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부산지역 최대 부랑인 시설로서 과거 지역의 집단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의 시초로 지목되는 ‘영화숙·재생원’ 사건의 직권조사가 실시된다. 피해생존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선지 약 9개월 만의 일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영화숙·재생원 사건의 직권조사 착수를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18일 열린 제60차 전체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해당 사안을 의결했다. 진실화해위가 집단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를 직권으로 조사하는 건 1기(2005년~2010년)와 2기 통틀어 처음이다.
형제복지원·선감학원 등 앞선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조사는 신청사건으로서 이뤄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상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할 때 진실화해위는 직권으로 조사에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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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영화숙 재생원 피해생존자들이 부산시청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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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진실화해위는 당시 수용자들이 당한 구타·성폭행 등 가혹행위와 강제노역과 같은 인권침해 사안을 들여다 본다. 수용자들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불법 거리 단속 등을 통해 영화숙과 재생원으로 강제로 수용됐다. 어린 아이는 ‘영화숙’, 성인은 ‘재생원’에 배치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실상 별다른 구분이 없었다.
끼니는 강냉이죽이나 보리밥 정도에 그쳐 굶주림에 시달렸렸다. ‘소대’ 등으로 불린 좁은 생활 공간에는 수십 명이 들어차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했다. 10대의 어린 수용인이 대부분이었는데도 제대로 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영화숙·재생원의 단속·수용과정의 적법성, 부산시로부터 받은 보조금 집행, 정부와 부산시 및 사하구(당시 서구), 경찰 등 관리 기관의 인권침해 묵인·방조·은폐 여부 등을 살펴본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영화숙·재생원은 행정기관 없이 단독으로 부랑아를 단속할 권한이 없는데도 아동을 불법 수용했고, 부산시 등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 수용된 아이들의 소재를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는 등 국가 행정기관의 직무유기가 확인된다”고 말했다.
직권조사 대상자는 모두 343명이다. 진실화해위에 직접 진실규명을 신청한 7명과 부산시 형제복지원사건 등 피해자 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접수된 피해자 28명,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부산 ‘소년의집’ 1기 수용인 명단 등에서 확인된 231명 등이다. 마리아수녀회는 1970년 당시 영화숙에서 학대당하던 아동을 구하고자 재단법인 영화숙으로부터 300여 명을 인수받아 소년의집으로 전원시켰다. 이외에도 형제육아원(형제복지원 전신), 칠성원 등으로 전원된 아동이 대상에 포함됐다.
피해생존자들은 직권조사 결정을 반겼다. 부산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 협의회 손석주 대표는 “‘있었던 일을, 있었던 일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진상규명 촉구 움직임이 큰 문턱을 넘게 돼 기쁘다”며 “억울하게 어린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들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조사를 통한 실태 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꾸려진 협의회는 당시 피해를 호소하며 진실화해위의 직권조사를 요청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