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초보아빠 김민주 기자의 육아뒷담]<3> 장애아가 아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10 15:52:41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오랫동안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조심스럽되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로 했다는 것도 밝힌다.

장애가 있는 남자아이를 만난 건 지난 7일 일요일이었다. 장소는 동네 건널목. 18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운 채였다. 오후 3시의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그 남자애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노래야?” 남자애는 유모차에 탄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의 손에 들린 장난감 패드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자애는 아들의 얼굴과 패드를 번갈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18개월 난 아들이 대답을 했을 리는 없다. 나는 남자애를 쳐다봤다. 유별나게 도드라진 아이의 눈. 아주 또렷한 두 눈은 서로 초점이 맞지 않았다. 몸집은 체격 좋은 6학년 정도지만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무슨 노래야?” 어눌한 말투로 다그치듯 남자애가 재차 물었다. 두 번째 질문을 하면서, 남자애의 얼굴이 아들에게 더 바짝 다가왔다.

설명이 어려운 감정과 생각이 마구 엉켰다. 가장 강하게 인 건 거부감이다. 유모차를 슬쩍 당기거나 아예 다른 길로 돌아가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솔직히 겁이 났다. 남자애가 예측할 수 없는 돌발행동을 할 것만 같았다. 동시에 피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궁금한 걸 묻고 있을 뿐인 아이를 피할 수는 없다. 태도나 말투가 불편하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 입장일 뿐이다. 아들이 인지하든 못하든, 처음으로 마주친 장애인을 피하는 경험을 심어줘선 안 된다.”

마음 속 생각과는 달리 나는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불안감이 피어오르는 걸 억누르면서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서있었다. 남자애는 파란불이 들어오자마자 쏜살같이 달려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곱씹었다. 어떻게 하는 게 올바른 대처였을까. 남자애의 마음이 다치지 않으면서 나도 불안하지 않을 방법은 없었을까. 마땅히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다.

잘나가는 정치부 기자였던 류아영 씨는 10년 전 ‘2급’ 발달장애 아동의 엄마가 됐다. 그는 발달장애아 엄마의 시선과 생각을 매주 한국일보에 칼럼으로 실었다. 최근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그는 “장애인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의 시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가장 먼저 비장애인인 엄마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각이 바뀌어야 하는 ‘비장애인’에는 물론 나 같은 부모도 포함된다. 그런데 나는 그럴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장애인을 마주치고, 그 상황 속에서 올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순간은 평범한 일상에서 예기치 못하게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나는 대답을 해줬어야 했다. 남자애는 그게 무슨 노래냐고 두 번이나 물었다. ‘숲속 작은 집 창가에 작은 아이가 섰는데 토끼 한 마리가 뛰어와….’ 그 노래는 ‘숲속 작은 집’이었다. 여느 초등학생이 물었다면 나는 노래의 제목을 알려줬을 것이다. 그리고 이 노래가 좋으냐고, 어떤 구절이 마음에 드냐고 되물었을 것이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속보] 다카이치 총리, 야스쿠니 가을 제사 공물 봉납
  3. 3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4. 4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5. 5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6. 6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7. 7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8. 8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9. 9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10. 10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상 소방관·장병 쾌유기원…“천금 준들 아깝겠나”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2. 2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3. 3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4. 4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5. 5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6. 6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9. 9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10. 10“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