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과정에서 훼손돼 논란을 빚은 경남 김해시의 세계 최대 고인돌 묘역의 원형 복원이 추진된다. 공사 중지 2년 만의 일이다.

김해 구산동 지석묘 묘역 전경.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잡초가 우거지는 등 흉물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동필 기자

김해시는 최근 3차례 문화재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다음 달 경남도에 구산동 지석묘 복원을 위한 설계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자문회의에는 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 등 전문가가 참석해 ▷고인돌 상석(덮개돌) 보존 처리 ▷박석 복원 ▷훼손된 집수정 부지 처리 등을 핵심적으로 다뤘다.

자문회의의 내용을 보면 지석묘 묘역을 원형대로 복원하되, 상석의 균열부는 수지(특수접착제)로 메우도록 했다. 또 상석 아래 묘역인 매장주체부는 내부의 흙을 잘 다지고, 상부는 강화토로 처리하게 했다. 수천 년 동안 하천 범람으로 쓸려 내려가 3분의 1만 남은 박석(바닥돌·薄石)도 원래 위치대로 복원할 계획이다. 비어있는 3분의 2 부지에는 신석(新石)을 가져와 채워 넣는다. 한 문화재 위원은 “원래 돌과 신석이 색깔로 차이가 나 탐방객이 구분토록 했으며 나중에 이정표를 세우면서 설명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집수정 묘역을 내부에 설치해 논란을 빚었던 집수정(25㎡) 처리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가 ‘집수정 높이를 낮춘 뒤 그 위에 박석을 깔아 감추는 방식’을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는 ‘집수정을 아예 묘역 밖으로 옮기는 방식’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도 승인이 나면 3억7000만 원을 들여 연말까지 전체 복원 공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후 내년 상반기 고인돌을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2020년 12월 고인돌 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2022년 8월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대로 된 협의 없이 박석 반출 등을 했다며 문화재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하는 등 홍역을 앓았다. 이후 사업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김해시 관련 공무원 6명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임 전 김해박물관장은 “세계 50%의 고인돌이 한반도에 있는데, 그 중 김해에 최대 규모 고인돌이 있다는 것은 지역의 큰 자산”이라며 “강력한 고인돌 집단이 철기문화의 수로왕 시대로 이어진 것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복원이 제대로 이뤄져 시민 품에 안겼으면 한다”고 밝혔다.