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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의 Sea 스토리 <2> 청정 바다의 청소부들

  •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입력 : 2011-02-17 19:23:0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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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갯벌에 범벅된 유기물 정화하는 엽낭게 군단

- 바퀴벌레 닮아 오해사는 갯강구
- 갯바위·테트라포드 틈새 음식물 찌꺼기 치워

- 별·거미불가사리, 물고기 사체·부패한 조개 먹어

- '지렁이 사촌' 해삼, 해조류 먹는 홍삼과 달리
- 청삼·흑삼은 모래·개흙, 유기물이 주식

바다는 지구 환경을 지키는 거대한 정화장치와 같다. 땅 위의 오염물질은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들고 바다에 사는 무수한 생명체는 저마다의 배설물을 쏟아낸다. 바닥에 가라앉아 썩기 시작하는 생명의 흔적들 또한 바다가 안고 가야 할 고민거리이다. 13억 7000 ㎦의 물을 담고 있는 바다는 오랜 세월을 두고 묵묵히 오염물질을 정화해나간다. 그런데 이런 숭고한 노력에 동참하는 생명체가 있다. 바로 바다의 청소부라 불리는 게, 해삼, 불가사리, 갯강구 등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바다동물들이 그 주인공이다.

■오염물질 먹어치우는 게

   
엽낭게
예전 어촌 마을 아이들이 게(절지동물 갑각강 십각목)를 잡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죽은 물고기 머리를 넣어둔 자루를 갯바위에 걸쳐두었는데, 한나절이 지나자 자루에 작은 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고기 썩는 냄새가 게들을 불러들인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게의 식생을 이용한 효율적인 채집 방식이었다. 전 세계에 4500여 종, 우리나라에 183종이 서식하고 있는 게는 그 종류만큼이나 서식 환경과 식생이 다양하다. 게는 자기보다 작은 게나 오징어, 문어, 갯지렁이 등을 사냥하기도 하지만 공통적인 식생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다 동물의 시체나 모래갯벌에 범벅되어 있는 유기물을 처리하는 데 있다. 낙동강 하구 도요등이라는 무인도를 찾았을 때다. 섬에 내려 모래갯벌에 발을 디디는 순간 모래갯벌 전체가 '들썩'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지켜보자 작은 엽낭게들이 모래갯벌에 촘촘히 뚫려 있는 작은 구멍 위로 머리를 내민다. 이때 작은 움직임이라도 감지되면 엽낭게들은 다시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긴다. 이때 수만 마리가 동시에 움직이기에 모래갯벌 전체가 움직이는 듯 보인다. 엽낭게는 갑각 길이가 약 19mm, 너비가 22mm에 불과한 작은 게로 조간대 모래갯벌에 깊이 50~70cm의 구멍을 파고 살아간다. 엽낭게가 모습을 감춘 곳에는 모래경단이 쌓여 있다. 이 작은 모래경단들은 엽낭게가 모래 속의 플랑크톤이나 유기물질을 먹고 배설한 찌꺼기인데 세척해 놓은 모래같이 매우 깨끗하다. 엽낭게의 모래 정화과정은 영남씨그랜트 사업단이 발간한 '해양생태 체험시리즈 3편' 몰운대 생태체험 기록에 다음과 같이 묘사되고 있다. '엽낭게가 모래 속에 숨은 먹이를 먹는 방법은 매우 독특하다. 입으로 가져간 모래는 입에서 머금은 물과 함께 소용돌이를 만들어 무거운 모래는 동그랗게 만들고 물에 떠있는 가벼운 먹이는 입으로 먹게 된다. 다시 과학적 용어로 이야기하면 원심분리의 원리이다. 이렇게 해서 모래를 깨끗하게 만드는 양이 하루에 최대 자기 몸무게의 수백 배에 이른다.' 어림잡아 1㎡의 모래갯벌에 수십에서 수백 마리의 엽낭게가 서식하고 있으니 모래갯벌 전체로 보면 이들이 정화해내는 모래의 양은 어마어마한 셈이다.

■갯바위의 청소부 갯강구

   
갯강구
갯바위나 테트라포드에 발을 디디면 부산하게 사방으로 흩어지는 시커먼 무리가 보인다. 스멀스멀 기어 다니다가 한 쌍의 기다란 더듬이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감지되면 일곱 쌍의 다리를 이용하여 민첩하게 자리를 피해버리는데 바로 절지동물 갑각류에 속하는 갯강구들이다. 이들은 3~4.5㎝ 정도의 몸길이에 거무튀튀한 색과 납작한 모양새를 가진 데다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꼴이 바퀴벌레를 닮았다. 거기에다 이상한 낌새라도 감지되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민첩함도 그러하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이름은 바퀴벌레의 경상도 사투리인 '강구'에 바다를 의미하는 '갯'이라는 접사가 붙어서 만들어졌다. 지역에 따라서는 갯강구를 '바다 바퀴벌레'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에 기여하는 역할을 두고 볼 때 갯강구 입장에서는 바퀴벌레와 비교되는 것이 억울하다. 바퀴벌레가 온갖 세균을 몸에 묻히고 다니며 음식물 등을 오염시키는 공공의 적인 데 반해 갯강구는 연안의 갯바위나 테트라포드 사이사이에 있는 음식물 찌꺼기나 각종 유기물을 처리해 주는 부지런한 청소부들이기 때문이다. 밤 동안 일정한 곳에 모여 휴식을 취한 후 아침이면 무리지어 모습을 드러내는 갯강구들이 없다면 해안가는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고마운 불가사리들

   
별불가사리
불가사리라 하면 조개류 등 수산자원을 무차별 포식하는 바다의 해적동물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해이다. 식습성을 놓고 볼 때 모든 불가사리가 바다 생태계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토속 종인 별불가사리는 팔이 짧고 움직임이 둔한 구조적 한계로 이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전복 등의 조개를 따라잡지 못할 뿐 아니라 충분히 감싸 안아 포식할 수도 없다. 결국 포식할 수 있는 먹잇감도 죽은 물고기나 병들어 부패한 조개류 등이 주종을 이룬다. 별불가사리의 이러한 식습성은 바다의 부영양화를 막아주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바다 밑바닥에서 물고기가 죽어 썩어간다면 바닷물은 오염되겠지만, 별불가사리가 그 물고기의 사체를 먹어치워 오염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거미불가사리는 바다 환경을 개선하는데 절대적으로 이바지한다. 팔이 거미의 발처럼 가늘고 긴 이들은 조개류 등 살아있는 동물을 전혀 공격하지 않고 부패한 고기와 유기물만을 섭취한다.

■ 바다의 지렁이 해삼

   
해삼
'바다(海)에서 나는 삼(蔘)'이란 의미가 있는 해삼은 색깔에 따라 청삼, 홍삼, 흑삼으로 구분된다. 이들의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섭취하는 먹이 탓이다. 홍삼이 해조류를 즐겨 먹어 붉은색이 돈다면 청삼이나 흑삼은 어패류의 시체나 개흙 속에 있는 유기물을 주로 섭취하여 거무스레하게 보인다. 청삼이나 흑삼은 그 식생 때문에 바다의 청소부라는 자격을 줄 만하다. 이들은 입으로 모래나 개흙과 함께 유기물을 삼킨 후 유기물은 걸러서 소화하고 모래나 개흙은 항문을 통해 배설한다. 바다 바닥면을 다니다 보면 해삼이 기어간 흔적이 꿈틀꿈틀 길게 남아 있는데, 그 중간 중간에 작은 모래무지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래무지들이 바로 해삼이 바닥의 모래를 먹은 후 유기물은 걸러내고 배설한 흔적들이다. 이러한 해삼의 식습성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지렁이에 비유될 만하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한국해양대학교·영남씨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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