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시장님, 다 같이 키우자면서요?"
오거돈 시장님께.
작년 10월 부산시가 육아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전국 최초로, 부산 시내 어린이집은 오후 7시 30분까지 의무 운영될 것이다” 이게 핵심이었습니다.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시름을 크게 던 부모들이 많습니다. 17개월 된 아이를 기르는 저도 그런 부모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발표에서 언급된 시내 어린이집 수는 1897개소. 한 곳도 빠짐없이 ‘오후 7시 30분 의무 운영’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오후 6시 넘도록 애 맡아주는 걸 꺼리는 관행을 고쳐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부모가 원한다면 어느 곳에든 6시 넘게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하고, 그 비용은 시가 책임진다. 종일반을 찾는 부모는 더 이상 눈치 보거나 속앓이하지 않도록 민선 7기가 보장한다.” 이게 제가 이해한 ‘의무 운영’의 골잡니다. 비슷하게 받아들인 부모들이 많을 겁니다.
근데 실상은 다르더라고요. 여전히 ‘6시 이후 보육’을 거절하는 데가 많았습니다.
“오래 맡기면 애가 힘들어합니다.” “내년에 법이 바뀌면 6시 이후 보육은 철회될 수 있습니다.” “우리 어린이집엔 6시 넘어까지 있는 애가 없는데요.” 기억에 남는 거절 사유들입니다.
시장님. 아이 돌보는 게 싫어서 늦도록 어린이집 신세를 지우려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먼저 귀가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이가 받을 마음의 상처, 미안하고 걱정됩니다. 그런데 요청해야 합니다. 퇴근 시간을 당길 길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주변에 아이 하원을 부탁할 처지가 못 돼 그렇습니다.
부산아이 다(多) 가치 키움. 이런 어려움을 헤아려 발표한 대책이 아닌지요? 그런데 현장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책 시행이 어렵다니….
이 건으로 기사(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8면 보도), 기자수첩·사설( 지난 18일 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해명은 다시 한번 저 같은 부모들의 마음을 헤집습니다. “종일반을 운영 중인 어린이집 정보를 ‘어린이집 정보공개 포털’ 등에 공개하여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운영 공개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어린이집을 고를 때 ▷집·직장과의 거리 ▷아이의 동선 ▷원장·교사 평판 ▷사건·사고 전력 같은 것들을 고려합니다. 늦게까지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도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그 부모들은 다른 우선순위는 포기한 채, 이 별도 목록을 참조해 눈치껏 아이들을 맡겨야 합니까? 가깝고 믿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돼도, 종일반이 운영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저희에겐 선택권이 없는 건가요?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아직 기대 안 합니다. 좀 늦더라도 마음 편히 맡기고 머무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퇴근이 늦은 부모 탓에 아이가 천덕꾸러기 되는 건 면하면 좋겠습니다. 종종 편지하겠습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