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초보아빠 김민주 기자의 육아뒷담] <6>어린이집에서 다친 아이 “그냥 넘어가면, ‘후순위’ 됩니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그냥 넘어갔다고? 그럼 호구 되는 거야. 애들 챙기기 바쁜데, 부모가 좋게 넘어가면 쌩깔 수밖에 없으니까.”

얼마 전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쳐 왔다. 얼굴 왼편 광대뼈 부근에 붉은 두 이(二) 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깨물린 상처였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린이집 보내면 아프고 다치는 거 다반사야.” 육아 선배들로부터 여러 차례 들었던 조언이지만, 아이가 상처가 나서 돌아온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얼굴을 물렸다니.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다.

“친구가 물어서 조금 상처가 났습니다. 양치하러 가는 시간에 먼저 문을 나서겠다고 실랑이 벌이다가 물렸답니다. 약은 발라 놓았는데 아이가 좀 울었어요. 죄송합니다.” 하원 전 담임 선생님한테서 날아든 경위 설명이다. 깨물린 부위 상처 사진도 같이 왔었다. 실제로 본 상처는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깊고 선명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머릿속에 어린이집 구조를 그려 헤아리는 동안 온갖 가설(망상)이 떠올랐다. 다툼은 이를 닦던 중에 일어났다고 했다. 아들 경우를 토대로 말하자면 이 또래 아이들이 대개 가장 앙칼지게 저항하고 짜증을 내는 게 양치할 때다. 혹 아이 손에 칫솔을 쥐여줬다면, 칫솔을 입에 물고 엎어질 수도 있으니 유념해서 보살펴야 한다. 그저 때리거나 꼬집은 것도 아니고, 둘이 다투다가 한 아이가 다른 아이 얼굴에 입을 갖다대고 깨물 때까지 몰랐다면 보살핌이 소홀했을 수 있겠다. 선생님들은 뭘하고 있었을까? 점심을 먹은 뒤에 이를 닦여 낮잠을 재운다. 선생님들이 ‘양치조’와 ‘이부자리조’로 나뉘어 작업한 탓에 눈길이 소홀해진 사이 우리 애가 엉뚱한 상처를 입은 건 아닐까? 아 젠장, CCTV를 봐야겠다 나는.

하지만 나는 그걸 요구하지 않았다. “애들 섞여서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뭐”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갔다.

이게 얼빠진 짓이었다는 걸 일깨워준 건 현직 보육교사로 일하는 지인이었다. 종일 고함을 치면서 쏘다니는 애들이 모인 곳이 어린이집이다. 교사들의 신경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이 ‘악다구니’ 속에 아이들을 보살피는 교사들 사이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우선순위가 어쩔 수 없이 생겨난다고 했다. 어린이집의 지상과제는 ‘무사고’다. 무사고에는 두 종류가 있다. 실제 사고가 나지 않는 것. 그리고 사고가 났지만 일이 커지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는 것. 어린이집 입장에서 내 대처는 후자에 해당하는 ‘무사고’를 보증해준 것이고, 요란스런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던 바람과 달리 우리 애는 이 ‘우선순위’에서 꽤 하위권을 맴돌게 될 거란 게 지인 분석이다.

하…. 그럼 어떡했어야 하나. ‘호구 부모’를 자처한 내게 그가 전해준 대처 요령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일단 흥분하면 안 된다. 얼굴처럼 예민한 곳을 다쳤거나 상처가 심하다면 반드시 CCTV를 보여달라고 해라. 어린이집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모의 요구다. 잘 안 보여주려고 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는데 흥분하지 마라. 하지만 아이가 다친 건 가장 큰 명분이고 중요 사고다. 경위를 반드시 알아야겠다는 의지는 전달해줘라.

다치게 한 아이의 부모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도 채근해서 물어라. 다친 쪽에서 별 문제 삼지 않으면, 어린이집은 다치게 한 아이 부모에게 굳이 상황을 소상히 설명해줄 필요가 없다. ‘무사고’는 중요하니까. 이 질문에 선생님이 얼버무린다면, 그건 때린 쪽 애 집에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단 뜻으로 봐도 좋다. 때린 아이를 탓하거나 낮잡아 이르지 말되, 그 아이에 의해서 우리 애가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정확히 전달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해라.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라. 얼굴을 깨물어서 상처가 났을 정도라면, 상식 있는 집에선 사과의 말과 함께 연고 하나쯤 보내줄 거다. 너 그거 못 받았지? 그 집에선 아마 모를 거야.

뼈아픈 것은, 내 호구 대처 이후에 아이가 두 번이나 더 다쳐 돌아왔다는 점이다. 한 번은 이마, 한 번은 왼쪽 팔뚝이었다. 꼬집힌 것이 분명한 왼쪽 팔뚝의 경우엔 담임 선생님이 다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뒤집어엎을 것인가. 여전히 고민이 깊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5. 5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8. 8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9. 9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0. 10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4. 4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5. 5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6. 6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7. 7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8. 8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9. 9[2026 국감 브리핑]용혜인 “부산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이용률 1%, 전국 최하권”
  10. 10"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7. 7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8. 8“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9. 9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0. 10'반도체의 힘' 10월 1~20일 수출 105% 폭증…일평균 65.4%↑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