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1억4000만 원짜리 바나나가 있다면? 그 바나나를 배가 고파서 먹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제적인 미술장터에서 12만 달러(약 1억4000만 원)에 팔린 ‘바나나’를 행위 예술가가 먹어버렸다.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뉴욕에서 활동하는 행위 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는 이탈리아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배가 고프다’며 먹었다. 문제의 ‘코미디언’은 세계적인 미술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의 갤러리 페로탕에서 전시 중이던 작품으로 벽에 강력 접착 테이프로 붙여 놓은 바나나 한 개였다. 작가 카텔란은 지역의 과일 시장에서 바나나를 샀다.

페로탕 갤거리를 세운 에마뉘엘 페로탕은 이 작품에 관해 “마우리치오의 작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물건이 어떻게 세계로 움직이는지 보여준다”며 “이 작품은 세계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며 고전적인 유머 장치”라고 평가했다.

실제 바나나를 사용한 작품 ‘코미디언’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바나나가 계속 익어 썩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에 딸려 오는 정품 인증서를 사게 된다.

페로탕의 디렉터인 루치엔 테라스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다투나가 작품을 파괴한 것은 아니다”며 “바나나는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실제 페로탕은 다투나가 바나나를 먹은 지 몇 분 후에 새 바나나를 벽여 붙였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한편 ‘코미디언’ 제작자 카텔란은 독특한 작품으로 많이 알려졌다. 지난 9월 영국에서 전시회를 열면서 18K 금으로 만들어진 변기 ‘아메리카’를 공개했다. 약 75억 원의 가치를 지닌 이 작품은 도난 당했다. 김희국 기자

한 여성이 벽에 바나나를 붙인 작품 ‘코미디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