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초보아빠 김민주 기자의 육아뒷담] <1> 내가 지금 맘충짓 하는 건가

  • 김민주 기자
  •  |   입력 : 2019-06-12 00:02:41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내가 지금 맘충 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지난 3월 경북 경주 힐튼호텔. 호텔 로비에서 14개월 난 아들한테 밥을 세 숟갈째 먹이다가 등골이 서늘해졌다. 메뉴는 생선살과 채소를 넣은 유아식. 아기가 토한 듯한 유아식 특유의 냄새가 강했다. 익숙한 냄새지만 딴 사람들이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단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체크아웃해서 수영장을 이용한 뒤 로비 소파에 앉은 과정을 가만히 되새겼다. 로비에서 애 밥 주지 말란 설명은 들은 적이 없잖은가. 더구나 로비 한쪽엔 아무나 쓸 수 있는 전자레인지도 구비돼 있다. 확실히 애들 밥 데우는 용도다. 평일이었고 로비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분명 내가 대단한 실례를 하는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애 입에 밥 숟갈 떠넣는 손길이 갑자기 송구해졌다.


육아휴직을 갓 시작했을 때 겪은 일이다. 그때 나는 “만약 육아휴직을 한 일로 어디다 글을 쓰면 이 이야기를 꼭 첫 원고 소재로 써먹겠다”고 다짐했다. 괜찮은(?) 일화라고 여겨서 그랬다. 그런데 육아휴직 4개월차에 접어들면서 곱씹어보면 ‘내가 맘충인가’ 싶었던 순간은 물론 실제 그렇게 몰린 때도 부지기수였다. 맘충이란게 아직 사회적으로 그 정의가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어디서든 내가 그 취급을 받게 되면 그건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직접 비난이 없어도 주변 시선과 공기가 순식간에 그걸 깨달을 수밖에 없게 한다.

지난주 금요일 점심 나절 이마트 문현점 1층 푸드코트에서 나를 몰아세우던 할머니는 드문 경우였다. 문화센터 수업에서 실컷 뛴 아들은 제 밥을 빠르게 비웠다. 근데 내가 밥을 먹으니까 ‘목청껏’ 울기 시작했다. 하필 이날 내가 시킨 건 육개장. 뜨거워서 먹는 데 오래 걸리고 애 돌보면서 먹기 힘든 음식인 거 안다. 이날 비가 왔는데 육개장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그랬다…. 애는 울고, 눈치는 보이고, 그래도 어떻게든 한 숟갈 먹어보려는데 할머니 등판. “젊은 사람 너무하네. 애가 저래 울어 시끄러워 죽겠구마는 밥이 넘어가나.”

그 말을 듣고도 육개장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온 건 지금 생각해봐도 잘한 짓 같다. 뽀로로를 틀어주니 아들은 어느 정도 진정했다. 8500원짜리 밥을 내다 버리기 싫었다. 나를 타박한 할머니는 이마트 문현점 푸트코트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알 법한 분이다. 물 한 잔 떠놓고 푸드코트 이 자리 저 자리 옮겨다니는 게 일과인 사람. 무슨 오기인지 모르겠는데, 타박을 들은 뒤로 나는 오히려 차분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33살 부산 토박이로 5년 차 기자다. 육아휴직 4개월차에 접어들었으며 17개월 된 아들을 돌본다. 4개월 동안 육아에 몰두했지만 대단한 글감을 얻진 못했다. 다만 까고 싶은 뒷담화를 많이 쌓아놨다. 엄청 많이…. 남성 육아 전담자의 크나큰 고충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그 뒷담화를 풀어낼 동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육아뒷담을 온라인으로 연재하기로. 쌓인 이야기는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풀어낼 생각이다. 초보 아빠로서 한계를 느낄 때나 위기에 봉착할 때 문의와 조언을 구하는 창으로 활용할 생각도 있으니 노여워 마시고 많은 조언 주시길 기대한다.

◆용어풀이-맘충: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거나 카페 등에서 민폐를 저지르거나 자기 애들 단속을 못하는 엄마들을 비하해 부르는 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7. 7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8. 8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9. 9‘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0. 10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4. 4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5. 5'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6. 6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7. 7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8. 8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9. 9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10. 10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세무조사 때 금품·향응 수수"…국세청 직원 5년간 31명 징계
  7. 7올해 부산 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다'…1년새 2만5000명↑
  8. 8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9. 9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10. 10“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10. 10‘부캉이’ 수로 출구 부근까지 유도…그물 주위 맴돌며 바다로 안 떠나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