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사포 해안 옛 군막사 운치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바다소리 갤러리’가 있다. 이곳은 1985년 북한 간첩선 침투사건 이후 청사포 해안 경계를 위해 사용하던 군막사였다. 해운대구는 방치되어 있던 이곳을 갤러리로 꾸며 2022년부터 주민들에게 전시와 휴식공간으로 개방했다. 해운대구는 개인이나 단체 상관없이 무료로 대관하고 있다.

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는 부산 해운대구 ‘바다소리 갤러리’에서 ‘수필, 액자에 담다’전을 열고 있다.

갤러리 위에 휴식 공간을 두어 관광객들이 바다를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먹먹함이 느껴진다. 벽면에 옛 막사로 사용하던 시절 사진 때문이다.

갤러리 표지판.

부산여성수필문인협회 회원들이 작고 아담한 갤러리에서 ‘수필, 액자에 담다’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수필을 액자에 담는 것은 어렵다. 회원들은 각자의 수필 중에 몇 문장을 끄집어내어 액자에 넣었다. 몇 명만 들어서도 가득한 좁은 갤러리에 어울리게 액자도 앙증맞다. 25명의 작품이 전시된 바다소리 갤러리. 창문으로 스미는 바람과 파도 소리가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방명록을 펼쳐두고 고민에 잠기는 사람들, 그곳을 찾는 이 모두가 작가가 된 듯하다. 두꺼운 책 속에 숨어 있던 글귀가 사진과 하나 되어 멋진 외출을 했다.

팔순이 지나 등단한 김소남 작가는 친구 사진을 액자에 실었다. 글 제목도 ‘나의 친구’다. “너무 고마운 친구입니다.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이렇게 친구 사진과 글을 전시할 수 있어 좋습니다. 친구들 다 같이 구경 올 겁니다.” 볼그레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회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이리저리 헤맨다. 어디에 두면 더 효과적일까 하는 모양새다. 갤러리를 방문한 한 시민은 “좋은 일 하십니다. 여기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이 더 많아요. 갤러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와서도 헤매다가 길을 묻는 사람도 제법 있고요. 그렇게 플랜카드를 달아 놓으면 좀 좋아지겠지요”라며 말했다.

갤러리 입구에서 조금 벗어 난 곳에 표지판이 있지만, 조금 아쉽다. 대부분 관광객은 갤러리 위에서 풍광을 즐긴다. 좁은 계단에 허름한 출입구가 버려진 옛 막사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왕 갤러리로 두었으니, 출입문에 멋들어지게 표시해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바다를 보며 걷는 산책로, 더위를 피해 잠시 들러도 좋다. 그곳엔 잠시나마 추억여행을 동반할 글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전시는 오는 7월 9일까지 열린다. 주말엔 휴무다. 블루라인파크 청사포역에서 미포역 방향 중간정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시민기자면은 부산시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