 '이미지들'의 존재를 간과할 수 있다. 그는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새로운 것", 또 "새로운 것" 하면서 부재한 이미지 조각들을 회복하려 한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 이미 조각들이 고착화되면 습관적 조각들이 된다. 숨겨진 조각들이 습관적 관계를 넘어서 시간, 몸, 환경을 관통하는 창조적 이미지를 드러내도록하는 것이 건축가를 포함한 예술가들의 역할이다. 일상에 갇혀있던 이미지들을 오래된 새로움으로 다시 재조합하는 것.

의료산업의 생태성뿐 아니라 이미지 조각들을 재조합하기 위해 환경요소(마당, 나무, 물, 빛)를 적극적으로 수용토록 한다. 건축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중정은 생산, 업무, 연구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도록 한다. 상층부에 조성된 수평방향의 중정은 사무, 연구공간의 적절한 독립성과 환경성을 향상시키도록 한다. 중정을 관통하는 투시형의 누드 엘리베이터는 눈의 높이에 따라 '물의 정원'의 풍경을 변화시키도록 한다. 중정의 벽면은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반사유리로 마감하여 기업의 보안과 의료산업의 첨단성을 암시하도록 한다. 첨단성의 암시는 주로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이미지 조각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는 이 건물에 적용된 사항들이다.

■늘 변모하는 이미지 조각들

의료산업의 생태성과 이미지 조각들의 재조합을 드러내기 위해 환경요소인 마당, 나무, 물, 빛의 환영, 누드 엘리베이터, 생산공장, 업무시설, 연구 등등의 요소가 중정을 중심으로 모여 디오 사옥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같은 중정이 늘 변모하는 이미지 조각들을 지닌다는 것은 일상 속에 늘 이미지들의 새로움이 충만해 있음을 나타낸다. 단순한 새로움이 아니라 언제 보아도 느껴지는 '오래된 새로움'의 느낌과 함께, 몸과 환경을 관통하는 이미지를 갖는 것이 건축을 포함하는 예술작품이다. 시인 정현종은 '때와 공간의 숨결이여'에서 이렇게 읊는다.

'내가 드나드는 공간들을 나는 사랑한다/…/이 방과 저 방,/더 큰 공간에 품겨있는/품에 안겨 있는 알처럼/꿈꾸며 반짝이는 그 공간들을/나는 사랑한다/꿈꾸므로 반짝이고/품겨 있으므로 꿈꾸는/그 공간들은 그리하여/항상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항상 새로 태어나고 있다./…/그 공간들을 드나드는 때를 또한/나는 사랑한다./들어갈 때와 나갈 때,/그 모든 때는 太初(태초)와 같다./햇살 속의 먼지와도 같이/반짝이는 그 때의 숨결을/나는 온몸으로 숨쉬며/드나든다. 오호라/시간 속에 秘藏(비장)되어 있는 태초를/나는 숨쉬며/드나든다/…//내가 드나드는 공간들이여/그렇게 움직이는 때들이여/서로 품에 안겨/서로 배고 낳느니/꿈꾸며 반짝이느니.'

■삶·시간·환경의 상호작용이 중요

이동언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내가 드나들고 사랑하는 '공간'들과 '때'들이 '태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항상 새로 태어나고 있다'. 시간, 환경, 주체가 지속적으로 상호관입할 때만 '이미지들'이 된다. 그래서 내가 드나드는 공간과 때들의 '이미지들'을 감싸고 있는 '이미지들'을 뚫고 나와 새롭게 결합하여 항상 새로 태어난다. 태초의 시간들 속엔 '이미지들'이 움직인다. 태초의 공간들의 움직임이 때이다. 그러므로 때 속에는 태초가 비장되어 있다. 때와 공간은 서로를 배고 낳는다. 그 순간 시간, 사물, 주체, 환경들이 지속적으로 상호관입하여 새로운 '이미지들'을 창조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시인은 "내가 드나드는 공간들이여/그렇게 움직이는 때들이여/서로 품에 안겨/서로 배고 낳느니/꿈꾸며 반짝이느니'라고 시를 종결짓는다.

태초를 드나듦을 기점으로 하여 비장의 '이미지들'이 하나 둘 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시인은 이를 '때와 공간은 서로를 배고 낳는다'라고 말한다. 때와 공간이 서로 배고 낳는 것들이 바로 '이미지들'이다.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감히 이미지 조각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부재의 이미지 조각들을 찾는다. 그래서 삶 자체를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한다. 누드 엘레베이터는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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