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육아휴직을 낼 것인가. 육아휴직을 하면 수입은 얼마나 줄어드나.”
보통의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쓰려는 남성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고민일 거다. 모든 회사와 거기 속한 부서는 빡빡하게 돌아간다. 한 사람이 빠지면 업무 공백은 남은 사람들이 메워야 한다. ‘자리를 비우는 건 동료를 괴롭게 하는 일’이라는 인식의 뿌리는 너무도 깊다. 휴가나, 심지어 출장을 다녀온 사람이 주변 직원들에게 밥을 사는 게 여전히 사내 미덕으로 통용되는 사회에서, 육아휴직을 내려는 자는 누가 뭐라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심리적 압박을 극복해도 돈의 문제가 남는다. 남성은 입사 단계에서부터 ‘군호봉’을 인정 받고, 통상 아내보다 급여가 높다. 그런데 출산과 육아는 돈이 정말 많이 드는 이벤트다. 통상 가계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남편의 급여가 육아휴직으로 크게 출렁이면 여러 문제가 생겨난다.
지역 신문사 5년 차 기자인 나는 2018년 늦여름부터 육아휴직을 고려했고, 올해 3월부터 1년간의 육아휴직에 들었다. 나 또한 위와 똑같은 고민을 겪었다. 이번 육아뒷담에서는 이 과정에서 느꼈던 점을 솔직히 털어놓고, 현재(2019년 9월) 기준으로 육아휴직자가 받을 수 있는 국가 지원도 상세하게 기록해두려 한다. 앞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는 이들에게 참조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두 편으로 나눠 ‘상’에서는 육아휴직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심리적 어려움을, ‘하’에서는 육아휴직에자에게 주어지는 지원에 대해 다뤄보겠다.
신문사 편집국에선 매년 편집국장 선출·연임 투표가 열린다. 이 시기 후배 기자들은 유권자로서, 후보인 ‘윗선’에 소원수리를 낼 기회도 생긴다. “내년에 육아휴직을 좀 쓰려고 하는데요.” 내가 이 이야길 처음 꺼낸 것도 이런 소원수리를 통해서였다. 이 말을 꺼내놓기는 아주 어려웠다. 이건 모든 회사에서 마찬가지일 거다. 통상 언론사는 폐쇄적이고 혁신에 한발 늦다. 부서 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기자는 워라밸이 꽤 낮은 직군이다. 일찍 출근해 심리적으로 쫓기면서 늦게까지 일한다. 밥은 밥먹듯 거르는데 음주는 잦다. “나 때는 말이야. 기자는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을 안 받아줬어. 일찍 죽는다고. 껄껄껄” 같은 말을 사뭇 자랑스레 하는 선배들이 현역 데스크(국·부장) 중에 있다. 단적으로, 우리 회사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 6일 근무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이 놀라웠다. “업무와 개인의 삶이 분리되는 건 중요한 문제다. 최근 근무 과정에서 주 5일제를 겪어보니 삶의 질이 크게 오르더라”는 게 국장이 된 당시 후보자의 첫마디였다. 육아휴직을 쓰기 직전까지 몸담았던 부서의 부장이 했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제 사회는 육아를 부모의 공동 책임으로 규정한다. 아빠들도 육아를 ‘돕는’ 수준에서 벗어나 자기 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빠가 육아휴직을 누리는 건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육아휴직 문제를 두고 오래 고민했던 나로서는 예상 밖인 데다 감동적인 답변들이었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휴직 예정자가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는 점이다. (폐쇄적인)기자 사회를 예로 들면, 현재 부산 신문사 두 곳에서 3명의 아빠기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갑자기 남성 육아휴직자가 3명이나 생겨났다. 기자협회보는 이 사람들을 인터뷰해 협회보에 기사까지 실었다.
그런데 이런 특이한 현상에는 대개 전조가 있다. 나 이외에 2명 또한 오래 고민하고, 꽤나 눈치 보던 끝에 결단을 내렸을 텐데 그 시기가 다들 비슷하게 겹친 거다. ‘육아휴직을 한 번 내볼까?’에서 ‘그래 한 번 내보자’로 분위기가 출렁인 건데 그건 상사들에게도 감지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생각하면 흔쾌히 보내줄 수는 없겠지만, 이제 요구가 생겨나겠구나(이어지겠구나)” 정도의 생각은 가지고 있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물론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과 ‘간보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앞으로는 그렇지 않게 되길 바란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다음 회차에서 육아휴직하면 한 달에 얼마 받노?”(하)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