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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의사 발굴·환자 눈높이 서비스로 `수술=서울` 깨자

[창간 63주년 특집] 길은 부산으로 - 의료계, 위기를 기회로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10-08-30 20:55:30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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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지역 환자 서울 유출 2008년 62만3000여명 달해…경제적 손실은 4000억 넘어
- 추가경비·불편 부담 불구 '무조건 서울' 인식 고착화

- 서울에 뒤지지 않는 기술 등 현주소 알리는 홍보 노력
- 기다림 없는 신속한 진료로 KTX 개통 '위기' 넘어서야

부산대병원의 토모테라피
"부인이 우리 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지인이 있었습니다. 수술 일정까지 잡아놓았지만 그는 결국 부인을 서울로 데리고 갔어요. 주변에서 하도 서울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성화를 부려서 어쩔 수 없었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한 대학병원 원장이 전해준 환자 역외 유출의 단면이다. 이 원장은 "그도 우리 병원의 유방암 수술 실적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단은 부산에서, 수술은 서울에서'라는 등식을 깨지 못하더군요"라며 아쉬워했다.

지난달 12일 부산롯데호텔 42층 회의실에서 환자 역외 유출 방지와 부산 지역 의료 서비스 수준 향상을 기치로 내건 부산보건의료협의회 창립 총회가 열렸다. 이날 한 원로 의료인이 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람 힘으로 어찌하지 못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산소를 모시는 일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이와 함께 또 다른 하나는 가족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서울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생각입니다."

■'진단은 부산, 수술은 서울' 선입견

연구중인 의료진
부산 지역 보건·의료계가 힘을 모아 부산 의료 지키기에 나선 것은 경부고속철도(KTX) 부산~대구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가뜩이나 심한 환자 역외 유출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부산보건의료협의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인용해 2008년 부산 지역 환자의 서울 유출은 62만300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4000억 원을 웃돈다. 부산 지역 대학병원 한 곳의 연 매출액이 2000억 원 정도이니 그 규모를 짐작 할 만하다. 그래서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백방으로 대책을 찾고 있다.

그럼 왜 환자들이 서울로 향할까.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의료기관을 찾은 지역 환자들은 최신 의료시설 및 장비, 의사들의 우수한 실력을 이유로 꼽고 있다. 몸이 불편한 환자가 서울로 치료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고가의 진료비 이외에도 교통비 등 추가 경비가 발생하고, 수술 후 관리가 어려워 원정 진료의 부담이 만만찮다. 그럼에도 서울로 가는 환자들은 서울 지역 대형병원의 우수한 의료 질을 불편함보다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정 진료에 나서는 질환이 단순 질병군이 아니라 희귀성 질환,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 사망률이 높은 질병, 진단을 위한 연구가 필요한 질병 등 생명과 직접 연관되는 전문 질병군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부산 지역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가면 그 부담은 부산 지역 중소병원이나 동네 의원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위기가 기회라면 무엇부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선형가속기
이에 대해 부산 지역 의료계에서는 오는 11월 KTX 부산~대구 2단계 개통을 부산 지역 의료계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성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 서비스가 의료진의 수준과 시설 및 장비, 그리고 서비스로 결정된다면 부산의 현주소가 어딘지 정확하게 시민들에게 알리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전국 의료기관 평가 자료에 따르면 많은 부산 지역 병원들이 치료비가 저렴하고 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특정 부문에서는 '빅5'라 서울 대형병원에 손색이 없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가동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중입자가속기는 대한민국에서 부산에만 있는 꿈의 암치료기 아닙니까. PET CT 10대, MRI 65대 등 부산 지역 4개 대학병원과 대부분 종합병원이 보유한 의료 시설 및 장비는 서울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돼야 한다. "왜 비싼 돈을 들여 서울로 가느냐는 문제를 의사 입장이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우선 대학병원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동아대병원은 내년 JCI(국제의료기관 평가위원회) 인증을 받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JCI 인증의 목적은 의료 서비스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 기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환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대대적인 병원 리모델링에 이어 건물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인제대백병원은 첨단 CT 및 MRI를 추가 도입해 예약 없이 검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해운대백병원은 수도권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내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 아래 첨단 장비와 시스템을 갖췄다. 부산대병원은 오는 2013년까지 1600억 원을 투입해 서구 아미동 본원을 도심형 첨단 의료센터로 탈바꿈한다. 또 이달부터 암치료기인 토모테라피를 가동한다. 이런 변화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부산에도 스타 의사가 필요하다. 무슨 암하면 6개월을 기다려서라도 진료 한 번 받으려고 기를 쓰고 서울로 올라가는 것이 현실이라면 서울 지역 병원을 능가하는 수술 실적을 가진 의사가 부산에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할 때가 왔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시의 역할이 필요하다. 현재 부산시가 운영하고 있는 '부산의료관광' 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전경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박찬일 원장은 "이제 중입자가속기는 물론 사이버나이프, 선형가속기 등의 도입으로 첨단 암치료 장비에 대한 편견은 없어졌습니다. 전문 의료 인력과 서비스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의학원과 4개 대학병원, 그리고 종합병원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 부산시 의사회 정근 회장

- "질 높은 의료로 시민의 지지 받겠다"
- "친절 서비스 교육 지속 지원… 유인행위·과대광고는 근절"

"부산 시민 모두가 동참하는 부산 의료 살리기 운동을 통해 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겠습니다."

부산보건의료협의회 출범을 주도하며 오는 11월 경부고속철도 완전 개통을 앞두고 환자 역외 유출 방지 캠페인에 나선 부산시의사회 정근(사진) 회장은 이렇게 다짐했다.

정 회장은 부산 환자 지키기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부산 지역 의료의 우수성과 관광상품을 접목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의 경상권, 전라권을 비롯한 수도권까지 적극 홍보, 오히려 역외 환자를 부산으로 유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제3회 부산시 의사의 날' 기념 학술대회에서는 부산 지역 의료 활성화를 위한 심도 있는 주제 발표와 토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색없는 인프라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이 문제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심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등의 치료에 있어 부산 의료의 질이 아주 우수합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우리나라의 우수 의료기술 65건 중 부산의 12개 의료기술이 채택됐습니다. 심장 질환, 종양 치료, 척추·디스크 수술, 관절 수술, 불임·자궁 치료, 유전자 검사, 한방, 치과, 성형외과 등입니다."

정 회장은 부산 의료계의 강점 및 약점을 꼽으며 부산 의료계가 시민들의 지지를 받도록 하기 위해 "4개 대학병원과 손잡고 질 높은 의료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은 우수한 의료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무뚝뚝한 말씨와 딱딱한 태도, 홍보 부족 등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만큼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친절 서비스 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서울 지역과 차별화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적극 교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에는 현재 6000여 명의 의사들이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뛰고 있습니다. 서울 지역 병원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깨야 합니다. 개별 병의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부산 의료계 전체가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정 회장은 불법적인 환자 유인 행위, 과대·허위 광고 근절과 함께 올바른 의료 질서를 확립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병의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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