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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를 말하다 <45> 우영옥(베트남)

한글의 매력 배울수록 빠져들어

한국 온지 3년만에 시에 도전… 목표 바꿔 한국어 전공 대학원에

과학적이고 직관적 장점 놀라워, 한글 덕분 매일 따뜻한 사랑느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20 20:30:1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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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꿈〉

나한테 봄을 보내주소서


새악시 바람이 수줍듯 살랑거리고

매화, 목련, 벚꽃들도

향기로운 천리향도

계곡물 소리도

온 세상이 봄의 교향악이다.


겨울이 추운 이곳에선

고향이 그리워

꿈속에 이루어진 설날의 상봉(相逢)으로

스스로 몸을 데우다.


나한테 봄을 보내주소서


   
한국어로 시를 쓰는 게 나에겐 얼마나 기적적이고 놀라운 일인지 모르겠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벌써 3년이 됐다. 처음 해외에서 모험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과 우연히 장학금을 받게 된 이유로 한국을 맹목적으로 선택했던 나는 지금 대학원 국어교육과 2학년에 다니고 있다. 한국에 살면서 문화와 전통, 음식, 예절 등에 대한 많은 추억이 있지만 한글과의 인연, 한글과의 싸움과 사랑 이야기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된 것 같다.

많은 외국 친구들과 '한국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대부분은 김치, 한복, 멋진 풍경과 관광지 등을 떠올렸다. 하지만 한국인이 전 세계에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게 한글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친구는 아직 많지 않다.

한글의 역사와 원리, 특성을 한 번 살펴보자. 훈민정음(한글)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왜 영어나 중국어가 아닌 한글만 이러한 영광을 입게 됐을까. 지구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있지만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써오면서 자연스레 언어가 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글의 경우 세종대왕께서 새로운 언어 창조를 목표로 수많은 연구자들과 함께 개발·반포했다. 한 나라에서 스스로 언어를 개발하고 반포했다는 것은 한국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음성학적으로도 한글은 과학적이고 직관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사물의 모습을 본뜬 상형을 비롯해 가획의 원리를 응용, 14개의 자음을 먼저 만들었고, (ㆍ)을 하늘과, (ㅡ)를 땅과, (ㅣ)를 사람-삼재의 대상을 정해 10개의 모음으로 만들었다. 한글은 이른바 음소 문자로서, 자음을 나타내는 글자와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로마자 같은 일반적인 음소 문자와는 달리 자음자와 모음자를 합쳐서 음절 단위로 모아쓰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라틴어에 해당하는 베트남어 학습자들은 한국어를 공부하기가 어렵다고 느끼게 된다. 베트남인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처음 접하는 영어권 사람들 역시 대부분 놀라면서 당황스러워한다. 그럼에도 어려운 초기 단계를 넘기고 한국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학습에 빠져들게 된다. 문자의 모양만 익히고 외울 수 있다면 모든 단어를 읽을 수 있으며 음절 단위로 모아쓰기를 하기 때문에 발음이 쉽고 시각적으로 정보가 압축되어 의미 전달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어를 공부한 3년 동안 여러 단계를 경험해봤고 한글에 대한 다양한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한국 회사에 취직한 다른 동료들과 달리 나는 한국어를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부산대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한글로 향하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또 대학원에 진학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글에 담긴 한국 사람의 정을 더 알고 나누고 싶다는 데 있다. 추석 때 집에 혼자 있는데 이웃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가 문을 두드리며 "밥 묵었나?" 하며 송편이 가득 든 접시 하나를 갖다주신 적이 있다. 추운 겨울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많이 춥지? 따뜻하게 다녀, 힘내자 내 친구야'라는 한국 친구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한글 덕분에 나는 지금도 날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랑과 감동을 얻고 있다.

부산대 국어교육과 대학원 석사과정·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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