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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의 연극이야기 <47> 하와이의 조선 연극

'로터스 버드'(홍길동전 영어로 개작) 세대 간 대립 다룬 명작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17 20:38:4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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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운명'을 쓴 윤백남.
현재 우리가 보고 즐기는 연극의 기원은 서양이다. 서양의 낭만주의 연극이 일본에 수입되면서 신파극이 생성되었고, 조선의 일본인 거주 지역에서 공연되는 신파극을 관람하면서 조선의 신파극이 만들어졌다. 물론 조선에도 연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연희(演戱)의 형태로-연희는 현재 우리가 즐기는 형태의 무대극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항상 한국(조선)의 연극은 서양의 세례를 받았다는 생각을 좀처럼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이후의 조선 연극도 서양 연극의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서구 사조의 변동에 따라 사실주의 연극을 받아들였고, 표현주의 연극을 실험한 희귀한 사례도 발견된다. 해방 후에는 서사극, 부조리극, 잔혹극, 제의극 등의 현대 연극 사조를 수입하기도 했다. 그러니 조선과 한국의 연극은 늘 외세의 것을 받아들이는 장으로 인식된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것, 우리의 연극을 힘주어 제창하는 시기도 존재했으나, 아직은 제한된 범위에 머물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간혹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되곤 한다. 그중에서 하와이에서 공연된 조선 연극은 각별하게 주목된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하와이 이민이 시작되었고, 1910년 경술국치가 일어나자, 하와이 이민자(처음에는 노동자)는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 대거 정착하게 되었다. 그들은 배우자로 조국의 여인들을 소망하게 되었고, 하와이의 반일 운동을 잠재울 요량으로 일본은 조선 여인들의 하와이 이주를 허용했다.

이른바 '사진신부'라는 이름으로, 조선의 여인들이 결혼을 위해 하와이로 건너간 것이다. 윤백남의 희곡 '운명'은, 하와이 이주 노동자 양길삼의 사진 신부로 태평양을 건넌 '박메리'의 운명을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렇게 하와이 노동자들은 하와이 주민으로 정착해갔고, 이민 2세대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와이 이민 2세대와 이민 1세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관의 대립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풍토와 문화적 배경하에 성장한 자식들 세대가, 자신은 한 번 본 적도 없는 고국을 그리며 조선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하려는 부모 세대를 올곧게 이해하기는 곤란했을 것이다. 부모 세대 역시 피땀 흘려 공부시키고 자신들의 삶보다 더 살뜰히 돌본 자식들이, 조선의 청년이 아닌 미국의 청년이 되어가는 현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두 세대 간의 견해차는 점차 종교관, 언어관, 결혼관, 조국관의 갈등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두 세대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세대 간 화해를 촉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때 자식들 세대는 조선의 소설 '홍길동전'을 영어로 번역·개작해 새로운 연극 '로터스 버드'를 창조했고, 스스로 출연해 무대에 올렸다. 기본적으로는 홍길동과 홍판서의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자유연애와 출세문제에 대한 자식들의 견해도 다루고 있다. 또한 원작에 이미 해외로 나가 자신의 영토를 개척한다는 이주관이 담겨 있기 때문에, 당시 그들의 처지와도 적지 않은 상관성을 지니고 있었다고 하겠다.
희귀한 자료가 발굴돼 가끔 그 작품을 읽어본다. 언젠가는 조리 있는 글로, 1930년대 하와이에 살았던 조선인의 진실을 밝혀보고 싶기도 하다. 나는 이 작품이 아버지와 아들의 영원한 모순을 '조선식'으로 담아낸 놀라운 텍스트라는 사실에 감탄하곤 한다. 지금의 시각으로 말하면 '문제아'와 '무심 부모' 사이의 놀랄만한 견해차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로터스 버드'를 공연하던 그날, 부모와 자식은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한번 상상해 볼만하지 않을까.

연극평론가·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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