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하라 마사유키(上原正行) ‘핵쓰레기와 쓰시마를 생각하는 모임’ 대표는 “쓰시마의 핵폐기장 문제를 생각할 때 쓰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를 멈추려면 일본 원자력정책의 문제점을 생각하고 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핵폐기장 반대운동에서 나아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독립섬 쓰시마’로 나아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에하라 대표는 쓰시마시민들이 핵폐기장 유치 반대에 나서는 운동을 하게 되는 힘은 쓰시마의 ‘반골기질’ 역사가 배경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쓰시마 핵폐기장 유치 예정지 출입구로 알려진 쓰시마 섬 남부의 고노키(香の木)터널. 1987년 3월 완공됐으며 당시 이 일대에 대한 지질 볼링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필자일행을 안내한 한기덕 회장이 터널과 핵폐기장 예정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700년대 말 에도 막부의 제5대 쇼군인 도쿠가와 쓰나요시(德川綱吉, 재위 1680년~1709년)는 동물애호가 수준을 넘어서 “전국의 멧돼지 사슴 한 마리도 잡지 말라”는 야생동물 살생금지명령을 내릴 정도였는데 쓰시마의 유학자인 스야마 돈오(陶山鈍翁)가 대대적인 멧돼지 사냥을 벌여 쓰시마에서 멧돼지가 사라지게 한 일이 있었다. 불교에 심취한 쓰나요시의 야생동물 살생금지령이 한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지가 대부분인 쓰시마의 화전개발 과정에 멧돼지 피해가 많았기에 스야마가 부득불 멧돼지 근절에 나선 것이었다. 다행히 스야마는 막부의 처벌을 면했고, 쓰시마 주민들은 그를 성인으로 칭송해왔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가 국책사업에는 무조건 찬성해온 다른 지역과는 달리 쓰시마시민들이 핵폐기장 반대에 힘이 실린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쓰시마 핵폐기장 유치 예정지 초입

우에하라 대표는 “안전은 국가의 책임이며, 안심은 국민의 권리이기에 아무리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주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잘라서 말했다.

그는 또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서도 말했다. “지금 중국이 전면 수입을 중지해서 수산물만이 아니라 삼나무와 같은 목재의 중국 수출도 어렵고, 쓰시마 고유의 해산물도, 우리 회사의 경우 곰장어제품의 한국수출까지도 거의 중단될 정도로 어려운 사정이지만 지금 일본 정부의 원전오염수 방류는 잘못된 것이다. 알프스(ALPS)처리를 한다고 하지만 더 돈을 들이는 나은 대책을 쓰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IAEA의 최종보고서도 신뢰하기 어렵지 않은가. 이는 일본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따라서 시민운동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쓰시마 핵폐기장 문제만큼은 우리 쓰시마시민들의 결의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라국사 박제상 순국비.

이와 더불어 우에하라 대표는 “핵폐기장문제가 해결되면 그때는 해상풍력·태양광발전 등을 통해 쓰시마를 에너지자립섬으로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시민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고 싶다”며 “그래서 이러한 과정을 ‘쓰시마모델’로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에 발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1929년 창립해 1세기에 가까운 해산물제조판매업을 경영하는 향토기업 우에하라(주)의 대표회사를 지낸 지역유지가 이렇게 반핵운동에 주도적으로 참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데 어떻게 해서 이런 운동을 하게 됐는지를 물었다.

우에하라 대표는 “저 같은 경우 60년대 안보세대 데모에 참가하면서 청년기를 보냈기에 일본이라는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사명감을 갖고 있는 편이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에겐 이러한 정신이 많이 부족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정보 홍보에만 나서고 고도성장기의 안정적인 생활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올바른 정치를 만들어가려는 의지나 힘이 없는 게 지금 일본 정부가 바다오염을 하고 있는데도 시민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못내는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우에하라 대표는 경찰들이 자신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으며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를 극우세력의 공격을 우려해 신변보호도 해주고 있는 셈이라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쓰시마의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 아래 아름다운 해변 모습

그는 쓰시마의 꿈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쓰시마는 닦으면 닦을수록 빛이 나는 섬이다. 화장 안한 맨얼굴로도 멋진 섬이 쓰시마라 생각한다. 자연이 좋은 곳은 일본 곳곳에 많이 있지만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섬은 드물다. 쓰시마는 1700년대 인구가 3만 명이었는데 6만이 되는데 280년이 걸렸다가 다시 3만 명으로 줄어드는데 60년이 걸렸다. 인구감소현상도 있지만 전후에 많은 사람들이 섬을 떠났다. 쓰시마는 에너지가 비싸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섬 쓰시마가 앞으로의 과제이다. 큰 행복보다 작은 행복, 지속가능성 있는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섬 쓰시마가 돼야 한다고 본다. 쓰시마는 산림의 바이오매스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바다에는 해상풍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곳곳에 태양광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쓰시마섬의 배는 태양광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섬으로 갔으면 좋겠다. 이러한 문제를 섬 내외 많은 사람들과 의논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이즈하라항에서 만난 모로마쓰 세리나(諸松?里奈) ‘쓰시마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공동대표는 쓰시마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쓰시마 핵폐기장 반대운동을 하면서 한국 부산의 고리1호기 폐쇄범시민운동의 성공사례와 현재 고리2호기 반대운동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한일 시민사회가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고 연대하면서 나아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도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년 3월 쓰시마의 시장선거도 매우 중요하다. 쓰시마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덧붙였다.

왕인이 일본에 처음 도착한 와니우라지역. 조선통신사 기항지로 잘 알려져 있다.

모로마쓰 대표는 “현재 히타카쓰 시장이 일단 지난 9월에 핵폐기장 유치와 관련해 ‘노’라고 밝혔지만 다음의 대안이나 비전이 없어 그게 염려된다. 지금 유치 추진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현 시장을 지지해 시장 재선에 힘을 보탠 뒤 이들이 시장을 컨트롤하려고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방심할 수 없으며 필요한 것이 시민공부모임이라 본다”고 말했다.

관광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모로마쓰 대표는 요즘 다시 바빠졌다고 한다. 일본 본토에서 오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점에서 쓰시마의 핵쓰레기장 유치는 관광쓰시마와 함께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또한 현재 핵폐기장 유치 찬성파 시의원의 이익유도문제에 대한 시 윤리심사회의 심사결과가 오는 27일에 나오는 데 그 결과에 따라 상당수 시의원이 사임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사회가 법적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면 향후 시의회 선거에 시민단체 출신이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 제법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번 쓰시마여행을 함께 한 이원영 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단장(전 수원대 교수)은 “이참에 우리나라 부산에 ‘쓰시마연구소’를 하나 만들어 쓰시마의 역사문화 나아가 핵폐기장 환경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지 않나. 이러한 것을 부산의 지역대학이 관심을 갖고 연구소를 설립해 학제적으로 접근해 나가면 부산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와니우라에 세워진 백제 왕인 박사 현창비.

현재 쓰시마는 조선통신사의 첫도래지 유적에서부터 왕인박사의 일본 첫도래지를 기념하는 ‘백제국 왕인박사 현창비’, 볼모로 잡힌 신라왕자를 구출한 뒤 순국한 충신 박제상을 기리는 ‘신라국사 박제상공 순국비’, 임진왜란 직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가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것을 예상한 조선통신사 정사 황윤길을 기리는 ‘통신사 황윤길 현창비’, 구한말의 선비로 유명한 최익현을 기리는 ‘대한인 최익현선생 순국비’ 등 한일 관계사와 관련된 각종 유적들이 많다. 거기에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핵폐기장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쓰시마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학제적으로, 또한 쓰시마 인사와의 교류 연대도 필요하다고 본다.

한편 지난 3일에는 재일교포 3세로 최근 쓰시마섬에 이주한 한기덕 ‘한국어교재전문서점 한글의숲’ 회장은 필자 일행을 현재 쓰시마 핵폐기장 유치 예상지 현장인근 한 터널로 안내했다. 고노키(香の木)터널로 1987년 3월 완공됐는데 이 지역은 숲 한 가운데 한적한 도로였다. 또한 터널의 높이가 쓰시마의 다른 터널보다 2m정도 더 높고 도로 폭도 더 넓어 보였다. 이 터널을 통과한 그 뒤 수만 평의 부지가 이미 1980년대 옛 도넨(動燃, 동력로핵연료개발사업단)의 「광역조사서(1987년)」 때 이미 지질 볼링조사를 실시하면서 언제든지 핵폐기장을 조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결코 일본 정부나 NUMO(원자력발전환경기구)가 쓰시마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쉽게 핵폐기장 조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우에하라 마사유키 대표, 부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앞쪽 우에하라 대표 부부. 뒤쪽 왼쪽부터 정영훈 대표, 이원영 교수, 필자.

한 대표는 “정말 문제가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 언론이 문제”라며 “ 일본 언론의 뉴스는 정부의 홍보 수준을 넘지 않기에 일본 신문 방송을 거의 보고 듣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함께 한 정영훈 촛불완성연대 상임대표는 “앞으로 쓰시마에 대해 우리나라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한일 교류사와 함께 핵폐기장 논란을 포함해 앞으로 쓰시마에 테마여행이 많이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영 교수는 “지난 6월부터 지난 9월까지 서울에서 도쿄까지 방사능오염수 방류중지 한일시민 도보행진을 하면서 시모노세키에서 히로시마, 오사카, 나고야, 도쿄에 이르기까지 일본인들로부터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앞으로 쓰시마에서도 이러한 교류와 연대를 통해 탈원전에너지전환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게 매우 의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인 최익현 선생 순국비.

우에하라 대표는 “환경운동에서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약자의 전략은 한명 한명 주민을 만나 반대서명을 받는 것이다. 핵폐기장 반대서명에 한명 한명 만나 쓰시마에서 8천명의 서명을 받았고, 후쿠오카와 도쿄에서 1만5천명 해서 모두 2만3천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시의회의 경우도 시민들이 시의원 부인들부터 먼저 만나 설득을 한 결과 그나마 지금까지 왔다. 시민운동으로서 할 만큼은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재 도쿄의 원자력자료정보실과 연계해 영어판 소식지도 내고 있는데 앞으로 쓰시마의 시민활동을 보다 적극 일본 국내외에 알려나갈 것”이라며 “쓰시마문제는 일본 원자력정책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가는 계기로 전 세계에 울림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쓰시마의 핵폐기장 관련 시민단체 대표와 시의원, 각종 현장을 둘러보면서 지역을 먼저 알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쓰시마를 통해 한일 시민들이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의 청정미래를 생각하는 힘을 더 늘려갔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다.

통신사 황윤길 현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