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다문화 시대를 말하다 <50> 마이클 스필러 (미국)

내겐 너무 어려운 마트 포인트카드

쇼핑때 잊으면 혜택 잃는듯… 챙기다 보니 되려 스트레스

없애고 나니 오히려 편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03 20:53:58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느날 나는 한 가게 계산대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에서 한 남자가 물건값을 치르고 있었는데, 점원은 그에게 포인트(카드) 번호를 물었다. 나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안다. 한국인들로부터 워낙 많은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사전적 의미로 어떻게 번역될지 잘 모르겠지만 '물건값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멤버십 카드 또는 번호'를 뜻하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그 남자가 지갑 속 카드를 찾는 데 1~2분, 계산을 마친 뒤 카드를 다시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는 데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그는 지쳐보였다. 남자가 불러준 포인트 번호란 것도 간단치 않았다. 적어도 전화번호보다 2~3자리 정도 길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작은 동네 가게에서 벌어진 장면이라는 점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에서는 어떻게 될까. 그는 그 많은 카드 중에서 제대로 골라 꺼낼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못할 것 같다.

나는 홈플러스 포인트카드를 가진 적이 있는데, 여기에 이 가게, 저 마트의 카드들이 계속 추가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많은 카드들을 발급받는 바람에 이를 모두 지갑에 넣고 다니기 어렵게 됐다. 지갑을 포인트 카드로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이후 나는 마트에 갈 때면 정작 해당 마트의 카드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후 나는 할인 혜택을 놓쳤다는 데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 때문에 내가 가려는 마트를 미리 정해놓은 뒤 이에 맞는 카드를 들고 가는지를 확인해야 할 정도였다. 이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안겼다.

마침내 자주 가던 마트에서 착실하게 포인트를 적립해 보너스 상품을 받았다. 신나는 일이었다. 세탁비누가 생겼다. 그런데 실망스러웠다. 결국 '카드 챙기기'를 그만뒀다.

얼마 뒤 가게에서 물건값을 계산할 때 여점원이 멤버십 카드를 갖고 있는지 물었다. 나는 (카드가) 없다고 했다. 그때 '카드 챙길 시간과 스트레스에 비해 보너스 상품이 보잘 것 없다고 내가 실감한 것을 알아챘다면 같은 질문을 다시는 하지 않겠지'라고 여겼다.

며칠 뒤 나는 재차 그 여점원의 카운터 앞에 섰는데, 그는 여전히 멤버십 카드를 물었고, 나는 없다고 했다. 그 다음에도 그 가게에 갔을 때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이 오갔다. 한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여점원은 더이상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가게에서 나올 무렵 그가 내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것 때문에 짜증나지는 않았을까 염려스러웠다. 당혹스러웠다. 기분도 좋지 않았다. '사회적 실수'를 한 게 아닌가 하는….

나는 무례한 사람으로 여겨지길 원치 않았기에 다음에는 멤버십 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그런 일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 가게에서 여점원은 "멤버십 카드를 갖고 있나요"라는 자신의 물음에 내가 "아니오"라고 답하자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다음에"라며 말했고 그는 "좋아요"라고 응해줬다.

나는 어떤 포인트 카드도 갖고 있질 않다. 이는 내게 너무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중하게 사양할 수 있어 기쁘다. 경성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번역=오광수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4. 4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7. 7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10. 10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8. 8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9. 9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0. 10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3. 3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4. 4‘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8. 8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8. 8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