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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46> 만능 연극인 강홍식을 기리는 작은 묘비명

다재다능한 남북한 대표 배우

연극배우서 각색·연출자로 변신, 음반 취입·영화 출연 주가 높여

북한 예술영화 원조 '내고향' 연출, 이념대립 희생자로 비참한 죽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10 19:59:0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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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식 씨
최근 신문기사를 검색하다 안타까운 기사를 발견했다. '최민수 외할아버지 북한 정치범 수용소서 비참하게 숨져'라는 타이틀을 단 기사였다. 이 기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연극·영화계와 해방 후 북한 영화계에서 활약했던 강홍식이 북한의 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세상을 하직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강홍식의 활동상과 가계 내역을 소개하고 있다.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강홍식과 그의 부인이었던 전옥은 1930년대에서 1960년대 조선(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을 대표하는 배우들이었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강효실과 강효실의 남편 최무룡 역시 한 세대를 풍미했던 한국의 대표 배우였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태어난 최민수는 1990년대 청춘스타로, 그리고 반항아의 표상으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다. 그들의 가문은 예능 3대를 이어오는 배우 가문이다.

그 중에서 강홍식은 다재다능한 예능인으로 유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연극배우였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무렵은 1920년대 후반 취성좌에서였다. 취성좌가 단원들의 반발로 극단주 김소랑을 몰아내고 조선연극사를 세우자, 그 역시 천한수 지두한 등과 함께 조선연극사의 핵심 멤버가 되었다. 그러다가 그는 '범득'이라는 또 하나의 예명을 병행하며, 각색자와 연출자로 변신해갔다.

그는 또한 가수였다. 그가 흥얼거리던 장타령은 음반으로 취입되면서 식민치하 조선 민중들의 심금을 울렸고, 지금까지 우리의 귓가를 맴돌고 있다. "봄이 왔네, 봄이 와~, 수처녀의 가슴에도~" 이 곡은 범오 작사·김준영 작곡·강홍식 노래로 세상에 출현했다. 노래는 귀에 익지만, 그 원조 가창 가수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곡이었다.

뿐만 아니라 강홍식은 1930년대 말부터 각종 영화에 본격적으로 출연하면서 배우로 그 주가를 높이기도 했다. 1941년 고려영화협회가 제작한 최인규 연출의 '집 없는 천사'나 전창근 연출의 '복지만리'는 그의 영화배우로서의 재기작에 해당한다. 이후 그는 일제 말기 각종 영화에 출연하다가 북한으로 월북했고, 그곳에서 영화 연출가로 활동했다.

북한 예술영화의 시작으로 꼽히는 '내고향'을 연출했으며, 6·25 전쟁 시에는 미군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표현한 영화 '비행기 사냥꾼조'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미군 폭격기를 격추하는 한 영웅적인 소년의 활동을 다룬 영화였다. 전쟁이 끝난 후 연출한 '산뫼'나 '어랑천' 같은 작품들은 생산성 향상을 꾀하는 일꾼들에 대한 찬양과 노동 의식 개조를 담고 있다. 그러다가 그는 1960년대 북한 최고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최학신의 일가'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북한에 월북한 예능인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들은 처음에는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구가하는 듯 했다. 그들의 예술 활동도 당국(북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큰 성과를 거두는 듯 했다. 하지만 곧 정치 논리와 이념 대립의 희생자로 전락했고, 1960년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져갔다. 강홍식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사는, 그러한 행로를 밟았을 것으로 추정되던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면서, 그를 기억하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언젠가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묘비명을 세우겠다는 나의 계획이 이제는 가시화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그의 뛰어난 능력과 활약상 그리고 남북한 극예술계에 대한 공헌에 경의를 표하며,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작은 추모의 정을 더하고자 한다.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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