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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의 Sea 스토리 <5> 성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어민 소득 일등공신에서 갯녹음 주범으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4-28 18:51:35
  •  |   본지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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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똥성게의 포식으로 해조류 엽상체가 모두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 오래전 생산량 모두 일본 수출
- 1990년대 중국산에 밀려 경쟁력 상실
- 국내 연안 개체 수 급증, 해조류 포식
- 각 지자체 애물단지 성게 제거 돌입

- 학계 "무차별 도태 생태계 재앙 초래"
- 밀도 조절 통한 과학적 방식 필요
- 최근 성게껍질 분할기 개발돼
- 수작업 줄어 성게 자원화에 기여

   
말똥성게에 알과 생식소가 가득하다. 성게 알과 생식소는 훌륭한 식재료로 사용된다.
바다의 사막화라 불리는 갯녹음. 이는 어떤 원인에 의해 연안해역의 해조류가 고사, 유실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해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내는 산소나 1차 생산물 등을 필요로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 → 동물성 플랑크톤 → 바다동물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파괴된다.

또한 해조류를 직접 먹이로 삼는 전복과 고둥 등의 패류와 이곳을 서식공간으로 이용하는 어류들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

갯녹음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성게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성게가 갯녹음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게를 불가사리 같은 해적동물로까지 묘사하며 성게 씨를 말려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몇 년 전 연구기관의 보고자료 등에는 갯녹음으로 피해를 보는 바다동물에 성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 효자에서 해적으로

   
해조류가 녹아 없어지는 여름철 보라성게들이 암반에 노출되어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성게는 어촌 소득을 올려주는 효자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본인들이 성게알과 생식선을 좋아하다 보니 해녀들이 잡아들인 성게는 수집상들에 의해 수매되어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세월이 흘러 변수가 생겼다. 1990년대 초부터 값싼 중국산 성게가 일본에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성게가 가격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수출길이 막히자 수집상들은 해녀들이 잡아 오는 성게를 더는 수매하지 않았고 해녀들은 예전처럼 성게를 대량으로 잡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성게는 잡아내는 것부터 알과 생식선을 얻기 위해 껍질을 까는 과정까지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데 제값도 받지 못하는 걸 구태여 잡아낼 필요가 없었다.

   
해조류가 사라진 해역에서 말똥성게들이 따개비까지 포식하고 있다.
성게를 잡지 않자 보라성게, 분홍성게, 말똥성게, 북쪽말똥성게 등으로 대표되는 식용 성게들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이제 사람들은 이들이 먹어대는 해조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고수익을 올려주던 시절 해조류를 뜯어 먹는 모습을 기특하게 봤던 시선이 이제는 하는 일 없이 밥이나 축내는 식충으로 보게 된 셈이다. 성게의 섭식을 관찰한 사람들은 성게들이 해조류를 먹는 모양새를 두고 '게걸스럽다'라는 표현을 쓴다. 하루 동안 체중의 5~6%가량을 뜯어 먹으니 성게 무리가 며칠 머물다 간 곳에는 해조류가 남아 있지 않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성게를 몰아내기로 했다. 돈이 되는 전복이나 소라를 살찌우기 위해서도 성게는 없어져야 할 천덕꾸러기였다.

경상남도는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성게 구제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 한 해 동안 경상남도 해역에서 60t의 성게를 잡아들였고 2024년까지 15년간 40억 원의 예산을 들여 4000t을 잡아낼 계획이다. 산란기 성게 포획을 금지했던 수산자원보호령 조항도 개정되었다.

이제 강원도 해역에서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북쪽말똥성게만 잡지 않으면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모든 성게를 연중 잡아낼 수 있게 되었다. 심각함은 성게를 잡아들이는 목적이 판로개척을 통한 식용이 아니라 해로운 생물이기 때문에 뿌리 뽑아야 한다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몇 년 안가 성게를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를 일이다.

■ 싹쓸이식 구제보다 개체 수 조절이 필요

   
말똥성게가 몸을 숨기기 위해 해조류 엽상체 뿐 아니라 자갈까지 머리에 이고 있다.
우리 연안에서 성게가 문제시되는 것은 성게를 잡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게의 서식밀도는 매년 엄청 높아지고 있는데 어민들은 실익이 없어 잡아내지 않으니 정책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성게를 잡아내자는 고육지책이 나온 셈이다.

하지만 생태계 내에서 일시적으로 종의 밀도가 증가하여 생태계 균형이 일그러졌다 할지라도, 어느 한 종을 일방적으로 멸종에 가깝게 무차별적으로 도태시켜 버린다면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생태계 파괴와 생태계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조류가 사라진 해역에서 보라성게들이 어류 시체를 두고 불가사리와 먹이 경쟁을 하고 있다.
영남씨그랜트 사업단 책임연구원인 경상대학교 해양생명과학과 김남길 교수는 "성게가 군집으로 이동하는 지역과 집단 서식지에서는 과도한 섭식작용에 의해 연안해역의 해조류가 사라지게 되고 이는 바다숲의 사막화로 이어져 갯녹음 현상을 나타내게 되는데 이것이 소위 성게에 의한 갯녹음이라 한다" 며 성게로 인한 해조류의 폐해를 규정하면서도 "성게 구제는 밀도 조절을 통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며 구제와 동시에 자원으로서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게의 자원화라는 관점에서 4월 초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의 성게껍질 분할기 개발은 고무적이다.

이 공구를 이용하여 손잡이만 잡아당기면 성게 껍질이 분할되면서 알과 생식소가 분리된다. 어민들이 일일이 성게 껍질을 제거하는 수작업의 번거로움 때문에 성게 채취를 주저하기도 했던 만큼 이 공구는 고품질의 성게 알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등 성게 자원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 해양수산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09년 도내의 성게 연간 생산량은 93t으로 어민들은 성게 채집으로 33억78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외국에서는 잡식성인 성게의 먹이 습성을 이용하여 가두리 양식장에서 어류와 성게를 함께 양식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유실되는 어류의 사료를 성게가 먹어치워 성게 생산량 증가와 바다의 부영양화를 감소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갯녹음은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성게를 갯녹음의 주범으로 내몰아 산란기의 성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재 우리 연안에 지나치게 늘어난 성게 밀도는 자원으로서의 연구와 판로 개척 등을 통해 조절될 수 있다고 본다. 관점을 바꿔 놓고 보면 우리 연안에는 활용 가능한 엄청난 성게 자원이 있는 셈이다.

☞ 음식으로서의 성게

   
성게의 배를 갈랐을 때 나오는 생식선과 알은 맛과 향이 뛰어나다. 여기에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 철분, 마그네슘, 칼슘 등이 들어 있다. 성게는 결핵뿐 아니라 가래를 제거하는 거담작용도 뛰어나다. 특히 빈혈이 있는 사람이나 병후 회복기에 등 식욕이 없을 때 도움이 된다. 제주도에서는 성게 생식선을 넣고 미역과 함께 끓인 국을 별미로 여겨 손님에게 대접하는데, "제주도 인심은 성게국에서 난다."라는 속담도 전해지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고, 날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고 전해혼다. 예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먹을거리였음을 알 수 있다. 뜨거운 밥에 성게 생식소와 초고추장, 김을 넣고 비벼 먹는 소위 앙장구밥(사진 오른쪽)은 성게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맛의 행복이다. 앙장구는 말똥성게의 경상도 사투리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국립 한국해양대학교, 국토해양부 영남씨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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