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현주의 책과 세상 <42> `4001`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앞에 놓고

출간 당시에만 반짝 관심… 우리 사회의 단면 보여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30 20:57:31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36년 발표된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베스트셀러였냐 하면 독자들은 자신의 감동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서로 책을 선물했다. 만나면 책을 읽어보았느냐고 물어보았고, 읽지 않았다고 하면 "아하, 네가 글자를 모르는구나"라고 말했다 한다. 당시에도 미국에는 영어를 읽지 못하는 문맹자가 있었는데, 그 유명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지 않은 건 곧장 글자를 모르는 것으로 여겨질 정도였던 것이다.

1978년 초판이 나온 이후 2005년 200쇄 출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30년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읽힌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한국사회의 모순에 정면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난장이는 정상인과 화해하며 살 수 없는 대립적 존재로 등장하며, 1970년대 한국사회의 최대 과제였던 빈부와 노사 대립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한국의 1970년대가 이 두 대립항의 화해를 가능케 할 만큼의 성숙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말했다. 읽어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이 책 역시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였다. 자신이 대학생이라는 것을 은연 중 보여주기 위해 읽지는 않지만 들고는 다닌 학생들도 있었다는 '코디북' 역할도 했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4구역 철거현장 참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언론은 이 작품을 다시 조명했고, 작가는 소설을 발표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세상을 안타까워했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은 1881∼1882년 영국의 '영 포크스(Young Folks)'지에 연재되었다가 1883년 책으로 출간되었다. 연재가 거듭될수록 인기도 높아졌는데, 미국에 있던 독자들은 잡지를 구해보지 못해 애태우다가, 영국에서 출발하여 미국에 도착하는 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항구로 나가 배에서 내리는 승객들을 붙잡고 소설 내용을 물어보기도 했단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1983년 '현대문학' 9월호에 연재를 시작했을 때, 독자들은 매달 잡지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렸으며 "한 달을 기다렸다가 읽어야 하는 고통"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고전과 스테디셀러 역시 출간 당시에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였던 것이다. 그러나 출간 당시에는 베스트셀러였으나 곧 관심이 시들해져 언제 그런 책이 나왔느냐는 듯 그 생명을 소멸하는 책이 더 많다.

신정아 씨의 책 '4001'이 그야말로 책이 없어 못 팔 정도이다. 책 내용과 관계 없이 베스트셀러가 무엇인지, 베스트셀러 현상이 어떤 것인지 적절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이후, 다시 보게 되는 상황인 것 같다. 1999년 10월 15일 출간되어 두 달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얼마나 책이 많이 팔렸는지 그 해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인터넷에 서 씨의 책을 판매하고 싶다는 한 네티즌은 "이미 절판되어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고 썼지만, 그도 그 책을 소장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구성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사회의 거울'과도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신 씨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을 통해 이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그 책이 좋은 책인지는 독자 개인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겠지만, 신간 중 좋은 책을 고르는 지혜는 '이 책을 내 아이에게, 내 가족에게 권유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해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동의대 문헌정보학과 강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8. 8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4. 4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5. 5[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8. 8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9. 9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10. 10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