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현주의 책과 세상 <36> 고전문학의 '4대마왕' 구출하기

시험 위해 배우는 어려운 고전문학, 재미있는 이야기로 접할 수 있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16 19:55:5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담양 가사문학관 전경. 국제신문 DB
관동별곡, 청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구운몽, 상춘곡. 어른들은 이 제목들에서, 고교 시절 배웠던 우리 고전문학을 떠올릴 것이다. 배우기엔 어려웠어도, 세월 지나고 나니 우리 문화의 향기를 잘 간직한 운치 있는 문학작품으로 기억하는 어른들이 많지 않을까.

요즘 학생들도 고전문학을 배운다. 배우기에 힘들기는 지금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4대 마왕'이란 말이 있다. 관동별곡, 청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구운몽, 상춘곡 등 고전문학 작품 중 자신에게 특히 어려운 대상에게 이런 무시무시한(?) 호칭을 부여한단다. 아무리 어려워도 '4대 마왕'은 너무 하지 않은가 싶다.

하지만 막상 이들에게 물어보면 시험에 꼬박꼬박 나오니 공부는 해야겠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어 쳐다보는 것조차 싫을 정도란다.

얼마 전 만난 한 고교생에게 '4대 마왕'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위 증즐가 태평성대"라는 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왔다. 고려가요 '가시리'의 후렴구 '위 증즐가 태평성대'에 반응하는 아이들의 대응은 "이건 또 뭥미?"("이건 또 뭐지"라는 뜻의 청소년층 말) 수준이라나. "공부하긴 해야 하는데, 외계어가 따로 없었죠.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시험에 나올만한 것만 외우니까 재미도 없고."

고전문학시간에는 외계어끼리의 대결 한 판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구운몽을 '4대 마왕'으로 분류한다는 학생에게 그 소설의 재미에 대해 설명해줬더니, "소설 속 한 대목만 뚝 잘라 배우는데 재미있겠느냐"는 물음이 되돌아왔다. 옛시조도 한자어에 고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골치 아프긴 매한가지란다. 단 석줄로 된 고시조 한 수 읽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학생들에게 관동별곡을 비롯한 옛 작품이 어려울 것이란 점은 이해가 가지만, 우리 고전문학이 이토록 홀대받다니 섭섭하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동화 '초정리 편지'의 작가 배유안 씨는 국어교사로 재직한 적이 있다. 그 시절 학생들이 고전문학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고전의 향기를 느끼기보다, 시험을 위한 공부로만 생각하며 지루해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한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게 고전을 만나면, 뒷날 교과서에서 접하는 고전에 더 애정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작가는 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여기는 조선 최고의 가사 관동별곡을 모티브로 한 역사동화 '화룡소의 비구름'(한겨레아이들·2008)을 썼다.

관동별곡에는 내금강의 절경인 화룡소를 묘사하는 대목이 있다. '천 년 묵은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밤낮으로 흘러 내려 푸른 바다에 이었으니, 비구름을 언제 얻어 흡족한 비를 내리려나. 응달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려무나.' 이 대목을 모티브로 지은 '화룡소의 비구름'에는 송강 정철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시구와 이야기에 여운이 있어, 관동별곡 원문을 한 번 읽고 싶게 한다.

"내가 아이였을 때 아무도 재미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내가 아이들에게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작가가 밝힌 창작 배경이다.

옛것의 소중함은 누구나 안다. 옛것과 새것이 만나 대화해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 고전을 건조하고 어려운 시험문제로 접하기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나게 해주는 문학적 성과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 이벤트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하정우 먹방 찍고, 황정민 “브라더” 외치던 그 중국집은 여기
  2. 2빠른 출고와 ‘갓성비’ 통했다…QM6, 싼타페 추월
  3. 3윤석열 지지율 44.7%…힘 실리는 자강론
  4. 4근교산&그너머 <1264> 경남 함안 청룡산
  5. 5최초 극장부터 ‘친구’ 속 거리까지…부산영화史 120년 시간여행
  6. 6신유빈·전지희 맞대결 자주 보겠네…탁구도 프로시대
  7. 7여당 직능본부 발족, 야당 청년조직 가동
  8. 8중동에서 엑스포 희망 보다 <상> 부산 관심 뜨거웠던 두바이
  9. 9“따끔한 조언자로 지역발전 견인…디지털 언론 리더 되길”
  10. 10소녀 미싱사, 촛불시민…근현대사 지탱한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
  1. 1윤석열 지지율 44.7%…힘 실리는 자강론
  2. 2여당 직능본부 발족, 야당 청년조직 가동
  3. 3이재명·윤석열 양자 TV토론 불발…4자 토론 급물살
  4. 4다급한 이재명 “네거티브 중단” 돌파구 될까
  5. 5주한 미국대사에 ‘대북제재 전문가’
  6. 6여당이 띄운 국회의원 동일지역구 4선 연임 금지案…시도지사 선거판도 흔드나
  7. 7"비싼 통행료 거가대교 국가 관리해야"
  8. 8울산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당원 대거 탈당 사태
  9. 9대선 지원 팔 걷은 당대표 <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10. 10“생생한 우리의 목소리로, 수도권 중심주의에 균열 내달라”
  1. 1빠른 출고와 ‘갓성비’ 통했다…QM6, 싼타페 추월
  2. 2중동에서 엑스포 희망 보다 <상> 부산 관심 뜨거웠던 두바이
  3. 3“따끔한 조언자로 지역발전 견인…디지털 언론 리더 되길”
  4. 4“개도국 전시관 지어준 두바이…주최국의 배려 배워야”
  5. 5정부,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시 대책본부 가동
  6. 6주가지수- 2022년 1월 26일
  7. 7부산 3.3㎡당 8000만 원 아파트 등장에 지역사회 술렁
  8. 8황령3터널, 시청~대연동 ‘車로 15분’ 시대 여나
  9. 9부산 자연감소 인구, 처음으로 월 1000명 넘었다
  10. 10중대재해법 D-1까지 혼란…“1호 피하자” 연휴 늘리기도
  1. 1부산도시철 2호선 탈선 ‘출근대란’
  2. 2위기가정 긴급 지원 <13> 주거비 지원 절실 박미영 씨
  3. 3오늘의 날씨- 2022년 1월 27일
  4. 427일 부울경 가끔 구름 많음 … 낮 최고 11도
  5. 5[뉴스 분석] 환승역도 관광지도 아닌 모라, 급행열차 정차역 선정 시끌
  6. 6부산 코로나 첫 500명대...오늘부터 신속항원검사 무료
  7. 7'열차 탈선'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출근길 대혼란
  8. 8부산 2호선 시운전 중 탈선...사상~화명 운행 중단
  9. 9[단독]다대동 옛 한진중공업 부지에도 아파트촌?
  10. 10폐기물 수거 업체 몰래 운영한 수영구 공무원, 반입 수수료까지 떼먹어
  1. 1신유빈·전지희 맞대결 자주 보겠네…탁구도 프로시대
  2. 2보스턴 레드삭스 ‘빅파피’ 데이비드 오티스 MLB 명예의 전당 입성
  3. 3알고 보는 베이징 <7> 프리스타일 스키
  4. 4롯데 스파크먼 “강속구 앞세워 우승·15승 두 토끼 잡겠다”
  5. 5거포 유망주 루키 조세진, 손아섭 빈 자리 외야 다크호스로 뜨나
  6. 6미리 보는 LPGA 신인왕전…안나린·최혜진 데뷔
  7. 7농구팬 만사형통 기원…BNK 홈 경기 이벤트
  8. 8알고 보는 베이징 <6> 스켈레톤·루지
  9. 9래리 서튼 "위닝 컬쳐" 강조, 롯데 스프링캠프 명단 확정
  10. 10롯데, 이학주에 베팅…‘마차도 리스크’ 지울까 키울까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